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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호라 Aug 17. 2023

외면하고 있었던,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장면들

새를 관찰하다 보면 새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밟힌다. 예전 같았음 아마 알아채지 못했을 장면들. 알아차렸더라도 마음을 쓰지 않았을 장면들이다. 아름다운 것들을 더 많이 보게 된 대가로 슬픈 장면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지키고 싶기 때문에 나는 이제 그런 슬픈 장면을 외면할 수가 없다.


코로나가 남긴, 우리가 모르는 죽음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던 시기에, 당연한 얘기이지만 마스크 쓰레기가 급증했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에서 먹기보다 배달을 시켜 먹었기 때문에 배달을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품 쓰레기 역시 급증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관광지에 놀러 가지 않고, 해변에 붐비지 않으니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바다 거북이 해변에 등장했다는 반가운 뉴스가 있기도 했는데 그건 극히 일부의 좋은 면이었다. 마스크 쓰레기로 인해 많은 야생동물이 고통받고 있다는 뉴스도 함께 본 적이 있다. 새나 고양이 각종 해양 생물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야생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들과 생각지도 못하는 더욱더 수많은 생물들이 바다 혹은 땅에서 떠다니던 마스크의 끈 부분에 우연히 걸리고 엉켜서 탈출하지 못한 채 죽는다. 그건 어쩌면 인간이 코로나에 걸릴 확률보다 높을지도 모른다.

 

마스크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마스크 끈을 끊어서 그 끈으로 마스크를 돌돌 말고 묶어서 버리면 된다. 그게 귀찮다면 최소한 마스크 줄만 손으로 잡아 빼서 끊어서 버려도 된다. 나는 그 뉴스를 본 이후부터 마스크를 버릴 때 늘 끈을 끊고 돌돌 말아서 버렸다.

 

하지만 어느 날 공원에서, 마스크 줄에 걸려 어찌할 줄 모르는 까치를 만나고야 말았다. 까치는 나무 위에서 버둥거리고 있었고, 동료 까치들이 모여들어 ‘까각 까각’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꼭 “야, 쟤 어떡하냐” 하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스크 줄을 끊어서 버리는 것으로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마스크 쓰레기가 야생동물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길에 굴러다니는 수많은 마스크 쓰레기들을 그냥 지나쳤었다. 내가 버린 건 아니니까, 생각 없이 버리는 사람들을 욕하면서. 욕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는데. 그때부터 길에 버려진 마스크 쓰레기를 보면 줍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집까지 걷는 30분 동안 10개의 마스크를 줍기도 했다. 모두 다 끈이 전혀 끊어져 있지 않은 멀쩡한 마스크였다. 엔데믹을 선언한 이후인 지금은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는데도 이 정도라니,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의무였던 시절에는 어땠을까. 마스크뿐만 아니라 방역이나 치료, 백신 접종 등을 위해 사용하는 수많은 의료용 쓰레기 또한 많은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들은 우리, 인간을 살리는 데에 쓰이지만 우리 외의 다른 생명들에게 죽음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마스크 줄에 목이 걸린 까치




바다를 사랑한다면…


지난 주말에는 바닷가에서 낚싯줄에 얽힌 갈매기를 봤다. 분명 어렸을 때부터 일 년에 최소 두세 번씩은 바다를 갔었는데, 그런 갈매기를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낚싯줄이 갈매기의 목을 감싸고 목 앞으로는 쇠로 된 추와 바늘이 늘어져 있었다. 처음에 갈매기는 어쩐지 슬픈 눈으로 가만히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절뚝이며 나를 피했다. 갈매기는 걸을 때마다 가슴 앞에 있는 추와 바늘에 걸려 걷는 것이 불편해 보였다. 날개를 푸드덕 거리기도 했는데 제대로 날지도 못했다.


혹시나 구조 센터에서 구해줄 수 있을까 해서 언젠가 들었던 야생동물 구조센터 연락처를 검색하여 전화해 보았는데, 각 ‘도’마다 하나씩 있는 구조센터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전화를 받긴 했지만 강원도 구조 센터는 춘천에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각 시청으로 이관을 한다고 하며 시청 연락처를 보내주었다. ‘(일요일 여섯 시 반 경이어서) 지금도 전화를 받을까요?’ 물었더니 아마 당직하는 분이 있어서 받으실 거라고는 했지만, 결국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곧 어두워질 시간이 되어서 갈매기 구조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갈매기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낚싯줄에 얽힌 갈매기를 발견한 바로 그곳 옆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즐기는 것’들 때문에 생명을 잃거나 위협을 당한 동물들이 얼마나 많을까. 낚싯줄은 고의로 버리지 않더라도 낚시를 하던 중에 예기치 못하게 끊어져서 바닷속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또 해칠 수 있다. 심지어 고의로, 무책임하게 낚시 폐기물을 버리고 가는 이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러한 폐기물은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 또한 무차별적으로 해칠 수 있다.


집에 돌아와서 낚싯줄 피해와 관련된 활동을 검색해 보니 ‘네이처링’이라는 자연관찰 기록 어플에 낚싯줄 피해사례를 기록하는 미션도 있었고, ‘클린 낚시 캠페인’이라는 환경 단체에서 낚시 폐기물을 줍는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며 낚시 면허제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건 아직 이러한 활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낚시 또한 바다를 사랑해서 즐기기 시작한 취미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바다를 사랑한다면, 지키기 위한 노력도 보다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길.


낚시줄에 피해를 입은 어린 괭이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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