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를 쓸 때 '자신의 장단점을 쓰시오'라고 되어있으면 장점이 곧 단점이고 단점이 곧 장점이라 써야한다했다.
예컨대 나는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고 쓰고 한편 그래서 한 가지에 집중하느라 다른 걸 놓칠 수도 있다는 걸 자각하고있어 늘 주의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쓰면 된다는 것이다.
맞는말이긴한데 딱히 살면서 와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 나의 단점이 큰 장점이기도 함을 체감했다.
나는 한 군데 집중하면 아예 다른 것은 듣거나 보지못할때가 종종있다. 집중력이 좋다기보다는 하나만 잘할 수 있고 멀티가 어려운 형이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친척과 대화하던 오빠가 나에게 뭐라 말을 했다는데 나는 저들의 대화내용도 못 들었고, 나에게 말 거는 것도 못들어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었고 길을 걷다 아빠가 맞은편정면에서 오시는데 전혀못봐서 아빠가 서운해하신 적도 있다.
육아는 완전한 멀티플레이를 요하는 과업인데 나는 멀티플레이어와 거리가 멀기에 어려움이 많다. 더 많은 주의력, 시간,노력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얼마 전 이러한 내 성향이 빛을발한 적이 있다.
2주 전 엄마와 아기를 차에 태우고 왕복 2시간거리를 운전한 적이 있었다.
어쩐지 그 날따라 아기가 갈 때도 올 때도 아예 안자는것이었다.
갈 때는 그럭저럭 갔는데, 올 때 아기가 너무 피곤해서 엄청 소리지르며 울었다. 거의 오는 길 절반은 울었다.
내가 완전히 베테랑 운전자는 아니어서 엄마는 걱정이되셨는지 계속 나에게 운전에 집중하라고 ,아기는 내가 달래볼게하시며 진땀을 흘리셨다.
그런데 사실..나는 운전에 집중하느라 아기가 우는 것에 크게 신경쓰이지가 않았다;;
아파서우는 것 같거나 불편한 것 같았으면 신경쓰일 수도 있었겠으나 졸리고 피곤해서 우는 것 같았기도 했고, 아기를 달래며 운전하는 것보다는 빨리 안전하게 집에 도착하는 게 상책이었기 때문이다
난 대체로 하나만 잘할 수 있으니 운전을 택했다.
아기가 소리지르고 발구르며 울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운전하느라 신경쓸 수가 없어서 좋았다(?).
그에더해서 이런식이면 앞으로 아기랑 둘만 차타도되겠는데?생각까지 들었으니.
정말로 나의 단점이 장점임을 체감하다니 신선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