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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Apr 30. 2016

왜 사냐고 묻거든2...

중년의 커피뽑기

우리나라는 일하고 싶은 사람은 넘쳐 나지만 일할곳이 없습니다. 무엇부터 잘못됐는지 모르지만 젊은사람들은 밑에서 치고 올라오고 윗사람들은 눈치주고 가정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아이들은 무시하고 중년은 슬프네요. 어떤 조사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으로 40대에 일터에서 밀려나고 할 거 없어 자영업하는 이혼한 사람이란 글을 보았습니다.

아! 무엇이든지 시켜주면 할 수 있는데 중년을 부려먹는 사람이 젊은 사람이니 삼촌같고 아버지 같은 사람 부담스럽고 책임감은 강할지 몰라도 말귀를 못알아 듣는다 생각하니 갈곳이 없습니다. 삼식이로 집에서 눈치보며 사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말입니다.

결국 조금 있는 돈에 빛을 얻어 자영업의 길에 내 몰리는 현실입니다. 내 나이에 소위 성공해 대형차에 넓직한 신축 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보거나 아직도 직장에서 일하는 친구를 보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네요. 생전 커피는 나와 맞지 않는 아이템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이 이렇게 풀릴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어머님의 동물적인 감각과 뒤에서 밀어붙이는 큰 힘에 떠밀리듯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전 짬짬이 공사현장에 나와 간섭하고 간식을 대접하고 시간을 내서 본사직영점에서 커피일을 배웠습니다. 본사대표가 "어렵지 않아요. 바닐라라떼는 커피투샷에 바닐라시럽 세펌프 넣으면되고 다른 메뉴들도 마찬가지예요." 라며 뻥을 치기전까지 커피일이 만만하게 느껴졌습니다. 본사매장에서 일을 가르쳐준 매니저 분은 여자였는데 완전 친절이 몸에 밴 스타일이었습니다. 전화로 처음 목소리를 듣고는 내가 고객센터에 잘못전화를 했나 착각 할 정도로 목소리가 귀에 착착 감겼습니다.

원래 공대를 나왔다 이 길에 접어 들었다고 하는데 외소한 체격에 다부진 성격으로 보였습니다.

말이 일을 배우는것이지 그곳도 영업을 하는 곳이라 손님이 몰리면 전 포스나 찍고 실질적인 일은 숙달된 매니저가 했습니다. 이런식으로 일주일간의 교육으로 커피전문점에서 일을 한다니 말이 됩니까!

지금도 자주 손님가운데 "이런거 차리는데 얼마나 들어요?"라며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작고 아담한데 손님은 제법 있는것 같으니 아들 차려주고 싶다. 본인이 해보고 싶다. 하며 이것 저것 질문들을 많이 합니다. 그럴때 마다 저의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어디 직장에서 꼬박꼬박 월급받을 수 있는 일 있으면 그거하세요!"

장사는 그렇습니다. 어떤 장사든 주인이 항상 붙어 있어야 합니다. 큰 돈들여 차려놓고 알바나 직원에게 맡기고 오후에 나와 하루 매상이나 챙겨갈 생각이라면 하지 않은게 좋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좋은 알바라도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서 같은 체인인데도 "왜 맛이 다르냐?"는 불만을 듣게 됩니다. 또 중요한 한가지는 어떤 장사든 시작하면 단골이 생기게 마련인데 단골들과 자주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 자체를 싫어하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의 손님은 자신을 기억해주는 주인을 신뢰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짧은 시간이지만 쌀쌀맞거나 통상적인 서비스를 받기보다 뭔가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방금도 카페라떼만 드시는 손님이 왔다 가셨는데 잠깐 이지만 난 "봄이 왔네요."라고 말을 건네고 손님은 "날씨가 많이 따뜻해 졌어요."라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햄버거 매장에 들어가면 입구까지 들리게 "어서오세요!" 큰 소리로 손님을 맞고 주문을 받는 기계적인 모습이 아니라 손님과 주인의 상호소통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디 커피가 더 맛있을까요?

물론 커피는 지극히 대중적이면서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재래시장이지만 그곳에 가면 뭔가 사람사는 냄새가 나지 않던가요?

세련되고 깔끔하지만 재래시장같은 푸근함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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