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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Nov 11. 2017

중년의 커피뽑기 66

왜? 사냐고 묻거든. 자퇴이후 4

요즘 같이 가을도 아니고 그렇다고 겨울이라 말하기 껄쩍지근한 날씨엔 감기조심해야 합니다. 작년 제작년 막내녀석이 2년 연속 독감에 걸려 일주일씩 학교도 못가고 고열에 시달려 (자기 딴엔 아주 귀한경험 이었답니다. 아팠지만 공식적으로 결석하고 집에서 나홀로 단기방학을 즐겼다는 개꿀!)고생하는 걸 보고 올해는 꼭 독감예방주사를 맞추리라 다짐을하고 10월 중순부터 지역에서 가장저렴하게 독감예방접종 할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해 4식구가 다 접종을 끝내고 스스로 만족해 하며 아낀 돈으로

돼지갈비라도 먹자며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숯불갈비를 먹으며 자퇴하고 집에 있는 둘째에게 “넌 요즘 뭐하며 사냐?”

“그냥 살죠 뭐!”

“뭐 하고 싶은거나 취미는 없고?”

“아! 요즘 뜨개질이 그렇게 좋아요!”

“목도리와 장갑을 뜨는 중인데 대바늘과 실 좀 주문 할건데 사 주실 수 있나요?”

“그래 인터넷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말해라”

“근데 필요하면 사서 쓰지 그게 더 싼데”


그렇게 말하고 속으론 얼마나 가나 봐야지 했는데 오늘 톡으로 사진을 보내 왔네요.

“이쁘죠” 라며.



카톡프사 사진도 요딴것으로 올리고요.

아우 징그러워라!


처음엔 잘 안된다고 짜증부리고 털실가계 아주머니들 사이에 껴서 배우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더니 어느새 실력이 늘고 있네요. 요즘 같이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시대에 털실 뜨개질을 하겠다 하여 의아하게 생각 했는데 뜨개질 세계에도 재미가 있답니다.


예전 어머니께서 겨울이 오기전 장갑 목도리 바지까지 만들어 주셨었죠.

전 뜨개질 목도리며 바지가 싫었습니다.

입고 벗을때 정전기에 따갑고 놀다 올이 나가면 혼났거든요.

참 재밌는 것도 있어습니다.

저녁에 방에서 옷을 벗다가 정전기로 머리카락이 하늘로 쏫아 오르면 누나와 서로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방에 불을 다 끄고 니트옷들을 비비면 “탁 탁” 소리와 불꽃이 반짝였습니다.


그렇게 어머님이 떠주신 옷을 입고 추운겨을을 났고 털실 장갑을 끼고 눈을 뭉쳐 눈싸움을 했었죠. 그럼 새하얀 눈에 머리카락 같은 털실 가닥들이 붙어 있는 눈뭉치를 던지며 특급폭탄이라 불렀죠.


지금은 낭만도 없이 눈이 오면 장사 않 될 걱정과 길 미끄럽고 차 더러워질 걱정하는극현실주의자가 됐습니다.


이런 아빠와는 달리 자퇴녀 둘째는 내년 4월에 있을 고졸 검정고시준비로 매주 화 목 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 공부와 문화센터에서 영어회화공부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꿈이 있냐”! 는 질문에 “아직은 없어요”

랍니다. 생각만해도 가슴 떨리는 그런일을 해본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도 않는 현실에서 한국의 청소년들도 졸업후 안정된 직장만을 쫓으며 안전빵으로 가늘고 길게 살려는 시대에 거창하게 “ 청년이여 꿈을 가져라!” “실패 해도 좋다.” 외칠 자신도 없습니다.


몇해전 막내 초등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의 영상에 장래희망이 적혀 있는 걸보며 현실을 절감했었죠.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중에 공무원이 압도적으로 많더군요.


정말 자신의 희망인지 부모의 희망인지 모를 장래희망을 보며 씁씁했은데 헬조선에서 정말 꿈을 꿀순 없는 건가요?


다소 과장됐더라도 대통령이나 장군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우리때와는 달리 전국민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기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될듯 합니다.


이곳에 이사 오기전 살았던 마을에 우리집 자퇴녀보다 한살 많은 동네 아이가 사관학교에 합격했다고 현수막붙여 놓았단 말을 듣고 “참 잘 됐다!” 싶다가 뜨개질하는 애를보며 한숨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저게 지 밥벌이는 하고나 살까 싶기도하고 나이들어서도 저러구 방구석 지키고 있으면 어쩌나 싶기도하고 별별생각이 다 드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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