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연민으로 포장한 질투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걸까

by 회복하는돌

혜지와 아주 가까워진 이후, 나는 그때 그 애가 왜 울었는지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다. 너는 바로 답변해주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내가 여고 다닐 때, 옆 남고 애들이랑 맨날 연락하고 소개받는 친구가 있었어. 나랑 같이 다니는 애였지. 제일 친한 사이였지만 그때의 나는 걔랑 달랐어. 공부밖에 몰랐고,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한 눈 팔지 않기로 다짐했었어.

맨날 자기가 어떤 남자를 만났는지, 얼마나 대단한 사랑을 하는지 들려주는 걔를 보면서 나는 그 애가 한심하다고 생각했어. 제일 친한 친구를 가지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나쁘단 걸 알면서도, 평가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어.”

“나였어도 멈출 수 없었을 거야.”

나는 지금도 네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는 일을 멈출 수 없으니까.

그게 어떤 건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 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 애는 대학에 가지 않았어. 그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 바로 결혼했거든. 그게 그 애와....어울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지. 난 1지망이었던 우리 대학에 붙었고. 서울에 있는 자취방을 구하고 나서 그 애를 초대했었어. 학교 구경도 잔뜩 시켜줬지. 재밌게 웃고 떠들고, 술도 마시고, 하루를 신나게 보낸 다음날. 그 애에게서 연락이 끊겼어.”

“왜?”

”나도 이유가 궁금했어. 그 이유를 찾고 싶어서, 내 행동이 어떤 의미였는지 혼자 오래 생각해봤지. 아마 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던 것 같아. 나는 너랑 다르다. 아무 생각 없이 남자나 만나며 사는 너랑은 달리, 좋은 학교에서 인정받으며 살아갈 거다. 나의 의도를 그런 식으로 의심한 순간, 나는 깨달았어. 내가 그 애를 오랜 시간 질투하고 있었다는 걸.”

“질투했다고?”

“응. 나는 이제까지 그 애를 향한 마음이 연민이라고 생각했어. 실제로 결혼 때문에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할 그 애가 가엾어서 학교를 초대한 거였으니까.

그런데 그거 알아, 수진아? 연민으로 포장한 대부분의 마음 뒤에는 질투가 숨어있어. 연민하는 척, 나보다 열등한 사람으로 상대를 깎아내리면 내 안의 질투를 숨길 수 있거든.”


그 말을 듣고 너에 대해 함부로 말하던 동기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내가 너를 질투하는 사람들 가운데 속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사랑받고, 결국은 사랑을 찾은 그 애가 부러웠다고. 과방에서 울었던 건, 동창 중 한 명이 그 애가 사고를 겪어서 위독하다는 걸 알려줘서였어. 그 애가 아픈 것도, 아픈 그 애의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서 건네 들어야 하는 상황도 슬펐어. 내가 좀 더 다른 방식으로 그 애를 대했더라면 멀어지지 않았을까, 자책도 했어.”

“아니야. 넌 최선을 다했어. 학교를 구경시켜준 것도, 그냥 일반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좋은

의도의 행동이잖아. 연락이 끊긴 건 네 잘못이 아닐지도 몰라.”

“그치만 난, 좋은 의도로 행동한 게 아니었어. 그걸 오래 후회하는 건가 봐.”


“넌 좋은 사람이야. 그런 식으로 자책하지 마.”

그 말은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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