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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딴생각

왜 읽을까? 왜 찍을까?

딴생각

by 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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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어느 한 문장에서 시선이 멈출 때가 있다. 인상적인 문장을 만나면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그 문장에서 머문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은 멈췄지만, 마음속엔 울림이 가득하다. 독서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나만의 독서 신조가 있는데, 좋은 문장을 만나면 그대로 책을 덮는 것이다. 그 문장을 더 잘 음미하기 위해서, 그 순간 독서는 방해가 될 뿐이다. 누군가 말하길,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독서는 '완독'이 목표가 아니라 깨달음을 위한 것이다. 읽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더 소중하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면 독특한 사진작가가 등장한다. 그는 정말 중요한 순간에 '사진을 찍지 않는' 사진작가다. 이를테면, 히말라야산맥 중턱에서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희귀동물인 '눈표범'을 찍기 위해 며칠을 기다린다. 그러다 정말로 눈표범과 마주하는 순간, 그는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가 그에게 물었다. "언제 찍을 거예요?". 그러자 그가 답하길,


"정말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그게 더 소중하니까"


카메라는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매개체지만, 정작 그 순간이 오면 카메라는 방해가 된다. 이 모순적인 말이 본질을 꿰뚫는다. 내가 하는 행위의 목적은 무엇일까?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맨이 되었지만, 카메라가 본질이 아님을 깨닫고 있었다.


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오랜만에 마주친 동료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넌 왜 출근한다고 생각하니?"

"그걸 질문이라고 해? 카드값 벌려고 출근하지!"


그렇다. 우리는 카드값을 벌기 위해 출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카드값이 본질은 아닐 것이다.

카메라가 본질이 아닌 카메라맨처럼, 독서가 본질이 아닌 어느 독서가처럼,

우리는 왜 카드값을 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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