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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ms Jul 20. 2016

#14. 부족한 영어로 해외영업맨을 꿈꾸는 그대들에게

'해외'에서 느껴지는 설렘에 현혹되지 말자. from 해외영업 옴대리

영어 또는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만 해외영업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일부 조건이 붙을 수는 있겠으나 예 또는 아니오 중에 고르자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 들어 
해외영업 직무를 원하는 취준생들이 예전보다 부쩍 더 많아진 느낌이다. 일반적인 영업과는 달리 듣기만해도 설레임을 유발하는 '해외'라는 단어가 앞에 붙어 괜시리 더 취준생의 호기심과 도전욕을 자극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국내여행보다는 해외여행이 더 기대되고 설레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특히, 요새는 주변에서 교환학생 안 갔다온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며, 워킹홀리데이나 어학연수를 위해 해외로 떠나는 등 해외 문화를 접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하고 보편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 때문에도 해외에 관심을 갖는 취준생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해외영업 직군으로의 취업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게 된다. 해외영업 직군에서 일을 하려면 영어 실력은 필수인지, 적정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제 2외국어 능력도 겸비해야 하는지, 영어를 못해도 해외영업을 할 수 있는지까지, 해외영업 직무 수행을 위한 영어(외국어) 실력에 대한 질문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지금은 오픽 AL이 되어 버렸지만) 취업 당시 토익스피킹 레벨 6의 성적으로 해외영업 입사와 동시에 부족한 영어로 사내 수많은 에피소드 양산을 책임졌던 현직자로서 어학 실력, 해외영업과 관련된 궁금증을 낱낱히 풀어 보려 한다.



# 잠깐, 근데 대체 왜 해외영업?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많은 취준생들이 간절함 가득한 눈빛으로 해외영업을 하고 싶다고는 하는데 뭔가 석연치가 않다. 우선, 왜 해외영업을 하고 싶은지, 해외영업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산업의 해외영업을 하고 싶은 것인지와 같은 구체적인 생각이나 계획이 부재한 상태로 무작정 해외영업을 하고 싶다고 부르짖는 취준생들이 80% 이상이다. (필자가 게시한 #11 가장 중요한 직무이해도가 너무 낮은 취준생들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집중적으로 꼬집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해외영업에 무작정 덤비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해외영업이라는 직무 이름에서 느껴지는 정체 모를 이끌림에 무작정 현혹되지 않았으면 할 뿐이다. 소위 말하는 상사를 제외하면, 취준생들이 상상하는 해외를 누비며 영업활동을 펼치는 해외영업 직군을 찾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각과는 달리 엄청난 강도의 야근과 압박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물론, 취준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과 직무라면 하드코어한 업무 강도와 7 to 11으로 반복되는 야근도 견뎌낼 수 있다고 하지만, 입사 후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때는 이미 돌이키엔 늦는다.


단순히 멋있어 보여서, 선망 받는 직무여서,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는 막연함으로 지원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나의 성향과 잘 맞는지에 대해서도 꼭 한 번 더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필자의 경우 취준생 시절 현대자동차 입사를 목표로 할 당시에 뭣도 모르고 해외영업에 지원해서 서류전형에 덜컥 합격했던 경우가 있다.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다..) 하지만, 혹시 지금 나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진심으로 국내영업에서 일해 보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아무리 국내 시장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내가 가장 자신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과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해도 나는 진짜 해외영업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적어도 분명한 이유 하나 둘 정도는 반드시 생각해 두자.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기업에서는 너님이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안부 인사처럼 던지기 때문에라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 두어야만 한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불만 보면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해외라는 단어에 흥분해서 달려들고 보는 우를 범하지 말자.



# 영어, 점수가 낮아도 해외영업을 할 수 있다.


필자에게 영어 실력이 꼭 중요한지를 묻는 대다수의 취준생들은 당연히 영어 실력이 네이티브급이 아니기 때문에 질문을 하게 된다. 하고는 싶은데 자신의 실력의 부족한 실력으로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영어, 외국어 수준이 네이티브 수준이 아니어도 해외영업을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필자가 그러하다. 


하지만, 영어 또는 외국어 실력이 엉망이어도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네이티브 수준이 아니어도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가능한 기본 수준 이상 실력'은 갖추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영어 메일이 메일함으로 들어오고, (당근) 영문 계약서와 입찰 서류들을 검토ㆍ분석하고, 수신된 이메일에 대한 답신을 영문으로 작성하고, 때로는 외국 주문주ㆍ협력사들과 진행되는 미팅에 참여해서 미팅 내용을 듣고 미팅 종료 후에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리기도 해야한다. (해외 지사ㆍ법인 지원을 주업무로 하는 해외영업의 경우 업무 성격이 많이 다르다.)


무조건 하고 싶다라는 의욕만 갖고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업무일 수도 있다. 우선 붙여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다는 패기만 보여주려 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은 감당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이다. 회사에서는 당장 업무에 투입되어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사원을 원하지, 실력은 한없이 부족하지만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쳐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과시하는 지원자들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해외영업을 목표로 하는 지원자라면, 눈에 보이는 영어 점수는 부족하더라도 기본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 또는 기본기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필자의 경우 토익스피킹 점수가 낮았음에도 해외영업 직군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900점 이상의 토익 점수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도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영어 듣기, 읽기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익은 800점대, 토스는 레벨6 정도의 점수였다면 미안하지만 해외영업 직무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꼴이었을 것이다.


스스로가 자신의 영어(외국어)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음에도 '해외'영업이라는 매혹적인 직무에 무조건 끌리지 않았으면 한다. 해외영업 직무에 필요한 영어 자질과 수준은 어느 정도일지 스스로 고민해 보자. 그리고, 보이는 점수는 부족하지만 전 이 정도 영어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영어로도 업무를 해낼 수 있습니다. 라는 자신감은 보일 수 있고, 해외영업 직군을 지원하는 분명한 이유를 갖고 있다면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영어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취준생들이 해외영업 직군하면, 영어(외국어)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당연히 해외 시장에서 해외 고객들을 상대로 업무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 문화에 익숙하고 현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이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여지도 많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하지만, 영어는 도구이다. 외국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미이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가치관, 철학, 업무 센스, 꼼꼼함, 다양한 경험, 친화력, 보고서 작성 능력 등등은 별개라는 의미이다. 물론, 언어 능력 자체도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역량이자 경쟁력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역량과 자질이 해외영업 직무 수행에 필요할 수도 있고, 역량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필자가 속한 제조업의 경우 프로세스, 기계, 배관, 전기, 계장, 구조 등 여러 설계 분야의 인풋이 필요한 기술집약 산업이기 때문에 문과임에도 기술적인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강점이 될 수 있고, 수많은 계약서를 검토하고 독소조항을 찾아 당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법 관련 지식과 설득력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필자의 동기 중 한 명은 공대 출신 엔지니어, 한 명은 사법고시에 도전하다 취업으로 돌린 법대 출신인데 입사 당시 둘 다 준네이티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영어 실력을 갖고 있었다.


또한, 필자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해외영업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자질을 보자면, 대내적으로는 사업관리, 구매, 회계, 재무, 법무, 설계, 생산, 품질, 안전 등의 수많은 유관 부서들과 수시로 협업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주문주, 협력사, 주요 핵심 인사들과의 교신까지 모두 담당해야 하는 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멀티플레이 능력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 실력이 좋다는 사실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성격의 업무들이 아닌 것이다.


영어 실력이 출중하다고 해서 해외영업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고,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하여 직무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영어는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이전에 하나의 수단이며, 다른 역량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냥 영어 잘하는 사람 정도로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임 중에 영어는 잘하지만 부족한(?) 인성과 업무 능력 때문에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의 글이, 해외영업 직군 취업을 목표로 하는 취준생들에게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왜 그렇게 내가 해외영업을 하고 싶은지, 정말 무슨 일인지는 알고 하고 싶은 것인지, 내가 정말 더 잘할 수 있고 재밋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외국어 실력을 걱정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외국어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다른 중요한 역량은 뭐가 있는지도 체크해 보고 내가 가진 고유의 역량과 매치해 보는 시간도 가져 보았으면 한다.



Ohms



http://blog.naver.com/dard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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