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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Oct 26. 2018

난 목요일이면 글을 쓴다

나다움을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모방하자

글을 작성하고 받는 피드백은 꽤나 즐겁다.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기쁘고, 미처 몰랐던 사실을 전해 들으면 재밌다. 몇몇은 글의 내용과 흐름이 이상하지 않도록 수정 작업을 도와준다. 가끔은 글을 통해 촉발된 대화로 생각이 확장되거나 다음 글감을 얻기도 한다. 이번 글도 지인과의 담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속은 어떨까? 까봐야 안다. 속이 기대와 다르면? 다른 걸 찾자.
"목글은 어떻게 진행해? 누구랑 하는데? 근데 글 쓰는 게 재밌어? 재미없을 것 같아ㅠㅠ."

모든 사람의 취향이 같진 않다. 나는 글 쓰는 게 재밌지만 누구한텐 이보다 더 재미없는 일이 없다. 나도 재미없는 건 싫다. 재밌어서 하는 취미 활동이다. 한번 따라 해 보는 건 좋지만 해보고 별로라면 다른 걸 찾으면 된다. 찾았다면 재밌는 취미를 더 재밌게 만드는 방법을 궁리한다. 목요일의 글쓰기도 그런 방법 중에 하나이다.


"지난 글 잘 읽었어ㅋㅋ 근데 내 생각에 남 베끼는 건 딱히 좋은 방법 같진 않은데. 그걸로 나다움을 찾을 수 있을까?"

모방과 표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모방은 '다른 것을 본뜨거나 본받는 행위'이고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베끼어 쓰는 행위'이다. 전자는 남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후자는 이득을 위해 남의 것을 자기 것인 양 행세하는 모양이다. 표절과 달리 모방은 좋은 부분을 흡수하고 내 경험에 살을 붙이는 활동이다.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온고지신과 닮았다. 그 과정 속에서 나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글을 왜 쓰냐? 도움이 되고 재밌으니까!


근 몇 달간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내 글 쓰기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남들을 따라 하며 시작됐다. 오래 쓰기 위해서는 '목요일의 글쓰기'가 좋아 보여서 모방했다. 처음엔 내가 경험하고, 성장하고, 나다움을 찾기 위한 목적이었다. 한데 지금은 재밌어서 한다. 재밌으니까 모방을 하고, 더 재밌고 싶어서 모방할만한 다른 활동을 탐색하고 있다. 자신의 성장도 좋은 동기가 될 수 있지만 결국 재밌지 않으면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재미가 가장 강력한 동기이다.


재미와 나다움을 원한다면 여러 가지 활동들을 모방해보자. 그게 글쓰기든 그리기든 액티비티든 촬영이든.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는 줄어든다. 30대에 접어들 인생의 활동반경이 결정된단 말도 있다. 우리는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 재밌는 걸 더 많이 찾아둘 필요가 있다. 해보지 않아서 재밌는 걸 모르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이번 글에선 내가 실천해보고 있는 모방들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재밌어 보이면 한 번쯤 따라 해 봐도 좋겠다.




목요일의 글쓰기

커피라이터(Coffee writer)


#목요일의글쓰기 해시태그와 단톡방


'목요일의 글쓰기'는 그 자체가 모임 명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에 '#목요일의글쓰기'를 입력하면 매주 목글을 작성하는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글을 써서 태그만 달아도 함께 참여하는 거다. 우리는 여기에 더해 모임 이름을 '커피라이터'라고 정하고 목요일마다 만나고 있다. 커피라이터는 매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써서 택한 이름이다. (사실 처음 모임을 만든 날 그냥 적어놨는데 반응이 좋아서 채택됐다.) 목글은 함께 모여서 적는 만큼 나름의 규칙을 갖고 있다.


'목요일의 글쓰기' 규칙
1. 글은 2 문단 이상으로 작성하기(주제는 자유)
2. 목요일마다 모여서 적기(카페는 매번 다른 곳)
3. 글을 쓰면 톡방에 공유하기(사진, 브런치, 블로그, 에버노트 등)
4. 글에 대한 피드백 하지 않기
5. 사정이 있어 모임을 빠질 때도 꼭 글 적어서 공유하기
6. 목요일까지 작성이 어렵다면 늦어도 주말까지 완료하기
7. 주말까지 글 작성을 완료하지 못하면 기부금 5,000원 제출하기(책 만드는 데 사용)


본래의 '목요일의 글쓰기'와 다른 점은 목요일마다 모여서 적는 점에 있다. 배민 마케터들이 시작한 목글은 하나둘씩 멤버가 늘어 어느덧 열댓 명을 훌쩍 넘어섰다. 모이고 싶어도 모두 모이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시간이 맞는 사람끼린 모여서 적는다고 한다.) 반면 우린 5명이기에 매주 모이는 게 가능하다. 서로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게 좋은 영감을 준다는 걸 느꼈기에 매주 모이기로 했다.


모이면 식사를 하며 여러 담화를 나눈다. 딱히 영감을 얻을 목적으로 대화하는 건 아니다. 서로의 관심분야가 많이 달라서 대화 자체가 재밌다. 재밌으니 계속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하나의 주제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게 된다. (멤버를 결성할 때 고려하면 좋을 부분인 듯하다.) 카페에선 미리 정해온 주제에 따라 각자의 글을 적는다. 못 다 쓴 글은 집에 가서 갈무리를 짓고 서로에게 공유한다.


하나 더 특이한 점은 페널티로 기부금을 제출한다는 건데 글을 작성하는 동기부여 차원에서 추가했다. 벌금보다는 기부금이 완만한 표현인 것 같아서 기부금이라 명했으며, 기부금으로 모이는 돈은 책 만드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배달의민족 '매거진F'


매거진 커피라이터

글 쓰기의 최종 단계가 있다면 아마 여러 글을 묶어 하나의 책을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연말까지 짧은 매거진 '매거진 커피라이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나누어줄 정도로 소량만 제작해볼 예정이다. 배민의 '매거진F'와 비슷하다. 하나의 주제로 묶어 여러 주제로 계속해서 만들어볼 요량이다. 처음은 '숫자'를 주제로 정했다.


매거진은 12월에 북바인딩(Book binding)으로 제작한다. 북바인딩으로 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을 것 같으니까! 각자가 전해줄 책은 각자가 만든다. 무엇하나 같은 것 없이 한정판으로 세상에 나오는 거다. 손수 만든 매거진이라 결과물이 투박하고 못나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재미이자 매력이지 않을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도쿄규림일기, 뉴욕규림일기

그림 모방하기


규림일기와 예전에 그렸던 그림들.

글쓰기 다음은 그림으로 정했다. 나는 예전부터 손에 힘주어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한 획만으로 그림을 망칠까 겁이 나서 세게 그리질 못한다. 그런데 김규림 작가는 쓱 그려낸다. 남에게 보여줄 생각 없이 자신을 위해 그렸다. 그래서 거침없다. 하고 싶은 말도 전부 적혀 있다. 독자들에겐 오히려 그게 굉장한 매력포인트다. (내 생각이다.) 규림일기의 좋은 점들을 본받아 나도 그림을 그려보려 한다.


오뭉노트

'도쿄규림일기'와 '뉴욕규림일기'는 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김규림 작가는 여행을 갔을 때 더 많이 쓰고 그린다. 허나 그 내용에는 남들이 다 가보는 명소가 별로 없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거리나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점, 서점, 도서관을 중심으로 책이 전개된다. '여행을 가서 오랜 시간 그림을 그리면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야말로 여행을 더 기억에 남게 하고 나만의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목글 쓰러 가서 재밌던 일 그림으로 기록!

지금은 일상을 하나씩 그려보고 있다. 10/30일부터는 친구가 있는 나리타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동안 나도 그림일기를 그려볼 심산이다. '오뭉노트'라고 적어놓고 즐겁고 영감을 얻는 순간순간들을 기록하는 거다. 그리다 재미가 더해지면 그림과 연관된 다른 활동도 찾아볼 생각이다. 글쓰기에서 북바인딩으로 연결한 것처럼 다른 활동과 연결고리를 찾는 거다. 그렇게 찾은 놀이가 정말 재밌어서 10년 후에도 즐기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글쓰기에서 목요일의 글쓰기로. 그리고 북바인딩으로.

그리기에서 그림일기로. 그리고 다른 무언가로.


자신만의 것을 원하면, 재미를 원한다면 모방을 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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