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남편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남편 7

by 오달빛




2022년!

남편의 미라클 모닝이 밝았다.


크...아침잠이 얼마나 많은 남편이었나...

내가 둘째 민이 돌 지날 무렵 새벽 5시 기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아무리 침을 튀며 설명해도 '나는 저녁형 인간이야!'를 부르짖던 그. 아이들이 잠든 뒤에야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고는 늘 잠 부족에 시달리다, 주말이면 일주일치 몰아서 자고는 했지.

토요일 아침이면 낮 열두 시 다 돼 일어나는 남편 인생에 결코 새벽 기상 따위는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대환영이고 쌍수 들어 응원한다.


다만... 남편을 만나는 게 낯설어졌다.

남편 퇴근이 늦어 내가 먼저 아이들과 잠든 날은 밤에 못 보는데, 내가 깨기 전에 출근까지 하니 그렇게 아침에도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며칠 못 보다 어제는 문득 마주 앉아 밥을 먹는데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뉘신지....









역병이 창궐하다 보니, 꼭 필요한 만남이 아니면 모두 생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아니, 꼭 필요한 만남마저 온라인 만남으로 대체한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공적 모임과 사적 모임으로 나누고 거리두기 조정을 하면서 '사적 모임'이 안 해도 되는데 굳이 하는 그런 반사회적인 모임으로 전락해버렸다.

음... '꼭 필요한 만남'을 누가 알까? 사람 간의 만남을 어떤 기준으로 구별해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시시한 이야기 주고받으며 소소한 일상을 나눈 것들이 내 인생에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좀 그렇다. 공동육아를 하면서 각 가정의 맥락을 매일 나누다 보면 '진짜 일'도 일이 아닌 것이 되는데,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다 모여서 일을 해야 하면 모든 것이 '진짜 일'이 되어버리는 경험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어린이집에서 알게 된 부부가 있다. 그 둘을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둘은 아침에 아이들 등원하고 나면 전화로 긴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이 그날 아침 어땠는지 둘의 마음은 지금 어떤지 등의 사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웃긴 이야기를 공유하고 서로 약 올리기도 하는 중요(?)한 일까지 시간을 들여 주고받는 것을 보았다. 부모님께 아이들을 맡기고 둘만의 여행도 자주 떠났다. 그렇다고 둘 다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들은 아니다. 게다가 그 남편은 직장이 엄청 멀어서 늘 피로 누적 상태였다. 소중하다고 믿는 일에 우선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쓴 거라 본다..








음.. 나는 남편이랑 대화를 얼마나 하나 궁금해졌다. 최근 일주일은 '왔어? 고생했어!' 말고는 톡으로 나눈 대화가 전부였다. 톡 내용도 거의 공적(?)인 내용에 가깝다.



<1일>

남편: 자동차 검사할 시간 없으면 내가 다녀올게

나: 검사 완료했어 월요일에

남편: 응 잘했어 고마워



<2일>

나: 어제 하원 때 민이 신발장에 있던 거 챙겼어?

남편: 어 그거 민이가 챙겼어



<3일>

남편: 아직 대전에서 작업 중인데 좀 더 걸릴 거 같아

나: 응 천천히 해

(몇 시간 뒤)

남편: 대전에서 지금 출발해




.....


와 진짜? 이게 다야?

.. 정상...이겠지?








최근 남편의 맥락을 모른다. 내 근황에 대해서도 전한 적은 없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더라도 아이들 이야기만 하는-그러니까 일로 만난 사이가 되었던 듯하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서로 받아들이기에 갑작스러운 듯하다. 다음 주에 이틀 연속 일이 있다는 말도, 이사 비용이 부족할 거 같다는 말도. 가만히 있다가 주요 사건만 서로 전달하는 게 잽 없이 바로 날아드는 펀치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싶다.


그러니까.......!

남편과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하고 싶은 나는, 매일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앎이 쌓여가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거 같다.


그러니 남편과 나의 사적 모임으로 맥락 나눔을 도모해보자. 어떻게 하나, 교환일기라도 쓰자 해야 하나?

따뜻한 호기심으로 바라보며 궁금해하는 것이 올해 남편에게 주고 싶은 내 마음인데...

흠, 대면이 제일 좋지만 이 또한 갑작스럽지 않으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일단 사랑하는 남편께 나 국민학생 때 유행하던 연애편지 한 통 띄웁니다.


여보~~~~~~~~~~~~세요.

자기~~~~~~~~~~~~전에

사랑~~~~~~~~~~~~방에 가서

뽀뽀~~~~~~~~~~~~뽀나 봅시다.... 잉?





연애할 때 내가 좋아하던 사소한 장난+시시껄렁한 농담의 톡부터 보내면서 시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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