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hms Aug 07. 2016

#16.無스펙 이공계 자소서 작성법-LG하우시스(예시)

이공계생들이 갖고 있는 특권을 적극 활용하라.

공대생들 사이에서는 소위 전화기 (전기전자, 화학공학, 기계공학) 면 취업깡패라는 속설이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군이 IT, 화학, 철강, 기계 등의 분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기업들 사이에서 선호되는 전공이라는 게 암묵적으로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는 조선 관련 학과가 공대에서는 으뜸이었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사양산업의 길을 걷고 있긴 하지만..) 


하지만, 취업깡패라고 불리웠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현재의 취업 상황을 보면 갈수록 줄어드는 채용규모와 반비례로 증가하는 취업 준비생 수의 증가로 인해, 사무직, 기술직 나눌 것도 없이 비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한 극심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공대생들도 사이에서도 더욱 치열하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가 있다.


부족한 스펙, 비인기 전공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서류 탈락, 면접 탈락 후 필자를 찾아오는 공대생들이 확연하게 늘어난게 사실이다. 예전과 달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공계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채용 인력의 80% 이상이 이공계 중심의 기술직이며,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SK하이닉스와 같은 제조업 기반의 회사들도 마찬가지이다. 10-20%의 TO를 두고 박터지게 싸워야 하는 사무직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이공계생들에게는 문과생들이 갖지 못하는 특권이 있다. 부족한 대회활동, 학점, 어학, 스펙 등을 갖고도 취업시장에서 충분히 본인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작 이공계생들은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지방대 출신의 이공계생이 현대자동차에 합격하고, 저학점, 무스펙의 건축공학과 학생이 LG하우시스에 합격하는 경우가 그렇다. 극히 소수의 이야기가 아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례의 일부를 언급한 것 뿐이다. 스펙이 부족하더라도 대학생활을 통해 개개인이 쌓은 문제해결 능력과 가치관을 자소서, 면접을 통해서 잘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적어도 본인이 이공계생이라면 어렵다, 어렵다, 안된다, 안된다를 외치기 전에 나에게 주어진 상황과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 석박사 수준의 연구 역량과 결과물을 학부생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이공계생들의 경우 스펙이 부족하더라도 승부를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회사에서 학사를 갓 졸업한 이공계 학생들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입사를 하자마자 현업에 투입되어 혁신적인 기술 개선 과제를 제안하고, 직접 나서 주도적으로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끌어 나갈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을 원하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적어도, 석박사 수준의 학력 또는 관련 분야에서 수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경력자가 아니고서야 이 같은 수준의 스펙과 실력을 학부 졸업생들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학부 출신의 이공계생들에게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1) 지원한 직무의 업무에 적응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주전공에 대한 기본적인 공학지식과 문제해결능력 등), 2)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조직원들과 조화롭게 업무를 수행하고, 조직생활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지 등이다. 즉, 기본적인 업무수행 역량과 조직 적합성, 적응력 등을 보게 된다고 정리해 볼 수 있다. 결국, 본인이 이러한 면모와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인사담당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끔 자소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것이 주된 과제가 되는 것이다. 



# 학부 4년 동안 키운 전공지식이 곧 스펙이자 재료다.


여기서 이공계생들은 그래도 결국 스펙이 있어야 내가 가진 자질과 역량을 강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한다. 스스로는 별다른 경험도, 스펙도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공계생들이 대학생활 4년 동안 밤을 지새며 공부했던 전공서적과 원서들, 그리고 수없이 작성했던 리포트와 과제들까지도 전부 스펙이 될 수 있다.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은 웹코딩부터 앱코딩, DB구축, Interface, Server 관리까지 IT와 관련된 기본적인 수업들을 수강하게 되고, 기계공학과 학생들의 경우 유체역학, 고체역학, 열역학, 제어와 같은 수업들을 통해 자신들의 주전공에 대한 기본적 공학 지식들을 쌓게 된다. 어떤 수업에서는 다른 팀들이 생각지 못했던 창의적인 방법으로 과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직접 드론의 디자인부터 인터페이스 설계, 구매, 제작, 테스트까지 해보는 과정을 통해서 제품 설계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보고 설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졌을 수도 있다. 또한, 전공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관심있는 분야의 과목들을 집중 수강하면서 보다 세부적인 관심과 지식을 키웠을 수도 있다.


특히나 관심 있게 들었던 수업, 집중적으로 수강했던 세부 전공 과목들이 관심 분야가 되는 것이고, 날 밤을 새면서 기 설정된 가설의 수차례 수정을 반복한 끝에 유종의 미를 거두었던 수업은 어려웠던 경험이 될 수 있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어떤 과제를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했으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관점으로 해결방안을 고안했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작성하고자 노력해 보는 것이다. 지원자의 전공에 대한 관심의 깊이, 문제해결능력, 열정과 노력, 사람 됨됨이 등을 엿 볼 수 있도록 자소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장밋빛 희망고문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례다.


2015년 하반기, 비인기 전공, 스펙과 경험의 부족함을 한탄하던 공대생 3명이 찾아왔다. 자소서에 작성 할 만한 소재 거리가 없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반복했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전공에 대한 자신감을 찾도록 도와주고, 학부 시절 관심 있게 혹은 강도 있게 수강한 과목,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살려 자소서를 구성했다. 3명 중 2명은 작년 하반기 다수 대기업의 면접을 보러 다닌 끝에 최종합격을 할 수 있었고, 그 중 한 명은 작년 하반기 4군데 이상 대기업의 면접을 보았음에도 최종합격은 할 수 없었지만 올 상반기 원하는 기업에 최종합격을 할 수 있었다. 2015년 상반기 LG하우시스에 입사한 건축학과 공대생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믿었으면 한다. 보다 현실적인 말을 하나 보태자면, 이공계생들의 경우 문과생들에 비해 자소서, 면접에 신경 쓰는 학생들이 적고, 신경을 써도 output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인 즉슨, 남들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자소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한다면 다른 지원자들 사이에서 돋보일 수 있는 여지가 높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부족한 스펙과 경험을 탓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쌓은 전공 지식과 경험들을 자소서, 면접에 잘 녹여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대학 4년 동안 학교 수업만 듣느라 특별한 외부활동이 없다는 걱정은 그만하자. 차분히 지난 과거, 대학생활을 돌이켜 보면서 과정 하나 하나를 복기하면서 정리해 보면 좋겠다.



# 이공계생 자소서 작성 사례 


[Bad Case - 대림산업 플랜트 설계]                             


4. 자신이 팀의 일원으로서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타인과 협력했던 경험이 있으면 기술해 보시오. (500)
 
열유체설계실습 수업에서 열과 유체의 흐름이 중요한 제품을 선정하여 ANSYS 프로그램을 통해 유동을 해석하고 제품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  2달간 진행하는 프로젝트였기에 팀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참여하는 자세가 중요했고 가장 좋은 소통은 서로에게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역할 분담을  때도 무작정 정하지 않고 들었던 수업과 자신이 지금까지 프로젝트에서 했던 역할들을 계속 물어보고 비교하면서 가장    있는 역할로 분담하였습니다. ⓒ 또한 ANSYS 프로그램을 모든 조원이 처음 배우고 사용하는 것이라 역할을 분담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서로에게 피드백을 해줘야 했는데 이때에도 자신이 어디까지 진행했고   있는지 지겹도록 물어보고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 질문을 통해서 각자의 능력과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때를 계기로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원자가 구체적으로 무슨 목표를 갖고 뭘 협력했다는 것인지 드러나 있지 않다. 열유체설계실습을 들으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거기서 과제가 무엇이었으며, 그래서 어떤 중요한 목표를 세웠고,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타인과 협력해 나갔는지에 대한 디테일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 글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지원자가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 어떻게 협력해 나가는지 납득하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자소서를 작성해보면 좋을까. 먼저, ⓐ 부분에서 2달간 프로젝트를 하면서 과제 수행을 위한 제품선정도 해야하고, 실제로 제품샘플들을 구해서 직접 테스트를 해보고, Data를 수집하며, ANSYS 프로그램을 돌려 의미를 도출하고, 발표자료까지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이 많은 분량의 프로세스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팀원들간의 적극적인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이 지원자가 처한 상황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구나 정말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었구나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이 너무 길어지는 것이 아니냐 반문할 수 있지만, 충분히 Simple 하게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에서는 내용적으로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역할 분담을 얘기하는 ⓑ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 부분을 ⓐ 부분에서 작성한 맥락에 맞추어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인원을 현장팀과 분석팀으로 나누었다. 현장팀은 제품을 선정하고 연구 계획을 세우는 팀과 실제로 준비된 제품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Data를 수집하는 팀으로 나뉘었고, 분석팀은 주어진 Data를 툴을 이용해서 분석하는 팀과 거기서 의미를 도출하고 보고서로 결과를 정리하는 팀으로 나누었다. 는 식으로 작성하게 되면, 실제로 팀원들 간에 어떤 식으로 역할이 구체적으로 구분되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일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었음을 동시에 어필할 수 있습니다.

ⓒ 부분도 구체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인 프로세스나 과정이 드러날 수 있도록 역할은 분담 되었지만 각 팀 별로 진행 과정을 이틀에 한 번 만나 미팅을 갖고 피드백을 나눴습니다. 또한,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서로 모든 자료를 공유하고 수시로 토의를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와 같이 작성해 볼 수도 있다.

아마 위에 작성된 대림산업 4번 자소서 항목을 보며, 무난하게 작성되었다고 생각하는 취준생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1) 피드백을 남긴 부분처럼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게 되면 훨씬 설득력 있게 스스로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과, 2) 공대생들의 경우 특별한 스펙이나 외부활동이 없다고 할지라고 대학교 4년간 빡시게 학교를 다니며 수행했던 숱한 과제와 공대수업들을 바탕으로 차별성을 갖는 자소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Good Case - LG하우시스 설계]


2. 해당 직무에 지원하는 동기를 본인의 경험과 연계하여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0)

최적의 기술 솔루션과 제품으로 고객만족을 실현하겠습니다. 모듈러 건축에 특화된 커튼월을 직접 설계했던 경험은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제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시공 수업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조립·해체가 가능한 경기장으로 재구성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 종료 후 경기장 활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경기장의 조립과 해체가 가능하다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모듈러 구조로 재구성했습니다. 모듈러 구조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조립·해체 과정에서 시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설비와 마감을 모두 포함하는 상태에서 조립과 해체가 가능하도록 모듈을 구성했습니다.
모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커튼월을 연결하는 방법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커튼월 프레임이 갖추어야 할 차수성에 시공성까지 확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상부는 ㄱ자, 하부는 ㄴ자로 구성된 프레임을 퍼즐형식으로 조립하고 나사로 고정하는 방법으로 차수성과 시공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모듈을 양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처짐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커튼월이 파괴될 수 있었습니다. 처짐에 따른 변위에 대응하기 위해 커튼월과 프레임을 Sliding방식으로 연결했습니다. 수직변위보다 수평변위가 발생하기 때문에 Rocking방식보다 Sliding방식이 적합하다 생각했고, Sliding방식으로 처짐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만의 커튼월을 직접 설계하면서 커튼월에 대해 깊게 공부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커튼월 설계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장식자재 기업 LG하우시스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겠습니다.

→ 
전체적으로 프로젝트에 대한 상황 설명, 지원자가 가졌던 문제의식, 문제접근 과정과 해결방법, 그리고 결과까지 구체적이면서 깔끔하게 드러나고 있다. 모듈러 구조로 경기장을 재구성했던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지원자가 어떻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 나갔으며 이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까지 자소서를 읽고 평가하는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 인턴 경험, 어학 점수, 학점이 필요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있으면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다. 오늘 글은 자신의 대학생활이 좋은 스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스펙 키우기와 부족한 재료 탓에 여념이 없는 취준생들을 위한 지침일 주고자 하는 것이 필자의 메시지이다.



Ohm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