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는이야기 May 24. 2016

여성운전자 차 사고나면,
당황하지 말고 이렇게

[여성운전자 사고대처 요령] 차분히 현장보존한 뒤 보험사 불러야

"내가 차를 들이받았어. 어떡하지?"

"안 다쳤어? 조심 좀 하지. 그래, 어딘데?" 

"상가 커브길 모퉁이에 주차된 차를 내 차가 살짝 부딪혔어. 근데 10만 원만 주고 해결하라는데?" 


며칠 전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다. 내게 전화를 건 아내는 처음 당한 사고에 몹시 당황한 듯했다.


실상은 이랬다. 상가 커브길 앞의 PC방에 가기 위해 운전자는 주차금지 구역임에도 차를 주차했고, 아내는 핸들을 돌리다 부주의로 접촉사고를 냈다. 전화를 받고 내려온 30대 남성 운전자. 차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가해자가 여성이라 그랬는지, 면허증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단다. 그리고는 "알아서 고칠 테니 10만 원을 현금으로 달라"고 했단다. 


"보험처리를 하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그럼 렌터카를 쓰겠다" "아마 보험료가 엄청 할증될 것"이라면서 집요하게 현금을 요구했다. 아내는 처음엔 그냥 현금 합의로 끝내려고 했지만, 너무 일방적인 남자의 태도가 미심쩍었다. 그러다가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내가 스마트폰에 찍힌 면허증 사진을 삭제하고 현금을 받았다는 영수증을 받는 조건으로 현금 지급에 동의해 마무리됐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합의를 증명할 영수증 대신 문자메시지로 '사고 합의 10만 끝났어요'라고 받은 게 전부였다.


사고가 나면? 대부분 눈앞이 캄캄해지기 마련



아내에게 벌어진 이 일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마 내게 저런 일이 생기고, 또 생기더라도 저렇게 대처하겠어?'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운전자들은 사고를 냈을 때 머리가 하얘지고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말한다. 누가 어떤 부분을 잘못한 건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 당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아무리 운전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나로서는 항상 걱정부터 앞선다. 사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운전면허 소지자는 약 3000만 명. 이 가운데 40% 정도가 여성이다. 운전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이젠 옛이야기다. 그러나 도로 위에서 여성운전자는 여전히 약자다. 특히 여성 운전자 대부분은 보통 안전하게 운전하기 마련이지만, 사고 대처법에는 약자 중의 약자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억울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일반 대중이 여성운전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럼 만약 여성 운전자가 접촉사고를 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고가 발생한 뒤 문부터 걸어잠그고 아버지나 남편 혹은 아는 남자에게 전화하던 시대는 지났다. 누구나 사고는 당하거나 낼 수 있다. 사고를 절대 두려워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면 된다. 무섭다고 차 문을 잠그고 앉아만 있으면, 오히려 사고를 수습할 의지가 없다고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설령 신호위반 등 중대한 과실이나 금지된 곳에서의 유턴 등 불법을 저지르다 사고를 냈어도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단 발생한 사고는 결코 돌이킬 수는 없다. 침착히 대처하여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당황은 금물이다. 우선 비상점멸등부터 켜고 즉시 정차한 뒤 현장 증거부터 확보해야 한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마음을 가라 앉힌 후 차에서 내리시라. 


파손 부위를 확인하고 운전자와 차량번호를 확인한다. 이때 사고 장소가 인적이 뜸한 곳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외진 곳에서 접촉사고가 났을 때는 될 수 있으면 차에서 내리지 말고 차창을 열고 상대 차량번호를 메모한 후 번화한 곳까지 상대방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이젠 보험회사에 전화할 차례다. 사고현장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가입보험회사 콜센터로 전화한다. 콜센터 전화번호를 찾지 못할 경우 허둥대지 말고 114로 전화해 차분히 전화번호 안내를 받으면 된다. 본인이 직접 전화하는 것이 콜센터의 위치 추적을 통해 출동기사가 사고장소까지 쉽게 찾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여성운전자라고 윽박? '아는 남자' 대신 112에 신고


현행법은 정상적인 주정차 공간에 서 있는 차량의 후방이나 측면을 추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00% 과실인 경우는 거의 없다.

혹시 이 과정에서 여성이라고 무조건 과실을 떠넘기며 윽박지르는 상대방을 만났을 때는 남편이나 지인에게 연락하기보다는 반드시 경찰(112)에 신고해야 한다. 여성운전자를 대상으로 고의로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 상대방의 사기 전과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보험사의 출동을 기다릴 때도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사고 현장의 보존이다. 우선 휴대전화로 상황을 찍어두거나 목격자가 있다면 연락처를 받아둬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파손부위 근접 촬영뿐만 아니라 주변을 사방에서 촬영해 놓으면 사고 당시 상황과 차량의 속도 그리고 과실 여부를 가리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대수롭지 않은 접촉으로 흠집이 있는 경우, 보험료 할증이 우려돼 보험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고처리 전문가가 아닌 이상 보험회사에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과실이 없는데도 상대방의 일방적 주장으로 괜한 덤터기를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 출동 후 모두 보험처리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보험사 직원이 현장에 출동한 이후에 현장합의를 한다고 그때 돌려보내도 충분하다. 


경미한 경우 현장합의를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합의를 증명하는 서류를 반드시 받아둬야 한다. 가해자, 피해자, 사고 날짜, 시간, 장소, 합의 금액 등을 간단히 기재하고 서명을 받아두면 된다. 


또,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고 과실에 대해 섣불리 시인하거나 판단을 해서도 안 된다. 보험을 괜히 드는 것이 아니다. 보험사의 현장출동이 이뤄진 후, 쌍방 운전자 측의 보험사끼리 과실 여부를 결정해 알아서 처리해 준다. 예전엔 차에 사고확인용 스프레이와 일회용 카메라로 현장을 확인했지만, 요즘은 블랙박스로 사고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사고 직후 면허증이나 자동차등록증, 과실을 인정하는 확인서 작성 등을 강요할 경우 단호하게 이를 거부해야 한다. 내 잘못이 없어도 억울하게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정보 누출 등의 위험도 따른다. 


남성들이여, 일단 큰소리부터 치진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혹시 당신도 가해·피해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방이 여성 운전자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더욱 목청을 높이진 않았나. 도로의 최대 무법자는 사고를 낸 여성이 아니라, 과실 떠넘기고 윽박지르는 남성운전자라는 불편한 진실이다. 여성이라서 사고를 낸 것이 아니다. 사람이라서 부득이하게 사고를 낸 것이다. 접촉사고 후 상대방이 여성이라 일단 큰소리부터 치지는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되돌아보자.


여성운전자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혹시 상대방이 거칠게 나와도 함께 화내거나 결코 위축되선 안 된다. 또, 현행법은 정차 중인 차량의 후방이나 측면을 추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00% 과실인 경우는 거의 없다. 사고 상황이 본인의 잘못이라고 결코 시인해서는 안 된다. 보험회사 출동직원이 도착하여 상황을 판단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다. 내가 가입한 보험회사는 전적으로 내 편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김학용 시민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 모든 시민은 기자입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바로 ‘뉴스’입니다. (☞ 시민기자 회원 가입)



매거진의 이전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속 인물 뜯어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