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평안을 기도하며

순직 해경을 기리는 마음으로

by 로엘라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며 효율성에 심취해 있던 시절, 가평의 꽃동네라는 복지시설에서 2주간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났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아이와 나눴던 대화들이 가끔 생각난다.


종교가 없던 나와 달리, 그 아이는 독실한 신자였는데 가끔씩 내게 종교적인 이야기를 했었다. 그게 부담스럽다기보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길 잃은 한 마리를 찾아 나선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나머지 아흔아홉 마리를 계속 데리고 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그때 그 아이가 대답했다.


“내가 그 한 마리였어. “


내가 아흔아홉 마리의 대표라도 되는 듯 겸연쩍은 듯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을 때, 길 잃은 나를 찾아주셨어.”


그 뒤로 무슨 말인가 더 했지만 자신이 그 한 마리였다는 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다음 말은 기억나지 않는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그런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던 것이다. 내가 그 한 마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






얼마 전 해경이 갯벌 고립자를 구하기 위해 홀로 출동했다가 순직한 일이 있었다. 34세의 젊은 청년이 70대 중국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착용하던 조끼와 장갑을 벗어주고 맨몸으로 헤엄 쳐 나오다 끝내 숨졌다고 한다.


팩트만 담긴 이 짧은 기사엔 해경과 구조자의 서사는 없다. 그들의 인생을 모르는 나는 그 기사만 보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젊은 목숨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고립자와 만나 생존해 있었던 55분. 그 시간 동안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두렵지만 희망을 놓지 않았을 그를 조용히 상상해 본다.


내가 엄마가 되어 보니 더 그렇다.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더라도 젊은 생명을 보면 그 부모의 마음이 떠올라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꽃동네에서 배운 교훈을 잊은 적 없다. 한 명의 생명이 아흔아홉 명의 생명의 무게보다 가벼울 리가 없다. 이제는 생명에 존비란 게 없다는 걸 안다.


가치는 그렇지만,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숭고한 희생. 그 희생에 감히 나의 감정을 얹을 수도 없다.


그저 진심으로, 평안하도록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도해 본다.



해당 기사​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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