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상담을 가는 이유는 단순했다.
나의 상태는 '배우자의 임신으로부터 발생되는 과도한 책임감으로 인한 심리적인 번아웃'과 그로 인해 감정적으로 예민한 상태, 즉 마음의 힘을 담고 있는 저수지가 고갈된 상태였다. 나는 이러한 나의 심리상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 즉 저수지를 채울 방법을 점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방법을 떠올리기에 앞서 내가 느끼는 문제점(원인)과 목표(원하는 결과)를 아래의 조건들을 전제하고 먼저 생각해 냈다.
1. 표면적인 행동이 아닌, 전체적인 패턴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생각할 것
표면적인 행동이 문제를 촉발시키는 원인인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앞선 글에서 얘기했듯이 행동(치약 짜는 행위,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는 행위 등등..)은 그저 마찰을 일으키는 불씨이며, 사소한 행동에도 불이 붙도록 연료를 쌓게 하는 진짜 원인은 한두 가지의 심리적인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행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행동 (언어, 몸짓, 눈빛 등등..)으로 상호작용하고 결국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행동의 형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한 행동으로부터 유발되는 위기상황과 기저에 깔려있는 심리적인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해서 위와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2. 무언가를 더하는 방향보단 덜어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무언가를 깨우칠 만큼 충분히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름의 인생에서 얻은 몇 가지 경험이 있다. 그중 하나는 삶은 끊임없이 내게 과제를 던져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살펴보면 10대의 마무리와 함께 대학에 입학하여 군대를 다녀오고, 20대 중반에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 취업을 하고, 20대 후반에 결혼을 하고 1년 만에 아이가 찾아온 과정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단 하루도 무언가의 과제에 속해있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 과제는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강력해졌다.
그러다 보니 삶의 요소에 무언가를 더하기보다는 덜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부부관계에 특정 요소를 더하기보단 덜어내는 방향으로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다.
3. 지속가능한 방법을 제시할 것
간혹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보면 무언가의 해결책, 혹은 체계를 결정할 때 거창하고 화려하지만, 현실성이 없는 방법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 이때, 애써 몸집을 키워 거창하고 화려한 방법에 몸을 끼워 맞춘다면 그때부터 폭발이 예정된 폭탄을 껴안고 회사를 운영하는, 소위 죽음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나는 우리 부부의 관계를 언젠가 터질 폭탄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즉, 서로가 지속가능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지속가능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미봉책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급하면 미봉책도 필요하다).
위와 같은 조건들에 입각하여 나는 우리의 상황, 혹은 나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