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온 겨울

나는 왜 이렇게 사랑에 목을 메면서도 사랑을 저버리는 걸까?

by 오난난

유난히 매서운 가을이다. 가을 한파다.

내 처지가 시려 그런가 유난히 더 추운 날들이다.


파혼 후에는 다시 누군가를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다.

내가 사람을 다시 믿고 사랑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 자만했다.


파혼 후 2년 정도 흘렀을까?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거짓말처럼 새로운 사랑이 시작됐다.


가벼운 호기심에서 시작한 첫 만남이 나에게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일깨워주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 귀했다. 그 사람이 너무 귀했다.


다시 웃었고, 다시 기뻤고, 자신감이 차올랐다. 생각보다 나는 여전히 꽤 괜찮은 사람이니 잘 살 수 있겠다는 용기가 차올랐다. 다시 한번 해볼 수 있겠구나, 이 사람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가정을 꾸릴 수도 있겠구나, 제법 행복하겠구나. 이 사람만 곁에 있으면 그 무엇도 할 수 있겠다 싶었고, 이 사람 곁이라면 내가 아무것도 못하는 천치라도 괜찮겠다 싶었다. 아무 조건도 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었다.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나보다 어린 그는 나에게 ‘딸’ 같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나중에야 그 말이 정말 나를 많이 사랑하고 아낀다는 뜻인 것을 알게 되었다. 보고 싶다는 말조차 여러 번 눌렀다가 겨우 할 만큼 감정표현에 인색했던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게 되었다. 살아오는 동안 들어본 사랑한다는 말을 다 합쳐도 그에게 들은 사랑 한단 말들의 발 끝에도 못 미쳤다. 넘치게 사랑받으니 내 안에서도 사랑이 마구 흘러나왔다. 그렇게 그 사랑에, 그 사람에 흠뻑 취했다.


그런 사랑을, 그런 귀한 사랑을 내가 또 보냈다.

이렇게 울게 될 것을, 가슴 아파할 것을 알았으면서도 나는 결국 그를 보냈다.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우리가 함께할 수 없을 거라고 다정하게 단언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엉엉 울면서.


그는 끝까지 엉엉 우는 나를 안아주며 내가 행복하기를바란다고 했다. 물론 나도 진심으로 그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 지금까지도.


그는 나에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을 찾아가라고 말했고,나는 그를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나를 걱정하며 따스하게 안아주던 그 다정한 이별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

영영 잊을 수 없을 것도 같다.


헤어지자의 단 한글자조차 두 사람의 입 밖으로 나오지않았다. 내가 바라던 대로 내일 볼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죽을힘을 다해 웃으며 “안녕, 잘 가” 두 마디로 마지막을 대신했다.


그 힘든 ‘잘 헤어지는 일’을 잘했다. 잘 헤어지고 싶다는 내 말을 똑똑한 그는 한번에 알아들었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내 사랑이었던 그는 이를 악물고 웃으면서 나를 보내주었다. 나도 입술에 힘을 잔뜩 준 채 울며 웃으며 그를 보냈다.


그날은 가을이었다. 하늘이 열리던 개천절이었다.

하늘이 열린 그날, 내 하늘은 다시 닫혔다.

누구도 아닌 나의 선택으로.

오래도록 울게 될 줄,

오래도록 슬프게 될 줄 모르지 않았다.


나는 왜 늘 현실에 부딪혀 사랑을 포기하는 가?

왜 나는 매번 현실에게 지는가?

왜 내 사랑은 연약한가?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며칠 동안 힘든 날이 계속되어 기록을 위해 남긴다.

그래도 눈물 콧물 쏙 빼며 글로 쏟아내고 나니,

조금은 후련해졌다.


시작하고 나니 또 쓰게 되기를,

쓰고 싶어 지기를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혼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