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마케팅의 3가지 종류
사티완!
"저기 혹시 배스킨라빈스가 어느 쪽인가요?"
"네? 배스킨라빈스요?"
'매장 사진'
"아! 사티완!"
일본에서 배스킨라빈스를 발음하면 알아듣는 이가 적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사티완(31)'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대부분의 나라에선 배스킨라빈스라고 부르는데 왜 일본은 사티완이라고 부르는가? 그 이유는 현지화 과정에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일본에 입점할 때 브랜드명이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31'이라는 숫자를 내세우기로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로고도 '31'을 이용해 따로 만들어 'BR'로고와 함께 쓴다. 덕분에 한 달 내내 각기 다른 아이스크림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사티완 아이스크리무'라고 불리며 성공적으로 일본에 진출할 수 있었다. 숫자가 글자보다 각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사례이다.
이처럼 주변엔 숫자를 활용한 마케팅 사례들이 많이 있다. 제품이 가진 상징성이나 특징을 드러내거나 각인, 혹은 구매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은 11월 11일을 맞이하여 숫자 마케팅 사례들을 3가지로 나눠서 살펴보려 한다.
배스킨라빈스 31
31가지 맛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본래의 의미는 31일, 한 달 동안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세븐일레븐
AM7시부터 PM11시까지의 영업시간. 초기에는 제빙 회사였으나 이례적인 영업시간을 바탕으로 간단한 빵과 우유 등을 팔았었다. 이것이 발전하여 편의점이 되었고 화제가 되던 영업시간을 브랜드 명으로 변경하였다.
GS25
'Grow with uS 25'. 뜻을 풀어보자면 함께 가는 내일 24시+1시이다. 고객을 위해 24시뿐만 아니라 1시간의 서비스 시간까지 더한다는 의미.
11번가
사람과 사람의 1:1 커뮤니케이션. 1+1의 혜택과 정보, 재미를 제공하는 커머스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가장 완벽하다고 여겨지는 숫자 10에 1을 더해 완벽 그 이상을 추구한다는 뜻도 있다.
챔피언 1250
아이파크몰이나 스타필드에 가면 볼 수 있는 '챔피언 1250'. 어린이 하루 권장 소모 칼로리 1250kcal를 모두 소모하고 갈 수 있는 놀이터이다.
좋은데이1929
올해 초에 나온 좋은데이1929. 무학의 창립연도인 1929년과 19~29세 젊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2080 치약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치약. 20대의 건강한 치아를 80대까지 유지하자는 뜻을 지녔다.
비타 500
100ml 1병에 500mg의 비타민이 함유한다는 뜻으로 프로모션에서도 레몬 7개, 사과 35개, 귤 9개와 상응하는 비타민C 함유를 강조한다. 500mg의 비타민을 제품 명에 넣고 수와 이미지를 통해 각인을 시키는 마케팅 방법이 눈에 띈다.
17차
녹차, 산수유, 뽕잎, 홍화씨, 메밀, 둥굴레, 결명자, 구기자, 율무, 귤피, 영지, 치커리, 대맥, 상황, 옥수수, 현미, 차가 등 17가지 약재가 들어가 있는 차 음료이다.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맑은 피부로 돌아갈 시간'과 같은 카피를 더해 출시한 첫 해부터 대 히트를 쳤다.
2%
몸에 수분이 2% 부족할 경우 사람이 가장 갈증을 느낀다는 과학적 근거에서 나온 제품 명이다.
여명 808
807번의 실패를 겪고 808번째에 제품 개발을 성공하며 정해진 상품 명. 이름을 보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재도전한다는 이미지를 떠올렸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그런 뜻인 줄 알고는 조금 놀랐다.
오뚜기 3분요리
오뚜기의 3분요리의 대표 제품은 '3분 짜장'과 '3분 카레'. 카레는 조리가 오래 걸리는 식품인데 3분이라는 숫자로 카레가 무조건 오래 걸린다는 인식을 바꿨다. 짜장과 카레가 인기를 끌자 3분 시리즈가 줄지어 출시됐다.
자동차 시리즈(SM3, 5, 7, 9/K3, 5, 7, 9)
자동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서 K5라는 모델 명을 보고 '5번째 시리즈구나!'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K5는 5번째 모델이 아니다. 사람들이 숫자 중에 홀수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에 홀수 만을 제품 명에 넣었기 때문이다. 첨언하자면 문화권에 따라 홀수나 짝수를 선호하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홀수에 완벽하지 않음에도 안정감을 준다는 매력을 느끼는 듯하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중국에선 2, 4, 8과 같은 짝수를 선호한다. 해서 우리나라에선 K3, 5, 7, 9와 같이 모델명에 홀수만을 포함하여 출시했고 중국 시장을 겨냥한 K2, K4는 짝수만을 포함한 모델명으로 생산됐다.
레드벨벳
43(아이린), 20(슬기), 31(조이), 77(웬디), 17(예리). 멤버들이 숫자가 새겨진 옷을 입고 나타나 궁금증을 자아냈던 적이 있다. 각자 멤버들에게 의미 있는 숫자를 선택해서 입었다는 말에 어떤 뜻이 담겨 있을지 추측하는 글이 각종 커뮤니티에 도배됐었다. 연예인이 숫자 마케팅을 활용한 건 레드벨벳이 처음은 아니다. 모든 멤버가 재결합을 해 화재를 불러일으켰던 그룹이 신인시절에 활용했던 방법이다. 바로 H.O.T! H.O.T를 기점으로 SM의 많은 멤버들이 숫자 마케팅을 활용했다. 멤버마다 다른 숫자가 이름보다 그 멤버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에 훨씬 용이하다고 판단한 SM의 전략이다. 숫자가 문장보다 각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실례이다.
쇼미 더 머니 777(트리블 세븐)
속편이 나올 때는 이전보다 좋은 퀄리티의 프로그램을 기획해야만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쇼미의 제작진들이 가졌을 부담감을 상당했을 터다. 매번 크게 다를 게 없다면 흥미를 잃은 시청자들이 떠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쇼미는 트리플 세븐이라는 기획을 한다. 777 잭팟의 의미를 살려 2배나 증가한 상금의 액수를 강조하고 프로듀서가 참가자들에게 배팅을 하게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배팅된 금액을 바탕으로 랩 배틀을 벌여 배팅액을 뺏고 뺏기며 상금을 쟁취해 나간다. 단순히 승자와 패자만을 가르던 이전 시리즈와는 확실한 차이였다. 마미손 영상을 통해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이런 기획에 흥미를 느껴 쭉 보게 됐다.
데이 마케팅
2/14, 3/14, 11/11. 정해진 날짜가 되면 특정 제품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이다. 처음에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가 크게 성공하고 이에 힘입어 다양한 데이 마케팅이 등장했다. 삼겹살데이(3/3), 블랙데이(4/14), 오리데이(5/2), 로즈데이(5/14), 키스데이(6/14), 실버데이(7/14), 포토데이(8/14), 그린데이(9/14), 와인데이(10/14), 가래떡데이(11/11), 무비데이(11/14), 31 데이(매월 31일)가 그 예이다. 일단 한번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남들이 하는데 자신은 안 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연인관계에서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을 챙기지 않았을 때는... (확인하고 싶어도 확인을 못한다)
그리고 오늘은 11/11 빼빼로데이였다. 데이 마케팅 중에도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날이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 데이는 커플끼리, 혹은 이성끼리 선물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빼빼로데이는 남녀 상관없이 서로 빼빼로를 주고받곤 한다. 빼빼로 매출의 반 이상이 빼빼로데이 때 발생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빼빼로데이에 동참하는지 알 수 있다. 재밌는 건 마케팅 대상이 빼빼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머스들은 이를 활용해 더욱 높은 매출을 올리려고 마케팅을 진행한다. 그중 눈에 띄는 건 단연 11번가와 위메프이다.
11번가 '십일절'
11번가는 브랜드명부터 숫자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11 마케팅을 자주 펼쳤다. 그런 11번가에게 11월 11일(빼빼로데이)은 최적의 소재이다. 그래서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11일 동안 본격적으로 십일 절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단순히 할인을 하는 행사라면 관심을 얻기 어렵겠지만 이번 프로모션은 꽤 흥미가 갔다. 어쩌다 보게 된 광고 영상이 썩 괜찮았기 때문이다.
열일한 나에게 십일 절에 선물을
얼굴 천재로 이름을 알린 차은우를 모델로 한 광고 영상에선 열일한 나를 위해 선물하라고 한다. 소확행, 나를 위한 소비 경향이 뚜렷해진 요즘 딱 맞는 카피이다. 빼빼로데이만을 떠올리던 소비자들에게 11번가는 '아냐. 꼭 남을 위해 선물할 필요는 없어. 너를 위해서 한번 선물해봐'라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많은 소비자들이 이에 동조했다. '그래, 내가 이렇게 일했는데! 나한테 선물 하나쯤 하면 어때?' 하면서.
광고보단 실제 혜택이 중요하다. 확실히 관심을 기울인다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꽤 있었다. 사용할 수 없는 쿠폰(조건이 까다로운)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용 가능한 쿠폰들이 많다. 여기에 타임딜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수량이 파격적이진 않아서 쉽진 않다. 다만 나도 가능하다는 생각에 자주 앱을 방문하게 된다.
타임딜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뚜렷하게 구매할 물품을 정해서 방문하기보다 충동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에 타임딜 전후로 상품을 탐색한다. 탐색하는 과정에서 저렴하다 느껴지는 제품을 발견하면 이를 구매하곤 한다. 타임딜을 하기 위해 들어온 소비자들이 다른 상품을 보며 구매욕구가 자극되는 거다. 따라서 탐색 시간이 높아질수록 자연스럽게 고객 1명당 구매 액이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파격적인 딜을 하더라도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도 작년에 비해 2~3배가량 많은 제품을 판매했으며 타임딜을 통해 17만 개가 넘는 상품을 모두 완판 하는 성과를 거뒀다.
위메프 '블랙 1111 데이'
위메프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따서 '블랙 1111데이'라고 명했다. 11번가는 타임딜을 통해 매일 4번의 선착순 판매를 진행했다면 위메프는 AM 11시, PM 11시에 특가 판매를 진행했다. 재밌는 점은 상품을 공개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7%나 거래액이 높아졌다. 거래 건수는 36%만 증가한 것으로 볼 때 1명당 구매액이 눈에 띄게 증가한 걸 알 수 있다.
11번가와 위메프의 공통점은 가격을 13,111원과 같이 1을 넣어 설정했다는 점과 특가 상품은 작년보다 확실하게 가격을 확 낮췄다는 점이다. 파격적인 미끼상품을 공개함으로써 저렴하다는 인상을 남겼고, 해당 커머스의 상품이 믿을 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이런 마케팅 방법이 통해 파이를 나누는 제로썸이 아닌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빼빼로데이가 되었다.(이베이의 빅스마일데이나 티몬 타임어택 역시 특가상품 모두가 완판 되는 쾌거를 거두고 작년보다 더 높은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물론 빼빼로도 없고 에어팟도 특가 구매도 실패한 나는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