어질어질한 악보의 세계에서
생각해 보자. 그동안 나는 클래식을 어떻게 들어왔을까? 지금까지 내가 써온 감상문들을 살펴보면 음악적 분석이나 이론적 기초에 근거한 내용은 거의 없다. 왜냐고? 일단 용어적 지식도 부족하고, 자신 있게 아는 바도 없다. 무엇보다 나는 악보에 흥미를 느끼기보다는 그냥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 내게 전달되는지, 이 연주자는 어떤 스타일인지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문득— 오늘, 갑자기 악보를 한 번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악보 영상을 재생해 봤다. 음표는 다닥다닥 붙어 있고, 지시어(?) 같은 용어들도 빼곡하게 달려 있었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3악장까지 훑으며 “와— 진짜 서사적으로 할 말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친구이자 선생님 같은 C에게 관련 용어를 하나씩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어질어질하다.
갑자기 이것저것 몰아서 물어보니 C가 너무 상세하게 다 알려주어서 온전히 습득하지 못하겠다. (살려줘) 하루아침에 이 모든 걸 주워 먹으려 하니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재현부가 뭔데, 2주제는 어딘데? 내가 아는 건 칸타빌레뿐이야)
이쯤 되면 전공자 친구 한 명 붙잡고 “이 악보 설명 좀 해줘…” 하고 싶어진다. 기계(인터넷)에 물어보며 혼자 이해하려니 어려운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역시, 쉬운 건 없다. 늘 넓고 러프하게 음악을 감각적으로만 느끼다가 내밀하게— 정말 세포 단위로 악보를 들여다보려 하니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
결론: 다시 떨어져서 들어야겠다. (하하!) 혹시 악보가 궁금하신가요? 아래와 같습니다. 사실 악보만 보면 되게 담백하다(?) 음표의 향연이긴 한데, 지시어가 막 복잡한 것 같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음, 이건 또 모르겠다. 교수님, 알려주세요. (아, 아닙니다…)
어질어질— 오늘 느꼈다. 클래식? 교양이다. 교양 맞다! 나는 너무 소설처럼 접근했던 것 같다. 남이 잘하면 그건, 진짜 어려운 걸 아주 잘하는 거라는 뜻이다. 확실하다. 사람은 갑자기 변하면 안 된다.
나는 그냥 직관으로, 연주자가 펼쳐내는 무의식 속의 의식적인 감각을 귀로 받아들이고 상상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음표가 춤을 추고, 점프하고, 날뛰고, 대각선으로 튀어 오르고, 곡예를 부린다. 보는 사람은 재밌다. 그런데 그걸 세밀하게 파고들려니… 아, 어려워! 난 못 한다!
역시 기술은 기술자에게 맡겨야 한다. (당당) 난 들을래. (당당) 가끔 들춰볼 것 같긴 하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