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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Oct 03. 2020

고독사 현장 첫 손님은 가족? 아니 빚쟁이

오민수의 딴생각(2)

중앙일보 [더오래] 기고 칼럼

2020.10.03.

오민수의 딴생각(2)


요즘 주목받는 독특한 직업이 있다. 바로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직업. 특수청소업에 해당하는 이 직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살 또는 고독사의 증가와 관련 있다.


누군가 홀로 죽으면 시신은 옮겨지지만 해야 할 일이 남게 된다. 죽은 자의 집 청소.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서 죽은 자의 모습이 아름다운 자태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그리 곱게 가는 죽음이란 없다. 만약 당신이 영화 ‘트와일라잇’의 주인공 에드워드처럼 핏기없이 해사한 얼굴로 말끔하게 죽을 거라 생각한다면 그건 판타지 로맨스다. 언제나 시신이 머물던 자리엔 유혈이 낭자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간 흔적과 몸속에 든 매스꺼운 것이 자태를 드러내며 널브러진 상태일 거라 생각해야 지극히 현실적이다.


죽음을 미화한다는 것은 그것이 통상 아름답지 않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죽음을 직시할 수 있을 때 아름다운 죽음이 현실화하는 역설에 다다른다. 인간은 죽음을 통해서만 살아가는 이유를 반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은 어떤 의미에서 가난한 자였을까? 두렵지만 죽음을 직시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죽음을 떠올렸을 때, 진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죽음을 묘사하자면, 인간이 죽으면 그 안에서 박테리아가 새 생명을 얻고 증식해 온갖 내장이 부풀어 오르고 결국엔 시신의 복부가 터진다. 그러면 액체가 몸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인체의 7할이 수분인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그 분비물이 부패하여 발생하는 냄새가 창문을 넘고 벽을 타고 올라 골목 어귀까지 펴지게 된다. 만약에 목을 매고 숨진 사람이라면 길게 늘어진 시체가 근육을 조절하는 힘을 잃은 탓에 온갖 오물을 배설해놓기 마련이다. 누워서 죽은 자라면 이불도 걱정스럽다. 피와 인체의 분비물을 잔뜩 흡수한 솜이불은 그 자체로 시체와 같다. 그것을 둘둘 말아서 치우는 일이란 시각, 촉각, 후각이 곤두서다 환각을 경험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혼자 살다가 고독한 죽음에 다다르는 일명 ‘고독사(또는 고립사)’가 만연한 세상이다. 그 뒤안길을 마중 나오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가족이 아니라 채권자다. 채무란 산 자의 몫이라서 죽음으로써 채무를 잊을까 봐 그를 찾아오는 첫 번째 손님은 시중 은행이고, 그다음 카드사가 찾아오고, 그다음 캐피탈 회사가 찾아오고, 마지막으로 험상궂은 대부 업체가 찾아온다. 그렇게 제1~3금융권이 차례대로 회수하다가 회수하지 못한 채권은 그것을 헐값에 사 모으는 또 다른 채권자에 의해 양도된다. 그러면 다시 독촉장이 보내지고, 전화가 오고, 몸소 집까지 찾아와서 초인종을 누른다. 어쩌면 그의 생사를 가장 걱정했던 이는 가족이 아니라 채권자다. 그렇게 혈육조차 발길을 끊은 곳에 채권자가 찾아와 끊임없이 안부를 묻는다.


가난하면 더 고독해지는 걸까? 고독사는 가난과 맞닿아 있다. 그런 가난한 자의 죽음을 알리는 것은 부고가 아니라 냄새였고, 그 역한 냄새를 처음 맡는 사람은 이웃이 된다. 죽은 지 오래되어 악취를 풍겨야 비로소 발견되는 주검의 사망원인을 경찰이 규명하고 유족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찾아 나서야 할 만큼 가족은 멀리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찾았더라도 장례식은커녕 빚이라도 떠안을까 봐 재산포기각서부터 찾는 것이 가족이다. 어쨌든 채무란 산 자의 몫이니까.


자, 어쨌든 죽은 자를 애도함과 동시에 남기고 간 것을 치워야 한다. 이것은 죽은 자가 남기고 간 흔적과 냄새를 없애야 하는 직업이다. 최근 이러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특수청소업 ‘하드웍스’의 김완 대표가 펴낸 『죽은 자의 집 청소』다. 이 책은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면서 맞이했던 기막힌 사연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죽음에 대한 문학적 에세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저자인 김완 대표는 특수청소부가 되기 전 고스트라이터(대필 작가)로 생계를 이어갔을 만큼 범상치 않은 필력을 지니기도 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면서 맞이했던 기막힌 사연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죽음에 대한 문학적 에세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사진 오민수]


그에 따르면 이 별스러운 청소를 의뢰하는 사람은 유족이 아닐 때가 많다. 진작 인연이 끊긴 가족이거나 생면부지의 먼 친척이라면 용역을 의뢰하거나 비용을 책임지는 일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집주인 또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의뢰인 경우가 많은데, 유족은 아니지만, 재산을 원상 복구하고 싶은 사람이라 하겠다. 그곳이 만약 범죄 현장이라면 검찰이나 경찰의 의뢰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범죄 피해자 지원 사업’의 목적으로 진행된다.


지금까지 밝혀 온 고독사의 민낯이 현실적일까 싶기도 하겠지만, 이것이 앞으로 유망 직종이 될 거란 점은 명백하게 현실이다. 고독을 부추기는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에 육박하고 지금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고독사는 고령화 시대의 ‘가난한 노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아한 가난의 시대’라 자위하는 이 시대의 ‘가난한 청춘’이야말로 이 시장의 무한한 잠재 고객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세대에 비해 좋은 스펙을 가졌으나 취업난과 낮은 연봉에 길든 밀레니얼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집과 차도 포기한다. 어쨌든 독립심과 배움이 남다른 세대답게 혼자서 월세 원룸을 전전할지언정 ‘취향’이라는 고급스러운 단어를 소비하며 가난을 디폴트 삼는다. 고독사의 바로미터인 ‘나 홀로 가난’이 늘 그들을 따라다니게 된다.


설상가상 이 세대가 성인이 되어 맞이한 건 ‘포스트 코로나’다. 그건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연한 세상이다. ‘가까이하기’, ‘다가가기’, ‘손을 내밀기’, ‘서로의 체온을 느끼기’가 혐오가 돼버린 세상에서 고독사는 이를 자양분 삼아 창궐한다. 혈연, 학연, 지연 등 그 어떤 인연도 관계가 희미해지고 거리두기가 일상화하는 ‘무연사회(無緣社會)’는 일본에 이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돼 버리고 말았다.


고독사에 의한 사망자 통계조차 아직 우리나라에 없다. 간혹 존재해야 할 사람이 부재한데 그 이유조차 모를 때가 있다. 올해 3월 고독사 실태 조사와 예방 계획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가적 인프라가 작동하려면 내년 4월부터나 가능해진다.


돈이 없다면 가난을 피할 수 없겠지만, 돈이 없어도 고독하게 죽는 일은 피할 수 있어야 한다. 혹자는 가난하니까 더 고독해지는 거라고 주장하겠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애당초 돈에 의해 형성된 관계라면 더더욱 고독만 가중할 뿐이다. 애당초 돈이 꼬인 관계였다면 그 관계가 무엇이든 그는 채권자일 뿐이다.


가난한 사람이 혼자 죽는 것은 맞다. 단, 여기서 가난이란 ‘경제의 가난’이 아니라 ‘관계의 가난’을 의미한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 맞이했던 고독과 고립에 주목해야 한다. 때론 가족이라는 짐을 어깨에 짊어지는 일보다 혼자만의 중력을 오롯이 혼자 감당하는 일이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게 된다.


자, 이제 가장 궁극적인 죽은 자의 집 청소를 떠올려 보자. 그것은 바로 당신의 집, 당신의 죽음.


그곳은 어디일까? 밀레니얼의 신조어인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인가. 아니면 인생의 순조로운 계획대로 드넓은 전원주택이나 한강 조망권이 보장된 한남동의 부촌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당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병원이거나 요양원일 수도 있다. 사실 어디가 되었든 죽은 자의 향기는 동일하게 피어오를 것이다.


그것보다 당신 주변에는 누가 있을까? 혹시 당신은 어떤 의미에서 가난한 자였을까? 두렵지만 죽음을 직시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죽음을 떠올렸을 때, 진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캠퍼스 SERICEO 전직지원사업 총괄 

오민수

인스타그램 : 딴생각 (oh_minsu)


기사 링크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5&aid=0003040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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