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조각

열두 번째 조각

09/15/2025

by ohmysunshine

약간의 소외감, 그리고 극복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요즘이었다.

내적 친밀감을 느낄 정도로 가까운

나의 친구들과 가족은 저 멀리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모두에게 인사를 하면서

나에게만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 때문인지

부쩍 소외감을 느꼈다.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해도

서로 살아온 문화가 다르니,

주파수가 아주 다르다는 점도 실감했다.


그래도 운 좋게

나를 이해해 주는 좋은 친구를 만나

짧게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가장 좋았던 것은

내가 하는 이야기를

그 사람이 이해하고,

나 또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했다는 점이다.


서로 같은 페이지에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친구 여동생이

태국 음식을 좋아해서

점심으로 맛있게 먹었다.


친구네 할머니 댁에 놀러 갔다가

교회에도 따라갔는데,

뽑기에 당첨돼서 편지지 세트를 받았다.


아마도 안 쓰는 물건을 기부하면

그걸 이런 식으로 나눠주는 것 같다.

필리핀 방식의 디저트는

끝내주게 달콤했고,

할머님의 음식 솜씨는

눈물 나게 훌륭했다.

문화 박람회가 있어서 갔는데,

이란 친구가 이란의 디저트를 소개해줬다.

어느 나라인지는 잊었는데

커피도 정말 맛있었다.

기분이 안 좋았던 다음날,

필리핀 친구, 그리고 그 동생과 함께

스테이크를 먹었다.

공짜 음료를 얻어서 괜히 뿌듯했고,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려는

그들의 사소한 배려들에서

든든함을 느꼈다.

사실 소외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에게 환영한다면서

오렌지를 건네준 분도 계셨고,

튀긴 빵에 가까운 피자도

나를 충만하게 만들었었다.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좋은 게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건 나쁜 게 아닐 수 있다.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없는지

주변을 한번 살펴보고,

나를 위로해 주는 것들에는

감사하는 여유가 필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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