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고 묻거든 “많은 일들...”
우선은 봄부터 겨울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전 계획한 일들 외에 무계획적으로 어떤 일들이 생길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인데 정말 4월부터 11월 말이 될 때까지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좋은 일 나쁜 일 중에 나쁜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뭐 인생이 길어서 지금은 나쁜 일이라 하지만 지나고 보면 좋은 일로 바뀌는 경우도 많기에 그냥 패스하겠습니다.
먼저 5년간 살던 전셋집에서 주인님이 집을 팔겠다고 나가라 하셔서 나와 은행 대출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했습니다. 내 집이 생겨 좋다는 것보다 대출원금과 이자 낼 생각에 어깨가 무겁네요.
지방도시에 지은 지 10년 넘은 아파트가 기업도시다 혁신도시다 새 아파트들이 잔뜩 깔려 있는데 오를 것 같지는 않고 뭐 주거 안정이라는 말에 위안을 삼으며 이사했습니다. 아직도 거실 구석에 풀지 못한 짐들이 쌓여 있네요. 이사 올 때 사용한 지 20년 넘은 가구들을 아무 대책 없이 다 버리고 오는 바람에 넣을 곳이 없네요.ㅎ ㅎ
이사와 동시에 둘째 딸아이가 “자가 면역질환”이 발병해 절망적인 시간을 보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아이가 방에서 배가 아프다며 잔뜩 웅크리고 있더군요.
상황이 심각한 듯하여 2차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온갖 검사를 다하고 결국 자기네는 치료하기 힘들다며 3차 병원으로 보내더군요. 3차 대학병원에서는 2차 병원에서 검사한 자료는 무시하고 다시 피 뽑고 사진 찍고, 결론은 빨리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과 혹시라도 잘못될 경우 있게 될 최악의 상황까지 설명하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딸아이는 울고 저는 가슴이 쩔렁 내려앉는 경험을 했습니다.
아 왜 나한테... 이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내 딸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내가 뭘 잘못 산 것일까?
정말 여러 생각이 몰려왔습니다.
딸아이와 애들 엄마가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받기를 원했습니다.
서울대병원에 가서 검사와 입원...
결론은 원인도 모르고 원인을 모르기에 치료약도 없는 희귀성 난치병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이런 병들도 있었나 했던 병이 제 딸아이에게 생긴 겁니다.
병원에서는 표준치료 형태로 처음에 투여하는 약과 정기검사 등등 아이의 상태를 보며 약물의 투여를 상향 하향하고 그래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입원 치료와 수술을 해야 하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더군요. 긍정적으로는 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만 잘하면 관해기가 오고 관리를 못하면 활동기가 와서 고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병에 걸려 투병하는 분들의 카페에 들어가 살펴보니 환자에 따라 결과와 고통이 천지차이였습니다. 여러 번의 응급실과 입원 퇴원 밤마다 배가 아프다고 토할 것 같다고 차라리 죽는 게 났겠다고 낑낑 거리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는 없더군요.
감사하게도 양방과 한방치료를 병행하다 지금은 한방치료에 전념하며 밤마다 신음하는 소리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아이의 몸무게는 31kg으로 쭉 빠져 뼈만 남았고 앉아서 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로 기운이 없었는데 이제 걸어도 다니고 식사도 합니다. 빠진 살은 잘 붙질 않네요.
떨어져 살던 아이 엄마가 당분간 들어와 돌봐주고 있어 다행입니다.
한참 꿈을 펼치고 일을 해야 할 아이가 아파 누워 있는 걸 보면 마음 아프고 답답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나아져 감사합니다.
지방에 살다 보니 일주일에 2-3번씩 서울병원으로 진료와 진찰을 받으러 다니다 보니 병원비와 약값 차 비등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카페는 추워지며 매출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주변에 M가 커피가 생기며 젊은 손님들이 많이 갈아타시네요.
그래서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어 건강 쌍화차도 밖에서 끓여 팔아보기도 하는데 반응이 영~~~~
경기가 너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긴 한 것 같습니다. 커피야 뭐 안 먹어도 살지 않습니까! 밥은 먹어야 하고요. 얼마 전 핸드폰 배터리 교체하러 사설 수리점에 갔는데 거기 사장님께서 자기들이 경기가 않좋와야 장사가 잘되는 직종인데 자기들도 안 된다고 울상 이시네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생활비와 아이 치료비에 보태려고 카페를 1시간 일찍 닫고 대리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 한 달 필요한 돈은 고정으로 빠져나가는데 수입은 더 적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요즘 저의 꿈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속히 커서 독립하여 저는 저의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섬에도 살아보고 배낭여행도 가고 해외에서도 살아보고... 그런 날이 올까요?
한 젊은 여행 유튜브가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했는데 그 말에 절대 공감하면서도 책임질 자식이 없는 젊은이들의 특권이란 생각이 드네요.
부모가 자식을 언제까지 챙겨야 할까요?
법적으론 만 20세면 성인이기에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살아야 하는데 실제론 20세에 학교도 다녀야 하고 놀러 다니고 연애하고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사실 인듯하고
, 부모의 도움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애들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내가 늙고 병들면 아이들은 날 도와줄까 싶기도 하고 별 생각들이 막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