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에 전철로 통근한다.
5.1 복직한 그 날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나 퇴근하는 시간에나 지하철 역 구석 한 자리에 걸터 앉아 꼿꼿한 자세로 사람들을 쳐다고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신다.
처음에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두 달 넘게 항상 그 자리에서, 등받이도 없는 인조대리석에 걸터앉아 꼿꼿하게 흐트러짐 없이 앉아서 행인들을 쳐다보는 그 분이 마음에 들어왔다.
이제까지 옷은 두 번 바뀌었고 큰 배낭을 메고 계신다. 그런데 머리모양은 짧은 파마머리여서 손질받은지 얼마안되어 보인다. 비가오나 찜통같이 더우나 항상 그 자리에 계시는데 며칠 전 퇴근길엔 안 보이셔 두리번거려봤더니 역 내를 운동삼아 돌고 계신 것 같았다.
표정이나 자세, 행색을 볼 때 몸가짐이 아주 반듯하셔보이는데..왜 항상 저 자리에 계실까.
밥은 드시는건가? 일주일 넘게 옷이 같은걸로봐서는 집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나보다, 온종일 같은자리에서 행인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 더운데 시원한 아이스음료한잔 드시고 싶진 않을까, 잠은 어디서 주무실까, 자식은 없나? 있으면 왜 사이가 틀어졌을까..매일 하나씩 그 분에 대해 궁금해진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드리고 싶다.
그런데 도움받을 곳을 알면서 안 가시는 건지, 아니면 도움받을 곳이 없다고 알고계신건지 몰라서 망설여진다
어제는 정말 간식이라도 건넬까 생각했는데 내가 남의인생에 관여하는 게 맞는지, 혹시 이상한분이면 괜히 엮이는 것 아닌지. 내가 지속적으로 도와드릴 수 있는지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 그냥 집에왔다.
하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요즘, 내가 저 분을 모른척하는 게 인간적으로 맞는 행동인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정보가 없는데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도와드려야 할 것 같고 도와드리자니 내가 어느 선까지 도울 수 있는지, 괜한 행동을 하는 것 아닌지, 시작했다가 끝낼수없거나 이상한분이어서 후회하게 되지않을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돕고싶고 도와야한다는 생각이든다.
그런데 끝까지 도울 수 없다면 모른척해야하나 싶기도하다.
도와드리더라도 내가 누군지 나의 연락처등은 밝히고 싶지않다.
종합하면 어떤 결론을 내려야할까.
주말에도 자꾸만 생각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