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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Nov 06. 2020

은퇴가 없는 나라

은퇴를 왜 없애는 걸까?


은퇴가 없는 나라.

이게 좋은 나라일까? 은퇴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보다 끔찍한 국가가 어디 있을까? 이제 대한민국은 저성장-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은퇴 없애기'로 만들어 가려고 한다. 청년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인구통계학적으로 보면 밀레니얼을 포함해 그 이하 세대는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숫자가 너무 적어서, 국가는 중장년이 일자리에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이를 보충하려 할 것이다. 이미 정부 예산도 그렇게 움직였다. 한동안 청년 일자리 예산이 높았지만 이젠 중장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더 많은 돈을 쓴다. (그 돈은 어디서 뺐을까?)


일례로 꼰대가 인턴으로 들어오는 일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시놉시스가 아니라 일상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고로 청년들은 다시 꼰대와 경쟁해야 한다. 이게 좋은 일인지 나는 모르겠다. 나는 정부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선, 근본적으로 저성장-저출산-고령화를 왜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까?


환경을 위해서라도 공장에서 연기나는 일은 덜 생산하고, 인구도 과잉이니까 덜 출산하고, 베이비부머들도 나이를 먹었으니 자연스럽게 고령화인 것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일처럼 보이는데 왜 문제라고 지적할까? 어벤저스에서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겨 인구의 절반을 없애버리는 일은 막아야겠지만, 자연스러운 인구감소는 왜 막는 걸까? 그것은 국가가 오로지 경제 프레임으로만 현상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늙어도 경제는 젊어질 수 있다'라는 슬로건은 국가의 위선이다. 솔직히 말해서 '너희들은 함부로 늙어서도 안되며, 늙었더라도 젊은이처럼 일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 경제가 살아나니까'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요즘 내가 하는 일이 이런 일에 앞장서는 일이 돼버리고 말았다. 처음엔 나도 몰랐는데, 정부의 기조 변화와 새롭게 생기는 법/제도들이 내가 하는 일에 등을 떠밀어 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나는 정부와 다른 생각으로 이 일을 할 것이다.


니체는 이렇게 썼다.


'많은 사람들 앞에 덫을 놓고는 그것을 불러 '국가'라고 하는 자들이 있는데, 절멸자들이다. 그런 자들은 저 많은 사람들 위에 한 자루의 칼과 백 개나 되는 욕망을 건넨다... 많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태어난다. 국가는 바로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선량한 사람 고약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독배를 들어 죽어가는 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모두가 자기 자신을 상실하게 되는 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그리고 모두가 서서히 자신의 목숨을 끊어가면서 그것을 불러 "생"이라고 말하는 곳, 그것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저들은 저들의 도둑질을 불러 교양이라고 말하지... 형제들이여, 국가가 끝나고 있는 저쪽을 보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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