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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이영원하기를 Sep 01. 2022

부치지 못하는 편지 2

22년 9월 1일

연우 안녕?

오늘은 날씨가 참 좋다. 

이렇게 하늘이 파랗고 맑은 날엔

네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너무 궁금하단다. 

한번도 뛰어놀아 보지 못한 네가 

이제는 저 예쁜 구름들 사이를 뛰어놀고 있을까?

우리 연우는 아직 걸음마도 배워보지 못했는데

혹 넘어지진 않을까?

넘어져도 너는 왠지 예쁘게 미소지으며 벌떡 일어나

다시 신나게 달려보진 않을까?

그곳에선 네가 정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에게 웃는 일만, 신나는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어젯밤엔 또 네 생각에 눈물이 많이 났단다.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기만하면 

왜 그리 니 생각이 나는지...

연우야...

라고 맘 속으로 부르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이런 나를 보면 네가 마음이 무겁진 않을지, 

나는 나의 슬픔마저도 너에게 미안해지곤 해. 


엄마는 요즘 뭘해야할지, 뭘하면 좋을지 고민중이야. 

너를 간병하는 일에만 모든 걸 쏟고 났더니

네가 떠나고나서 

나는 뭘해야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의미 있는 일도 하고 싶고, 스스로 뿌듯한 일도 하고 싶고, 

뭔가가 되고 싶기도 해. 

그런데 정작 뭘해야할지, 뭐가 되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네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가도

더이상 아무것도 할 힘이 없어서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지기도 해. 

바보같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너에게 기쁨일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움직이고 해내야할 것 같은데,

한편으론 더이상 네가 내 옆에 없는데 

내가 뭘하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어느때에는 너를 잃고 뭔가를 해보려하는

뭐가 되고 싶어하는 내가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해. 

네가 떠났는데, 너는 이제 없는데 

너를 위해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네가 없이 나를 위해 사는 건 또 뭐그리 의미있을까.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이제 다른 길로 들어설 수 있는데

엄마는 언제 건너야할지, 어떻게 건너야할지도 모른채

마냥 같은 길 위에 서있는 기분이야. 

우리 연우가 손잡고 같이 건너주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네가 좋아할 만한 계절이다. 

나에게 한번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너는 왠지 이 계절을 참 좋아할 것 같아. 

덥지도 습하지도 않은, 

많이 힘들지 않고 보낼 수 있는 이 계절을 

네가 정말 좋아할거라고 나는 늘 생각해왔어. 

그곳에서도 마음껏 이 계절을 즐기렴.

모든 날이 너를 위한 날들이야. 

이젠 네가 네 세상의 주인이니

모두 누리고 잔뜩 가져보렴.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너에게 꼭 말해줄게.

아직은 좀 시간이 필요해. 알지?

많이 보고싶다. 우리 연우.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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