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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이영원하기를 May 28. 2022

악몽

너를 그리워하는 시간D+12

담당교수가 집에 찾아왔다.


연명치료를 중단한 날이었다.

호흡기를 뗐는데도 아이가 임종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 원인을 찾아왔다고 했다.

환각을 보는 거라고, 그래서 순간 자꾸 각성되는 거라고.

꿈에서 아이는 몇 분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여태 한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으로 경기를 일으켰고,

나는 담당교수에게 악을 쓰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연명치료를 중단하지말걸, 아무것도 하지말걸.

남들처럼 그냥 가만히 있을걸.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버티면서 지낼걸.그냥 둘걸.

미안해서 어쩌지. 이제 어떡하지. 미안해. 미안해.


잠에서 깨어나서 나는 한참 소리내어 울었다.

가슴이 미치도록 아프고 괴로웠다.

꿈에서 느낀 죄책감이 고스란히 온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한 이후로,

남편과 나는 그에대해 의심을 가지려 하지 않았다.

이게 과연 맞는 선택일까? 우리가 맞았을까?

생각하는 순간 우린 무너질 것이다.


아이의 생명을 두고 하는 선택.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

더이상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지경에 와서야

주어지는 선택.

그렇기에 의심하는 순간, 부모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단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으려고 했다.

이별이 아쉬워 모든 걸 무르고 싶어질 때도,

내 선택에 자신이 없어질 때도,

그냥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텐데,

라는 생각에 다 돌이켜버리고 싶을 때도,

모든 것이 두려워졌을 때도,

우리는 아주 작은 의심도 품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아무리 사랑해서라지만,

아이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서였어도,

아이가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상태였지만,

자식을 스스로 놔준 부모가 어떻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가슴 속에 아주 몰래 숨겨뒀던 그 마음을 꿈에서 꺼내어,

원망할 대상을 찾아냈다.

악을 쓰고 욕을 퍼부은 대상은 어쩌면 담당교수가 아니라 나였을지도.


아주 아픈 악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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