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를 돌아보며
2022년 올해도 곧 끝난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가족이나 사회적 측면까지 폭넓게 보자면 어디까지 써야 할지 모르겠으니 나에게 일어난 굵직한 일들만 쓱 훑어본다. 2월에 만 4년이 넘게 다녔던 두 번째 회사를 퇴사했고, 그러면서 운전연수를 받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동탄으로 이사를 가면 자가용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 10년 동안 신분증으로만 쓰던 면허증을 갱신하는 김에 제대로 된 용도를 찾아주었다. 3월에 서울에서 동탄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를 오면서 침대와 옷장, 식탁과 같은 큰 가구들을 새로 장만했고, 내 시간을 주에 최소 여섯 시간 정도는 아껴주는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를 든든한 동료로 들여오게 되었다. (집안일의 빈도와 절감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았는데 대략 하루에 40분을 아낄 수 있다.)
4월에는 나의 첫 에세이, ‘내가 운동을 사랑하게 될 줄이야’를 독립출판물로 완성해냈다. 5월에 서점을 열기 위한 상가를 계약하고 개업을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차 계약 후 4개월의 기다림 끝에 나의 첫 차 ‘캐슈리’(차종이 K3라서)를 만났다. 차가 생긴 시기, 서점을 준비하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비슷하게 새로운 취미, ‘탐조(새 관찰)’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6월에는 인테리어와 기타 등등의 절차를 거쳐 6월 28일에 ‘바다숲책방’을 가오픈, 7월에 정식 오픈하였다. 그 후로는 바뀐 삶에 적응해나가는 기간이었다. 10월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곽민지 작가님을 책방에 초청하여 북 토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탐조로 새롭게 만난 새는 총 59종에 달한다. 자가용이 있었던 덕분에 여러 탐조지를 큰 불편함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캐슈리를 타면서 아직까지 사고를 내지 않고 무사히 안전운전을 하며 운전에 익숙해지고 있다. 쓰고 보니 이 일들은 대체로 그냥 일어났다기보다 내가 만들고 해낸 일이다.
생각해보면 올해에 있었던 일들, 올해에 내가 해내고 습득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것들, 올해에 만난 사람들을 통해 많은 게 변했다.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는 너무도 다른 사람이다. 작년의 나는 서점을 ‘언젠가’ 열 수 있을까, 꿈을 꾸었고 그게 허황된 꿈이라 생각하던 직장인이었다. 작년의 나는 올해의 내가 운전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운전하는 사람 중에서, 특히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을 보면 그게 그렇게 어른스럽고 멋져 보였다. 또, 작년의 나는 좁은 집에 살면서 소파를 둘 거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화장실에서 세면대 앞에서 샤워를 하는 게 아니라 샤워공간이 작게라도 구분되어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동탄에 이사를 오면서 딱 원하던 그 정도의 집에 살게 되었다. 올해의 나는 어쩌면 작년에 꿈꾸던 많은 것들을 이루어 낸 내가 되었다. 그렇게 내가 변한 만큼 내가 원하는 것도 작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나의 가장 큰 바람은 서점을 지속하는 일에 관한 것이다. 지속하기 위해 ‘잘 버티기, 잘 이겨내기, 잘하기’가 내 가장 큰 관심사다. 직장인일 때는 내 시간을 쏟아 돈을 벌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영업자인 나는 돈을 쏟아 내 시간을 벌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이 일을 이루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의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가 평생 이 일을 한다고 장담할 수 없고, 근 미래에 또 다른 변화를 겪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때가 되면 나는 지금을 그리워할 것이다. 벌써부터 애틋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놓은 공간에서 마음껏 책을 읽고,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모임을 하는 이 시간이.
올해가 가기 전, 남은 12월 한 달 동안 서점에서는 네 번의 글쓰기 모임과 네 번의 독서모임, 총 여덟 번의 모임을 열 계획이다. 불발되는 모임 없이 모두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서점에서 모임을 하면 책과 말과 글을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유난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서점을 통해 나는 그들을 만나고, 그들은 책을 만나고, 나는 또 책과 다른 이들을 연결시켜주고, 나도 사람들을 통해 이곳에서 그들과 그들이 만난 책, 또 내가 만난 책을 새롭게 만난다. 주말은 한 번의 클라이밍 모임과 한 번의 글쓰기 캠프, 한 번의 귀성길, 한 번의 탐조, 이렇게 네 번을 보내고 나면 올해가 끝난다. 농땡이를 많이 피운 것 같은데 그런대로 열심히 달려왔다. 올해가 벌써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끝나기 전에 뭘 해야 할까 생각하면서 올해 뭘 하지 못했나, 뭐가 아쉬웠나 생각해보려고 되돌아보았는데 딱히 아쉬운 게 없는 걸 보면. 뭘 더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자. 그저 올해의 마지막 날은 잘 살아온 올해를 다시 추억하고, 축하하며 낭만적이고 재미있게 보내자.
‘미생’의 오 차장이 장그래에게 했던 말을 나에게 해주고 싶다.
더할 나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