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경, 기억이 사실 애매... 휴가 나온 2명의 친구와 경북 예천에 놀러 갔었지. 한 친구는 청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었지. 우린 차도 없었고,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과 군대 월급 몇 푼 모아 나온 친구들과 예천에 갔었다. 기억이 많이 편집되었지만 면사무소 직원의 카풀, 숙소였던 한옥은 아직도 너무나 즐거운 기억이었음을..
#1 모여라 용궁역
4명이서 여행을 계획하면서 우린 먼저 도착하는 친구에게 용돈을 더 주기로 정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이전에 찍었던 사진과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기로 정하였다. 일단 나를 제외한 셋은 차가 있을뿐더러 셋은 전날 모였다. 나는 회식이다. 그리고 나는 차가 없다. 약속한 시간은 다음 날 아침 9시였고, 일어나자마자 터미널로 향했고, 첫차를 탔다. 9시 5분에 도착했고, 속으론 빨리 왔다고 생각했다. 용궁역에 도착하니 웬걸... 차가 세대!! 같이 출발한다면서 무슨 경주를 하고 왔나..
오랜만 같지 않은 오랜만, 2019
뭐 무튼 내가 꼴찌 했다. 팀 별로 용돈을 지급하기로 했었기에 우리 팀은 5천 원을 받았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린 드레스코드를 맞추기로 했다. 비슷한 옷을 입을 수 있다면 슈트 빼곤 아마 없을 것이다. 다들 한 껏 빼입고 사진부터 찍었다.
생각보다 용궁역엔 할 것들이 많았다. 제기차기부터 투호까지. 일단 팀이 정해져 있으니 무조건 내기부터 시작했다. 슈트 입고 제기차기.. 다들 재킷부터 벗어던지고 연습부터 했다.
결과는 동영상으로, 2019
#2 어디서 어떻게 아니 어디서 찍을래
"1년 전에 찍은 그 사진 그대로 똑같이 찍어보자."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야기했다. 머릿속엔 늘 똑같은 생각.
'어디서 찍어야 할까?'
'좀 더 특별하게 찍어놀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일단 삼강주막으로 향했다.
일단 각자의 용돈?으로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하였지만, 잔치국수와 도토리묵으로 통일돼서 처음에 정한 우리의 용돈 규칙은 무마되었다. 나는 손해 볼 게 없으니 뭐 이만하면 괜찮았다.
밥을 먹고, 난 이득이니.... 그다음 사진을 어디서 찍어야 할지 고민했다. 우리의 첫 번째 사진은 특별하지 않다. 그냥 평범한 사진이다. 다들 서서 평범한 자세를 했을 뿐, 그래도 똑같은 콘셉트로 늘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딱 알맞은 사진 촬영소를 골랐다. 이만한 장소가 없었다.
사진 외에도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그건 생략하기로 한다.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가는 목적지마다 팀별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즐거웠으니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3 오늘 나는 걷지 않았다
전에도 운이 좋게 면사무소 직원분께서 예천, 용궁의 모든 관광지를 데려다주셨다. 그래서 별로 걷지 않았다. 다만 회룡포 전망대에 오르는 것 빼고는. 이번에도 우린 차를 타고 모든 곳을 다닐 수 있었다. 8년 전과 비교해보면 다들 직장을 다니고 각자의 소비습관이 있으니까 20살 시절보다는 풍족해졌다. 다만 차가 없는 나는 누구의 차를 타야 할지 망설였다. 옮겨갈 때마다 매번 다른 친구의 차를 타기로 결정했고, 결혼한 친구의 차가 가장 깨끗했다? 차를 타고 돌아다닐 때마다 우린 넷이서 통화를 연결하고 다녔다. 정말이지 쉴틈이 없이 즐거웠다. 한 겨울에 대부분 여행지는 스키장이겠지만, 이 나름대로 15년의 시간 덕분에 매 번 이번 여행이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조금 다르구나, 2019
이전의 사진과 동일한 패턴의 사진을 많이 찍기로 했다. 추억은 정말 행복한 순간을 저장해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즐겁다. 10년 전의 우리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지만 그래도 친할 수 있음의 이유를 알았다.
#4 갈색 여행
우리의 행선지는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보다 유연하게 행선지를 변경하기도 하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이전에 갔던 막걸리 조주장은 가지 않았다. 대부분 갈색 여행지를 선택하게 되었다.
갈색여행, 2019
용궁역 - 삼강주막 - 회룡포 뿅뿅다리 - 회룡포 마을 -회룡포 전망대 (회룡포 장안사)
적어 보니 짧은 코스이지만 임팩트 있게 시간은 알차게 흘러갔다.
이른 아침부터 삼강주막과 회룡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관광지라는 느낌은 덜했다. 딱 우리끼리 놀기에 아주 적당했다. 회룡포 뿅뿅다리를 건너 마을은 역시 아주 조용했다. 맞은편 마을을 횡단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 대여소에는 타보고 싶었지만 직원이 없었다. 조용한 마을을 가볍게 산책하고 회룡포 전망대로 향했다. 회룡포 전망대 가는 길에는 절이 있어서 그런지 유일하게 가장 많았다. 올라가는 길에 부처님상이 있다. 잠시 들려 저마다의 소원을 빌고, 전망대 정상으로 향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회룡포의 전경은 아주 멋있었다. 마을을 휘몰아치는 강물은 마치 한 마리의 용이 휘감는 듯했다.
예천의 관광지,2019
#5 편집된 기억 속 극히 일부
매번 우리의 여행은 4명 중 2명이 결정한다. 2명은 선택권을 포기했다. 정해지는 대로 따라온다. 그래서 우리 둘의 기억 중 가장 좋았던 경북 예천 금당실 한옥마을을 골랐다. 그래서 예천이었다. 이 전의 기억으로는 전통 한옥 방식인 마루에 아궁이가 딸려있었고 우린 내기를 해서 뗄깜을 구해오고 밤새 춥지 않게 한 명은 잠 설쳐가며 고생했다. 이번엔 리모델링을 싹 했는지 아궁이는 존재하지 않았고 보일러가 생겼다. 잘못된 기억일 수도 있다. 이전의 기억도 21세기이니까.
아무튼 아궁이가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파티를 하기에 날씨도 적당히 추웠고, 밖에서 고기를 먹기에 나쁘지 않았다. 모든 스케줄과 게임을 마치고 우리는 일찍 돌아와 파티를 시작했다. 일찍 시작해야 다음날 무리 없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돼지고기만 먹었다면, 이번에는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이 더 행복했다. 당연히 술은 빠지지 않는다. 술을 먹고 나면 먼저 잠드는 친구가 언제나 있다. 그 틈을 놓칠 순 없다. 낙서를 해야지. 진짜 크게 웃었다. 옆 집에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ㅋㅋㅋ 너무 즐거운 그 순간 나도 낙서를 당했다. 뭐 그리곤 잠들어가 모른다.
상상속의 한옥과 너무 다른, 2019
아침이 밝아 간단히 정리를 하고 아무도 씻지 않고,
(낙서는 지울 정도의 세수는 한다. 야 그래도 펜을 숨기는 건 쳇.... 일어나서 알았다.) 각자 차를 끌고 떠났다. 일이 터졌다. 내가 너무 많은 차를 옮겨 다녔다. 이 짐 저 짐이 나뉘어 차에 실려 구두를 실은 차가 해가 밝자마자 떠나버렸다. 나는 정장 차림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서울로 향했다. 뭐 또 한 번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 마저도 즐거웠다.
마지막 결론, 우리의 계획 혹은 미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우린 만남 자체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