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지기 위한 고백
나도 인정하고 싶진 않다.
내가 좀 별로인 사람이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달의 '나'를 지켜봐 온 나로서는 내가 '썩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왜 나는 내가 별로일까?
1. 스스로를 소모시킨다.
생각이 너무 많다. 한 번 생각이 시작되면 그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무에서 가지가 자라나듯, 물 위에 스포이드로 떨군 잉크 한 방울처럼 한도 끝도 없이 퍼져나간다. 억지로 어떻게든 생각을 끊어내더라도 가뜩이나 줄어든 집중력이 소모되고 만다. 힘을 써야 할 부분에 에너지를 쏟을 수 없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나를 소모시키는 만큼 나를 채워야 할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2. 생각보다 나 자신과 친하지 않다.
내 안에서 찾아야 할 확신을 자꾸 밖에서 찾는다. 나랑 친해져야 하는데 친해지기가 사뭇 어렵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잠깐은 친해진 것 같다가도 금세 멀어진다. 잘 알 것 같으면서도 낯설다. 가까운 듯 먼 그대여.. 나를 잘 모르니 무언가를 선택하고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3. 결단력과 추진력이 부족하다.
선택하는 데까지도 오래 걸리는데, 선택 후 집중하고 밀어붙이는 뒷심도 약하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니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고, 결정을 내리고서도 우물쭈물한다. 자기 확신이 없는 탓이다. 자기 확신을 키워야 한다.
4. 자꾸 핑계를 대며 타협한다.
오늘은 몸이 너무 피곤하니까, 아직 나는 준비가 덜 되었으니까, 나에겐 시간이 더 필요하니까, 조금만 더 체력이 올라오면, 에너지가 좀 생기면, 괜찮긴 한데 나랑은 맞지 않을 것 같으니까 등등 만들어내는 핑계를 셀 수가 없다. 핑계란 만들면 만들수록 화수분처럼 늘어나고 신박해지니 하지 못하는 것들만 계속 늘어난다.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해낼 수 있게 된다.
5. 자기 연민이 생겼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나는 해야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했다. 핑계 대지 않았고 타협하지 않았다. 나하고의 약속을 우선시했고, 기한을 넘긴 적이 없다. 과거의 영광(?) 일뿐이지만 바쁘게 살았고 성과도 많았던 날들이었다.
파혼 후 다시 일어서기 위해 나를 한동안 가엾게 여기고 원하는 것들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가엽고 안타까워서. 살아오며 처음 만난 좌절과 절망이었다. 나는 어찌할 바 없이 나가떨어졌고, 살기 위해서 나는 처음으로 나를 보살피고 다독여주었다. 못했다 괜찮다. 쉬어도 괜찮다. 안 괜찮아도 괜찮다. 매번 남에게 향하던 측은지심이 나에게 향했다.
관성처럼, 습관처럼,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는 자기 연민이 내가 나아갈 용기를 좀먹는다. 이제는 나아갈 때이고, 예전처럼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 외에도
체력이 좋지 않다.
육체적 정신적 회복이 더디다.
절박함이 없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부족하다.
민감함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입만 살았다 등등.. 아 끝이 없네 진짜로.
오우, 나열하다 보니 얼굴이 붉어진다. 근데 뭐, 사람이 다 그렇지. 나만 그렇겠어?
내가 지금은, 조금 못난 사람이라는 걸, 나에게 이런 못난 점들이 있다는 걸, 그래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없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봤자 나는 나고, 별로든 괜찮은 사람이든 나는 내가 좋으니까. 결코 나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아질 방법을 찾아가려는 거다.
조만간 '내가 썩 괜찮은 사람이란 걸 인정하자'라는 내용으로 꼭 글을 써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