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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구리 Jan 03. 2019

모든게 우연이라는 가정하에 떠난 제주 1

계획이 없으니 걱정도 없다.

오늘 나는 제주도에 왔다.

기나긴 휴가 틈 사이에 피어오르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났다.


- 여행이 어떤 의미 일까?

12월 29일,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지하철에 오르면서 생각했다. 공항에서부터 제주도까지의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걸리고, 공항까지의 시간은 더 한 시간 채 걸리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여행이라는 단어 'travel'의 어원은 'travail(고통, 고난)'이었다고 한다. 19세기에 이르러 교통이 발전함에 따라 여행의 의미는 노동과 피곤으로부터 일탈, 삶의 재충전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비행기, Oddang 2018.12


말 그대로 나는 2018년의 피곤을 마무리하기 위해 무작정 제주도행 비행기를 탑승하였다. 여행을 준비하기에 앞서 교통, 숙박 외에는 준비한 것이 없다. 위  두 가지만 준비하여도 여행의 기본은 갖춰진다고 하지만, 이전에 홀로 떠났던 기억 중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났던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벽하게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무작정 발 길 닿는 대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차가운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 우유 마시러 올라가는 길, Oddang 2018.12

- 계획이 없이는 걱정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친구에게 물었다. "제주도에서 인상 깊었던 곳이 어디야?" 한 번쯤은 들어보던가 가봤던 장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는 "시간 되면 여기서 우유나 마시고와"라는 말 한마디에 전날 술을 먹은 핑계를 우유에 갖다 부쳤다. 그 길로 우유를 마시러 떠났다. 목장에 도착하여 마신 우유는 하얀 눈처럼 깔끔하고 맛있었다. 또 어린아이들은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고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다  마시고는 한 번쯤은 들어봤던 성산 일출봉에 가려고 했다. 그때까지는..

아침에 일어나 우유가 먹고 싶어서 찾아갔던 제주아침미소목장, Oddang 2018.12
우유를 탐내는 어린 송아지, Oddang 2018.12

- 우연찮게, '하도리 가는 길'

평소 자주 듣던 가수 강아솔 님의 '하도리 가는 길',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노래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목소리가 차분해서 더 자주 듣게 되었다. 가사로만 들었지 난 하도리가 어딘지도 모르고 관심조차 없었다. 마침 성산항으로 출발하는 201번 버스에 탑승하여 반복해서 노래를 듣고, 졸기도 하면서 성산 일출봉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침 '다음 정거장은 하도리입니다'를 정확하게 들었고, 지금 듣고 있는 '하도리'가 여기가 맞을까 싶은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하차벨을 누르고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우연찮게 하도리?, Oddang 2018.12
조금 걷다보니 하도리 바닷가 오늘도 열일하는 구름, Oddang 2018.12
돌담길. 별방진 이하 생략, Oddang 2018.12

버스에서 내려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별방진(?)과 길 끝에는 바다가 보였다. 바람은 너무 매섭게 불었지만, 구름은 너무나도 예뻤다. 사실 별방진은 고려시대 때 별동대가 사용한 담벼락이라고 생각했다. 뭔지도 모르고 사진을 찍었다. 그 자리에 서서 검색해보았다. 별.. 하나 똑같다고 별동대라니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만든 맞지만. 고려가 아닌 조선 시대였다고 한다. (아래 다음과 같다.)

1973년 4월 3일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24호로 지정되었다. 조선  중종 때 제주목사 장림(張琳)이 김녕읍에 있던 진을 이곳으로 옮겨 별방이라 이름하였다. 성의 총길이는 1,008m, 높이는 3.5m 정도이다. 성에는 관사와 창고가 있었고, 동·서·남의 세 곳에 문이 있다. 성을 쌓을 때 흉년이 심하여 부역하던 장정들은 인분(人糞)까지 먹어가며 쌓았다는 이야기가 인근에 전해온다. 구좌읍 하도리는 옛 지명이 별방이며, 서문리는 별방의 서문 안에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고려 때부터 동부와 서부 해안에 석성을 쌓아 군인들을 주둔시켜 외적의 침입에 대비했는데 화북진, 조천진, 별방진, 애월진, 명월진, 차귀진, 모슬진, 서귀진, 수산진 등 9진이 있었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별방진] 참조
예전에는 해녀들이 이 건물을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Oddang 2018.12
배고프다. 구름은 여전히, Oddang 2018.12

배고픈 줄 모르고 하염없이 걸었고, 바닷가 주변에 여러 식당이 있었지만,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조금 걷다 보면 맘에 드는 곳이 있을 것 같아 조금 더 배고픈 산책을 이어 갔다. 산책 끝에 건물이 맘에 들어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식당이었음을 알게 되어 들어갔다. 다행히도 4시부터 break time 이여서 요리를 주문할 수 있었다. 현재 시간은 3시 2분... 지금까지 배고픈 줄 몰랐다. 혼자 다녀서 그런 건가 싶다. ㅎㅎ

지나가다 발견한 마음에드는 식당, Oddang 2018
새우리조토를 주문하였습니다. 사포로도 같이 주문., Oddang 2018

맛있게 배고픔을 누그러 뜨리고, 식당 내부를 구경하였다. 식당 내부는 옛집을 그대로 활용하여 소박하고 깔끔했다. 날씨도 차고 점심시간도 훌쩍 지나 식당 내에는 한 명도 없었다. 더욱이 조용하고 차분했고 맛있는 요리는 추웠던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식당 내부, Oddang 2018.12

계획하지 않은 것이 여행의 계획이었기 때문에,  나의 숙소는 하도리와 거리가 상당히 먼 서귀포 중심에 있는 호텔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얼른 버스를 타고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면서 '하도리 가는 길'의 가사인 '언젠간 이 길 역시 우리의 추억이지'라는 가사를 들으며 다음에는 조금 더 오랜 시간 머무르며 더 많은 경험을 하기를 기대한다. 서귀포로 돌아가 해가 지고도 걷기를 생각하며 버스에 올라탄다.

'언젠가 이 길 역시 추억이지',Oddang 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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