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수 없이 많아. 아메리카노부터 아인슈페너까지 날 그렇게 부르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주지.
사람들은 나를 앞에 두고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해. 그중 가장 행복? 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
그 날의 나는 아주 차가웠고, 커피집에는 손님들이 북적였어. 그중 가운데 테이블의 앉은 남녀는 아주 심각한 표정을 한채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남자는 정적을 깨며 말했어.
"우리 이럴 거면 헤어지자."
"..."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마시고 있었어. 남자는 말을 이어 갔고, 점점 언성이 높아지고 있었어.
"왜 아무 말도 못 해. 무슨 말이라도 해봐."
여자는 드디어 입을 열었어.
"여기서 그러는 이유가 뭐야. 우리가 헤어질 이유가 없잖아. 그리고 자꾸 이럴 거면 진짜 헤어져. 나야말로 너 이러는 거 이해 안 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고, 남자와 여자는 시선이 느껴졌는지 조용해졌어.
'일단 사람이 많으니까. 나중에 헤어지자.'
남자는 조용히 속삭였고, 둘은 나를 남긴 채 서둘러 커피집을 나갔어. 그 날 이후로 한동안 그 둘을 본 적이 없었어. 뭣 때문에 싸운지는 모르지만 정말 헤어진 줄만 알았어. 수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가고, 여전히 나를 찾는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잊힐 때쯤 익숙한 두 명을 봤어. 아주 행복한 모습을 한채 웃고 있는 두 남녀는 그때 사람이 많아서 헤어지지 못한 커플이었고, 그 날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뜻해 보였고, 그들이 주문한 나도 따뜻했어.
그렇다. 나는 때론 차갑기도 따뜻하기도, 가끔은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하고. 서로를 만나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존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