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했다. 가만히 앉아 빗소리와 함께 울리는 음악 소리를 좋아한다. 많이 내리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가끔 맞는 것도 꽤나 낭만적이지 않는가? 온몸이 젖을 만큼 비를 맞으며 자유롭게 다닌 적도 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그 날 전까지는.
...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을 한다. 집으로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하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걸리는 시간만 다를 뿐 집은 언제나 도착한다. 다만 퇴근길 버스는 차가 많아 유독 막히기에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만, 오늘은 왠지 버스를 타고 퇴근하고 싶어 졌다.
양쪽 귀를 이어폰으로 틀어막고, 노리플라이의 노래를 들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Beautiful'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어두컴컴한 하늘은 아직도 비를 뿜어 내고 있고, 곳곳에 비 웅덩이가 생겼다. 가끔 비 웅덩이에 종이배를 띄우거나 물장난을 치며 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버스 정류장에 다다랐다. 내가 탈 버스는 272번, 10분 뒤 도착이었다. 나는 비를 들으며 노래를 구경하고 있었다.
여전히 'Beautiful'
시간은 점점 작아지고, 지금 지나가는 버스는 공항버스 6005번, 정류장을 지나치는 버스이다. 아무 생각 없이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버스는 지나간다. 물 웅덩이는 꽤나 깊었다.
버스는 지나간다. 나는 서 있었다.
버스는 지나갔다. 나는 홀딱 젖었다.
아직도 'beautiful'
그리고는 272번 버스는 도착했다. 도저히 탈 수 없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고, 사람도 많이 타서 탈 수가 없었다.
Beastiful
나는 그날 걸어갔다. 우산도 쓰지 않았다.
왜 버스가 타고 싶어 졌는지,
그리고 지독한 감기가 걸렸다.
...
내가 마지막으로 맞은 비는 그 날이다. 다시는 비를 맞기 싫다. 이제는 비가 오는 날의 낭만 따위도 없다.
그날 이후론, 햇빛이 쨍한 날만이 좋은 날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비 웅덩이 또는 고인 곳을 주행할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