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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재 Oct 15. 2018

중년의 커피뽑기 75

왜? 사냐고 묻거든 “가을이라...”

계절의 변화를 보면 참 신기하네요!

언제 그랬냐는듯 가을이 왔네요!

추석에 부모님댁을 방문하고 어찌어찌 점심을 먹고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평창 백일홍축제를 갔습니다.

추석날이라 고속도로는 쫌 막혔지만 톨비가 무료라 그걸로 위로를 삼고 도착해 보니평창강변에 백일홍이 가득 펴 있었습니다.

“아들 덕에 이런데도 와보네!” 라며 어머니께서 좋아하셔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한바퀴 돌았습니다. 대한민국 어느 축제장에 가도 각설이는 꼭 있다는걸 또 한번 확인하며 저 양반들 참 대단하다 생각하며 돌아 왔습니다. 다음날은 장사가 않될줄 알았지만 집에있어봐야 별 할일도 없어서 가계에 나와 좀 파는 시늉하다 들어갔네요.


그리고 몇일 후 추석때 집에 있는 사진 정리하셨다며 “너 사진은 너가 가져가라” 하셔서 앨범 2개를 가져 왔습니다.

앨범을 열어 보니 와!!!  

추억이 방울방울 이네요.

고딩때 수학여행가서 찍은사진을 보며 “저때 나 나이키 지갑 잃어 버렸는데”

그리고 20살때 교회수련회 갔을 때 교회 누나한명에게 호감을 가졌던 일 그 누난 지금 뭐하고 살까?

대학때 사궜던 여자친구와 놀러가 찍은 사진을 보는데 그때 당시의 소소한 기억이 살아나 간질간질했습니다.

큰 딸 아이가 “와 아빠랑 있는 이 여자 누구예요?” 란 질문에 “아빠 대학때 좋아했던 애” 라 말하고 몰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가계에서 찬찬히 보았습니다.

남자는 나이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듯이 아련하데요!

그때 조금만 인생을 진지하게 살았더라면

그때 조금만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했더라면 , 그때 조금만 철이 들었더라면 , ...

무수히 그랬더라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참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들고 나도 나이 먹었나보다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요즘 반항을 일삼는 중3아들덕에 어떻게 하면 좋은 아빠가 될까? 나도 그때는 울 부모님께 싸가지 없이 했었나 돌아보게 되네요. 이건 뭐 기싸움도 아니고 일방적 훈육도 아니고 마음속으로 기도하게 되네요.

누구는 사춘기자식에겐 무조건 져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겐 못하겠고 대화를 해도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반항적으로 쳐다보는데 “눈 깔어!” 하고 손이 올라갈것 같아 참느라 혼났습니다.


앞으로 이런일이 얼마나 더 반복되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어른이되고 이렇게 부모가 되가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잠자리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에 뒤척이는데 전화가 와 받아보니 어머님니시네요.

“아까 집에 왔을 때 뭐 할 말 있는데 못하고 갔니? 얼굴빛이 좋지가 않아 전화했다!”

“ 아니요 “ 아 어머니!

울 어머닌 참 엄하셨죠!

그럼에도 자식에 대한 사랑과 책임엔 최고셨습니다. 가끔 마음이 불안해 전화하셨다 할때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걱정하실것 같아 넘어 갔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머님도 저와 같은 시절을 거치시며 노인이 되셨겠죠.

그럼에도 매주 2번씩 가계에 반찬가져다 주시고 김치도 해주시고 어머님표 수제레몬차와 모과차 수정과 매실청을 만들어 주셔서 지금도 잘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우리 자식걱정이 먼저 되는 못된 아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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