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글징글하게 말 안 듣고, 꼭 다 끝나고 나서야 후회한다.
상반기가 거의 막을 내렸다. 물론, 방학 기간 중에도 정규직 공채, 인턴 등의 채용 공고가 간헐적으로 뜨긴 하겠지만 주요 기업들의 공채가 막을 내리고 2달 가량의 여름 방학을 앞둔 시점에서 상반기 정산을 실시한다. 상반기 취준생들을 보면서 느낀 안타까움들, 그리고 하반기에 대비해야 할 내용들을 제대로 추려 보았다. 부디 하반기 취준생들만큼은 상반기 취준생들이 저질렀던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바친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결국 과반수는 그렇게 되리라 이미 예상한다.. 역사는 반복되니까)
# 취준생 曰 "I should have p.p..."
이 맘 때 즘이 되면 취준생들로부터 정말 많이 듣는 말들이 있다. "왜 그 때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그 때부터 그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 섞인 말들을 채용 시즌이 끝나갈 무렵에 몰아서 듣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본격적인 채용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가기 때문에 후회하고 자시고 할 겨를 조차 없다.
1주일에 3~4개 기업의 자소서만 작성해도 멘붕을 경험하게 되는 마당에, 쉴 새 없이 뜨고 마감되는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서류를 작성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인적성이 겹치고, 면접이 겹치고, 그 와중에 또 자소서를 써야하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 대느라 바쁘게 된다.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취준 중간 중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갖기는 커녕 제 시간에 서류를 제출하는 것 조차 버거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연유로 3월, 9월이 다 되어 특강에 참석했던 취준생들 대부분이 금세 몰아 닥치는 채용공고 쓰나미에 특강에서 들었던 주옥 같은 내용들을 자연스레 흘려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취준이 끝나갈 무렵인 6월, 12월이 되어서야 쓰나미가 몰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잔해들을 보며 후회 섞인 한탄을 하게 된다. "선생님, 왜 그 때 이미 늦었다고 하셨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ㅠ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한 번의 공채가 지난 뒤의 일이었다.
# 역사는 반복되고, 취준생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을 뿐이다. 필자는 매번 블로그를 통해서, 그리고 강연을 통해서도 항상 강조해 왔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취업 준비가 빡세다. 공채가 시작되면 자소서를 쓰는 것만으로도 버겁고 시간을 내서 문제점을 찾고,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야 하고, 절박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필자의 얘기를 듣는 순간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내용에 깊이 공감하는 '듯'이 보인다. 문제는, 필자의 얘기 자체는 이해가 갈지 모르겠지만 그 말이 갖고 있는 무게와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처음 시도하는 (or 시험 삼아 몇 군데 써보는) pre-취준이라고 하더라도 죽기 살기로 도전하고, 최대한 많은 기업에 써 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맞는 말이야. 그래도 난 어차피 이번 학기에는 시험 삼아 써보는 거니까 내가 쓰고 싶은 몇 군데 기업만 지원해 봐야지'라고 생각하며 결국엔 소수의 기업들만 지원한 후 고배를 마신 뒤에야 나에게 찾아와 후회 섞인 걱정거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내가 그렇게 얘기했건만..."
또한, 필자는 "자소서를 준비할 때부터 면접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야 한다. 결국에 면접과 자소서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자소서를 쓰는 단계부터 고민하지 않으면, 면접에 가기도 어렵고, 면접에 가서도 고생한다."라고 특강, 스터디, 블로그에서 수없이 강조한다. 하지만, 결국 취준생들은 '맞는 말이야. 그래도 난 지금 당장은 면접을 보지는 않으니까 자소서에만 집중하는 게 좋겠어. 면접은 그 때가서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결국엔 어렵게 얻은 면접의 기회를 여러 번 날리고 난 뒤에야 나에게 찾아와 고해성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나는 말한다. "내가 그렇게 얘기했건만..."
# 꼭 실연의 아픔을 경험해 보고 나서야 그 고통의 무게를 이해하는 취준생들
나쁜 남자에 목을 메는 친구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 섞인 걱정을 늘어 놓는다. 만나지 말라고, 만나면 분명 심하게 다치고 상처 받을게 분명하다고. 내가 당해봐서 비극적인 결말을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그 친구는 나쁜 남자를 만나게 되고, 아니나 다를까 멘탈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끌려 다니다가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필자와 취준생들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들 직접 그 아픔을 겪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상황이었다고 할까? 반면, 취업 재수생들의 눈빛은 다르다. 이미 한 번의 실연을 경험하고 나에게 찾아 온 것이기에 내 말의 의미를, 무게를, 깊이를 이해한다.
꼭 아프고 나야 정신을 차린다는 것이다. 진작에 필자가 하는 말의 깊이와 무게를 이해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정말 좋게는, 한 학기의 시간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한 학기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의미있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취업재수생이 아니라 첫 취준을 하는 취준생들에게는 더더욱 그 의미가 크다.
필자가 취준생들에게 하는 말들은 진심으로 취준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말들이다. "스터디는 안해도 좋다. 특강만이라도 들어라.", "개강하고 나서도 특강은 할테지만 그 때는 이미 많이 늦다. 제발 시간이 된다면 일찍 와서 들어라." 라고 얘기하는 이유도 취준생들이 앞두고 있는 방학 기간이 너무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치열하게 조언을 받아 들이려고 노력하자.
상반기가 끝이나고 이제 본격적인 하반기 돌입까지 두 달여의 시간이 주어졌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시기는 정말 중요하다. 이 시기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하반기의 성적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 꼭 이번 하반기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취업 시즌을 앞둔 매 방학 시기는 실로 중요하다.)
잘 와닿지 않겠지만 정말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심각하게 필자의 말을 받아 들였으면 한다. 그래야만 100%는 아니더라도 필자의 조언을 조금이라도 더 심각하게 받아 들일 수 있게 되고, 지난 상반기, 지난 하반기에 다른 취준생들이 저질렀던 과오와 전철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전초를 마련할 수 있다.
뭐 이렇게까지 얘기해도 난 꼭 저 나쁜시키를 만나서 당해보고 와야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어차피, 필자가 이렇게까지 얘기해도 수많은 취준생들이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취사와 선택은 전적으로 여러분의 몫이다.
O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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