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극 표가 생겨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터라 어색할 줄 알았지만, 공포 연극이 어색함을 사그려뜨렸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 역 배우들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거나, 가발을 쓰고 뛰어다니며 우리를 놀라게 했다. 또 우리의 발을 잡고는 다리를 달라고 외쳤다.
우린 목이 쉴 만큼 소리를 질른 터라 어색함이 사라졌다. 연극장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우린 서로 무섭지 않았다고 부정하고 있었다.
연극이 끝나고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맥주도 마셨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며 함께 웃었다.
그녀는 서울에 놀러 온 적이 별로 없고, 지명 이름 또한 잘 모를뿐더러 길치이다. 바로 앞에 있는 가게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기가 막힌 길치이다. 그런 그녀에게 서울을 소개해준 마음이 이상하게 기쁘게 다가왔고, 고작 연극 하나 봤을 뿐인데, 이 시간이 멈추길 바랬다.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맥주가 가벼워진 만큼 시계추는 태엽을 감고, 그녀가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아직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어 제안했다.
조금 걸을래?
그렇게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혜화를 빠져나와 종로 5가와 6가 사이쯤, 한마디를 건넸다.
지금부터 종로라는 거리의 시작이야. 종로거리가 끝나면 거진 서울역이랑 가까울 거야. 기차 시간도 딱 맞을 거고.
종로 5가, 4가, 3가를 지나며 이쪽저쪽 숨어있는 맛집을 이야기하며, 나중에 또 놀러 오면 함께 가자는 말과 함께 걸음을 채워나갔다. 종로거리가 짧은 게 아쉬울 정도였다. 버스를 타면 아직도 종로 5가, 3가.. 한강 이북은 종로뿐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오늘만큼은 짧은 종로가 아쉬웠다.
마지막 종로 1가에 도달하기 전, 아까 먹은 저녁이 다 소화가 되었다. 그리고는 아쉽다. 살짝 눈치를 보자 하니 이제는 걷는 게 힘들어 보였다. 마지막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야 할 것 같았다. 신기하게 생긴 종로 타워를 보다가, 적당한 가게에서 커피를 한잔 하고 싶었다.
마침 보이는 뚜레쥬르.
우리는 커피와 빵을 시켰다. 그렇게 우리는 종각역에서 헤어졌다.
종로 5가에서부터 깔아온 레드카펫을 걷으며 다시 되돌아갔다. 엄청 멀다. 다리가 아프다.
그 이후로 그녀는 자주 놀러 왔다. 거리를 걸으며 주위의 맛집을 다니며 함께 자주 만났다. 아니 자주 걸었다. 많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