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상의 낯섦

11시의 기쁨을 실컷 누비고 온 사람이 전하는

by 유진
대략 오전 9시 45분쯤?

머리가 놀랍도록 선명하다! 새로운 문장을 하나 불쑥 꺼내 들며 시작하는 마음이다. 일전엔 내가 너무 좋은 공연을 보고 나면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땠는가? 딱 11시의 햇살 정도의 기분이다. 아주 뜨끈하고, 밝고, 선명하고, 기운이 뱅뱅— 남아 있는 그 정도다.


풀어놓을 말이 또 산더미처럼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신가? 큰일 났다. 내일 하루 종일 이 마음을 담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왜 오늘 하지 않느냐고? 내가 글만 쓰는 게 아니라서, 주어진 자료 정리에만 반나절이 갔다. 이상할 만큼 사람 사진이 잘 나왔다. 희한하다. 양으로 밀어붙이는 감이 없진 않지만... 그건그렇고 오늘 예술의전당 11시 마티네 콘서트를 다녀오신 분들도 계실까? 공연을 요근래 자주 다녀봤던 시민 관객 1인으로서, 2025년 돌아오지 않는 7월 10일의 이 공연은 레전드라고 할 수 있겠다.


보도 기사를 보면 신예들의 공연이라고 했는데, 정말 떠오르는 빛들이 네 갈래로 뻗어가는, 각기 다른 색채의 기쁨들이었다. 얼른 내일이 되면 좋겠다. 체력적으로 당장은 풀어낼 수 없을 걸 아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줄이는 편이 낫겠다. 다들 편안한 하루셨는가? 늘상 뜨겁기만 한 낮기운이 무섭기도 하다. 당장 3월만 해도 가죽 점퍼를 입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뜨—끈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구를 알 수가 없으니, 마음은 늘 조급해진다.


클래식을 좋아하다 보니 다양한 세계가 열린다. 오늘만 해도, 내 오랜 친구와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사이좋게 공연장에 나란히 앉아,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현대음악과 라벨 사이를 오갔다. 감사한 일이다. 얼른 내일이 되면 좋겠다.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미래를 기다리는 현재란, 참 재미가 있다. 그래서, 임동민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어땠냐고? 간단히 말해서, 내가 알던 그대로 들려주었다. 그 이상의 낯섦으로. (겁나 잘했단 뜻이다)

ⓒ 유진
지휘 정찬민
바이올린 임동민
피아노 가주연
연주 한경arte필하모닉
해설 강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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