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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Nov 18. 2018

고객에 집중하기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라
교과서적인 말. 이보다 상투적인 말을 찾기도 어렵다. 마케팅 서적을 보든 강연을 들으러 가든 어디서나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문장이다. 

'맞아 맞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지.'

너무 뻔하고 당연해서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게 뭘까? 막상 고민하기 시작하면 막연하다.

고객 중심의 사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집중한다는 건 뭐지? 우리는 정말로 잘 알고 있는 게 맞는 건가? 




1. 아는 건 시작점일 뿐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잘 안다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공부할 때를 떠올려보자. 책을 쭉 한번 읽고 나면 다 아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대로 시험을 치르러 가면 답을 다 맞힐 것 같은 자신감이 마구 솟구친다.


하지만 막상 시험을 볼 때가 되면 깨닫게 된다. '이런 내용이 있었나?', '이게 뭐였더라?', '이 질문은 본 적이 있는데... 어떤 답을 해야 하지?'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사실을. 문제를 해결하며 체득한 게 없으니 머릿속에 남아있는 게 없다. 사고하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도 전혀 없다.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해보지 않는 이상 발전의 여지는 남지 않게 된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머리로 인지한 데서 멈춘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행동으로 옮겨야 비로소 진짜 '아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 실천하는 과정에서 고객에 집중하는 그 브랜드만의 방식을 수립해가는 게 필요하다. 


우리 브랜드가 고객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KPI가 무엇인지를 보면 된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다면 '다운로드 수, 페이지 뷰, 회원가입 수'를 KPI로 설정하진 않는다. 이런 지표가 높은 수치를 보이는 건 고객에 집중한 결과가 나타난 것뿐이다. 결과지표가 아닌 상황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를 KPI로 설정해뒀어야 한다. 수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다면 그 과정에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지표를 찾아냈을 테니 말이다.



2. 고객에 집중하는 브랜드

고객에 집중하는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어떤 게 고객에 집중하는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가 담겨있다. 또한 사례들을 모아 보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길러볼 수도 있다.


에어비앤비(airbnb)

'여행은살아보는거야' 해시태그와 스토리북

인스타그램에서 '#여행은살아보는거야' 태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캠페인을 통해 캐즘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당시 한국에선 남의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머무는 게 다소 꺼려졌고, 유명한 장소를 찾아 돌아다니는 여행 방식에 의문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은 꽤나 관심이 생기는 제안이었고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그 결과 에어비앤비라는 브랜드의 존재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다음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문제에 집중했다. 자녀들을 데리고 호텔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집으로 간다는 것은 부모들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에어비앤비는 이에 '안녕, 꼬마감독' 캠페인을 통해서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여행의 모습을 보여주며 불안감을 불식시켰다.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한 좋은 사례이다. 


최근의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에 집중하고 있다. 정확히는 여행객과 호스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행객들은 여행이라는 목적으로 에어비앤비를 방문하지만 호스트는 돈이나 경험을 위해서 신청한다. 이중에 호스트의 '경험'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 판단하고 관심을 둔 것이다.


전혀 알지 못했던 다양한 여행객들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구성한 여행을 제안해보는 경험.
나의 집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새로운 공간으로 변하는 경험.


에어비앤비의 여행은 호스트와 여행객이 함께 완성한다. 호스트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게 곧 여행객에게도 더 좋은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단순한 숙박 플랫폼이었다면 에어비앤비는 성장할 수 없었을 거다. 여행객과 호스트. 두 주체가 형성하는 관계가 모여 에어비앤비만의 차별점이 되고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이제는 거대한 에어비앤비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커뮤니티


타다(tada)

타다 서비스와 브런치 후기 글

'쏘카'를 운영하는 기업에서 '타다'서비스를 오픈했다. 쏘카에서 보유하고 있는 카니발 차량과 기사들을 매칭 시켜 현재 택시 서비스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만든 서비스이다. 최근 이런 '타다'의 후기 글들이 SNS에 포스팅되고 있다. 작성자들은 후기에 대한 어떤 대가도 받지 않지만 정성스럽게 타다의 장점을 어필해준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타다의 마케터가 되어주는 셈이다. 왜일까? 후기를 읽어보면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지금의 택시 서비스보다 경험이 좋아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택시 서비스에는 불편한 경험이 많았다. 카카오 택시가 나온 뒤 조금 더 편리해지긴 했다. 승차하기 전 승객과 기사의 연결을 더 편하게 해 줬다. 하지만 승차 이후의 경험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타다는 이 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카니발 차량이라 넓고 쾌적한 공간, 필요 외의 말을 걸지 않으며 별도의 교육을 받은 기사분들, 핸드폰 기종 별로 구비된 충전기와 등록된 카드로 자동결제까지.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경험의 차이에 감동받은 고객들이 이용자에서 미디어로, 그리고 마케터가 되어 타다를 홍보해준다. 고객들이 느끼던 문제를 그들의 입장에서 해결하려 노력했기에 나타는 현상이다.


물론 서비스가 완벽하지는 않다. 이제 막 생겨난 서비스라 아직 부족한 점들이 있다. 기사들이 호출을 받고 고객을 선택하는 점. 늦은 새벽 시간대에 이용이 어렵다는 점. 서울 지역만 제대로 서비스가 되고 있다는 점. 교대 시간이 되면 먼 운행을 승낙하지 않는다는 점(기사 분들께 여쭤보니 기사 분들의 운전하는 시간대가 나눠져 있고 30분 이상 초과운행이 아니면 추가 수당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교대 시간에 먼 운행은 승낙하지 않는 편이다.)들은 아직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했기에 많은 지지자들을 얻는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던 것은 틀림없다. 타다가 진짜 고객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남을 지는 앞으로 위와 같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갈릴 거라 생각한다.


'타다'의 웰컴키트

타다를 이용해 보고 다소 안타까웠던 것은 웰컴키트다. 웰컴키트가 별로라서가 아니라 좋아서 안타깝다. 고객 경험이 좋기 때문에 후기 글들이 SNS에 올라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서비스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웰컴키트를 이용객 본인이 받는 게 아니라 추천제로 지인에게 선물하는 방식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내가 아니라 지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을 때 비로소 링크는 공유되었다. -오가닉마케팅, 윤지영 저


페이스북의 공유가 많은 게시물 중에서 친구 공개 혹은 전체 공개로 공유된 게시물은 얼마나 될까? 보통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게시물은 나만 보기로 공유한다. SNS 인증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잠깐 올려놓고는 금세 나만 보기를 하거나 게시글을 삭제해버린다. 생각해보면 지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데 '공유'한다는 게 더 웃긴 맥락이다. 타다의 경험은 매우 좋은 편이다. 서비스를 이용한 서울 거주자들은 더는 택시를 못 타겠다고 할 정도이다. 그렇기에 추천제로 지인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었다면 더 큰 바이럴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안타까움이 남는다. 이용객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기기에 추천할 이유는 충분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기업에서 주는 혜택과 내가 지인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건 엄연히 다르니까.



3.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과거에는 제품을 만들어서 미디어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면 됐다. 최대한 관심을 끌어서 많이 클릭하고 사용하게 만든다면 성공적인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클릭하고 사용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구매 혹은 서비스를 이용한 이후의 경험이 더 중요해졌다. 고객은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경험에 따라 추천하기도 비판하기도, 언급하지 않기도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포함해서 하나의 브랜드를 경험하고 있다. 성공적인 마케팅은 브랜드를 둘러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자체적으로 바이럴 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이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음 3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1) 서비스의 경험을 끊기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
2) 콘텐츠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3)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끊기지 않는 서비스 설계

옷 정보를 하나 보려는데 바로 가입하라고 한다면? 그 쇼핑몰은 조만간 망할 거다.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는 서비스는 고객이 떠날 수밖에 없다. 툭툭 끊어지는 브랜드 경험은 높은 이탈률과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가 할 일은 고객들이 끊김 없는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고객도 나와 다를 게 없다. 나도 충분히 옷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만족스러운 브랜드 경험을 했다면 그 이후에 나타난 가입 제안에 기꺼이 응해주지 않는가. 고객도 마찬가지다.


만족할 수준의 콘텐츠

대부분의 기업이 서비스를 만들고 나면 알리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고객이 만족하지 못할 수준의 콘텐츠라면 오히려 역효과만을 가져온다. 한번 쌓인 부정적인 경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이후에 아무리 좋은 경험을 제공해줘도 쉽사리 잊히질 않는다. 따라서 소수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모든 콘텐츠를 모든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데까지 집중해야 한다. 이 소수의 고객들의 부정적인 경험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은 부정적인 경험을 상쇄시켜준다. 예를 들어, 내 계정에 대한 접근 권한이 버그로 인해 차단됐었다고 해보자. 처음엔 화가 나서 따진다. 하지만 이때 그 기업이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상응하는 보상을 해준다면? 고객은 이런 과정까지 전부 포함해서 그 브랜드에 대한 경험으로 인식한다. 홍보는 이렇게 콘텐츠를 쌓은 다음의 영역이다.


브랜드 네트워크

지금 젊은 세대가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결국 참여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경하고 만져볼 뿐 아니라 참여를 통해 그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한다. -참여감, 리완창 저

위의 글에서 시사점이 있다. 고객들은 하나의 완성된 제품을 사는 게 전부가 아니다. 고객이 개발과정, 판매, 홍보, 운영의 과정에 관여하게 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그들에게 해당 제품은 완성품뿐만 아니라 참여한 과정도 포함된다. 고객과의 네트워크, 참여한 경험, 완성품까지 모든 걸 포함해서 하나의 제품이 되는 거다. 지금 시대에 탁상공론으로 만든 완성품만을 제공하려 한다면 고객과의 네트워크를 쌓을 기회를 포기해버리는 셈이다. 기업의 서비스를 바탕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야말로 바로 그 기업의 진짜 서비스이며 다른 기업과의 차별점이다. 우리가 해야 할 마케팅은 그런 브랜드를 둘러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고객에 집중한다는 것, 그건 곧 고객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이미 고객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전부 말하고 있다. 그들이 브랜드를 경험하고 말하는 바에 집중하면 된다.

그걸 해결해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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