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고 묻거든, 돋보기
불과 몇년전만 해도 눈이 나빠 돋보기를 쓴다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름 제 인생에 눈이 좋아 항상 걱정 없는 삶을 살았드랬습니다.
학생때 학교에서 해주는 체력검사에서 오른쪽눈 1.7 왼쪽눈 1.5 이상을 유지 했기 때문에 눈이 나빠 눈검사용 시트를 읽지 못하는 녀석들을 보며 “짜식들! 그러게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좀 작작볼것이지” 라며 혀를 찼는데 요 몇년 갑자기 눈이 침침하고 글짜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달려가 진찰받은후 의사의 심드렁한 한마디는 “노안 이예요!”
쿠 궁!
아직 나이가 40대인데 노안이라니
그러고 보니 내 나이가 이제 50을 채우려면 몇개 않 남았으니 “노안 노후” 뭐 이런 말들이 익숙해 져야 할 나인가 봅니다.
앞집 안경점 실장님이 소식을 듣고 돋보기를 하나 주셨습니다. 전 아주 깜짝 놀랐습니다. “ 어머 너무 잘보이는 겁니다.!”
제품 뒷편에 붙어 있는 코딱지 만한 제품 위생 표시라던지 책을 볼때 핸드폰으로 영화를 볼때도 돋보기를 쓰니 또롯히 아— 주잘 보입니다.
예전 쪼끄만 크기의 금테 안경을 코 끝에 걸고 안경넘어로 사람을 쳐다보거나 신문을 읽는 분들을 보며 왜 안경 너머로 사람을 볼까 했은데 돋보기를 써보니 적당한 거리의 글들은 써야 보이고 멀리 있는 것들은 안경 넘어로 봐야 보이더군요.
마치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돋보기를 걸치고 성탄카드를 읽고 있는 모습이랄까요.
급속히 나빠지는 시력과 빠지는 머리카락을 아직 보낼 마음의 준비가 않됐는데
내 인생에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네요.
이번 추석에 아버지께서 “ 너도 이제 나이가 반백이 됐으니 건강 잘 챙기라” 말씀 하실 때 걍 지나 쳤는데 그렇게 되고야 말았습니다.
바람도 차갑고 낙엽도 막 떨어져 짜증나고 쓸쓸한데 눈까지 침침하니 참 거시기 하네요.
이번 추석이 긴 연휴여서 사람들이 돈을 많이 지출해 추석이후로 장사가 않된다고 아우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