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와 나는 연애기간을 포함해서 약 5년 정도 만났으며, 결혼 전부터 이어왔던 동거로 인해 3년 6개월가량을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다. 같이 살았던 3년 6개월간 작게는 운동부터 크게는 임신준비를 하는 것까지 수없이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해 왔으며, 심지어 같이 살지 않았던 1년 6개월의 기간 동안에도 1주일에 4~5일은 함께하며 서로 간의 관계를 만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려 노력하는 우리가 되어있었고, 물론 크고 작은 마찰들이 우리들을 훑고 지나갔지만,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들을 차근차근히 풀어나가며 우리의 세상을 넓혀나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같이 살아온 기간이 5년 정도가 되면서 슬슬 어려운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단 환경적인 변화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으나 우리 부부는 결혼 전부터 같이 살아왔고, 같이 살기 이전에도 자주 만나왔기에 결혼으로 인한 변화를 크게 체감하지는 못했다. 그저 공식적이지 않았던 둘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만들어주는 서류와 행사들, 그리고 의식들이라고만 생각했다.
다만, 육아를 준비하는 과정부터는 커다란 환경적인 변화로 인식하는 것 같다. 현재를 기준으로 약 1달 뒤면 아이가 태어날 예정인데, 임신으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종류의 불안감과 무거운 책임감은 우리가 그동안 쌓아왔던 양상을 바꿀만한 변화였다.
먼저, 나는 서로 간의 현상은 변화하더라도 현상이 발생하는 방식(동기, 패턴 / 패턴으로써 후술 하겠다)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치약 짜는 위치에 대한 싸움을 예시로 들면(참고로 우리는 치약 가지고 싸우지는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치약 짜는 위치가 진짜 싸움이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치약 짜는 위치를 마음대로 하는 것은 하나의 현상일 뿐이며, 기존에 서운한 것이 쌓이고 쌓여서 하다못해 치약 짜는 것까지 간섭할 정도로 예민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약만 그러겠는가? 설거지거리에 물 안 넣어놓는 것, 양말 거꾸로 벗어놓는 거나 베개위치를 바꾸는 것과 같이 한없이 예민해지려면 그럴 수 있는 콘텐츠가 널려있다. 다만 나는 이 하나하나의 행동들에 마찰이 발생하는 동기가 각각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각자 대동소이한 한두 개의 심리적인 패턴에 의한 결과가 쌓이고 쌓여 마찰이 발생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발생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부부는 위와 같은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지난 5년간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해 왔다. 먼저 간단하게는 각자의 심리상담과 커플 심리상담을 꾸준히 받아왔고, 서로 간에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심리적 환경을 만들고자 말투나 표현적인 부분들을 많이 가다듬었다. 또한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설명할 수 있도록 감정에 대한 대화들을 많이 나누었으며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듯이 공통된 경험으로부터 오는 각기 다른 반응들을 탐구해 나갔다. 즉, 어렵게 이야기했지만, 서로 간의 공감과 균형을 훈련해 나갔다 (공감과 균형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따로 설명해보고 싶다).
그렇게 서로 간의 관계에 공을 많이 들였던 우리였지만, 임신은 서로 간에 훈련되었던 내용들을 흔들어놓기에는 충분했다. 정확히는 서로 간의 균형을 먼저 흔들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