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바뀌면, 문과 대학원생의 하루도 달라질까?

아무도 관심 없으셨겠지만, 우리도 타격받았답니다.

by 군군댄스

곧 대선이다. 올해 들어 끊임없이 '대통령'과 '선거'에 대한 얘기가 뉴스에 오르내린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지 여기저기서 앞다투어 보도한다. 최근 키워드는 "경제 살리기"인 것 같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 물가와 부동산 가격 때문일까? 다들 여러 정책들을 내세우며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얘기하는데, 그러다 보니 문득 떠오른다. 작년의 R&D 연구 예산 삭감과 카이스트 대학원생의 항의... 서민들에게 경제 살리기가 중요한 것처럼, 대학원생에게는 연구 예산이 그들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중요한 이슈일 텐데, 이번 대통령 후보들은 좀 다를까?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을 이야기일 수 있다.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 확보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요즘, 문과 대학원생들에 이런 대통령 후보들의 과학기술 관련 공약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이다. 나도 석사 땐 몰랐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내 생활이 크게 달라질까 싶었다. 그런데 박사까지 오니, 은근히 신경쓰인다. 실제로 작년 R&D 예산이 감소하면서 인문 사회 계열도 덩달아 예산이 삭감되었다. 문·이과 할 것 없이 전체적으로는 14.4% 정도 삭감되었다고 하는데(기사 참조), 만만한 인문사회계열은 더 큰 폭으로 삭감된 듯하다. 실제로 내가 해마다 지원하던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계열 지원 유형 중 하나는 2024년 들어 거의 절반정도 삭감됐다(아래 사진; 모집 요강 참조). 한국연구재단에서 실제로 인문사회계열의 대학원생(박사과정생)이 신청할 수 있는 지원금이라고는 이 것 밖에 없는데, 이 마저도 절반으로 삭감되니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압박은 더 커져갔다. 내 일 년 생활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금액인데... 이마저 없으면 정말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대학원생에게 연구비는 단지 '조금 더 풍족한 실험 환경'이 아니다. 그건 곧 월세를 낼 수 있는가, 밥을 한 끼 더 사먹을 수 있는가, 심지어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대학원생이라면 등록금은 안내도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장학금으로 내돈내산으로 학교를 다니는 대학원생들도 꽤 많다. 나 역시도 석사과정에서 반은 장학금을 받고, 반은 자비로 다녔다). 물론 이런 얘길 꺼내면 '그건 네 개인적인 사정 아니야?'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개인적인 사정'이 대학원 전체에 퍼져있다는 게 문제다. 등록금은 오르고, 물가도 같이 오르고, 그런데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 와중에 지원받던 예산도 깎이면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도 축소된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과학기술이나 R&D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결국, 내가 다음 학기에도 계속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니까.




크게 바라는 것도 아니다. 지원을 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생은... 내 돈 내산 연구가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풍족하게 연구하는 것은 꿈꾸지도 않는다. 다만, '요즘 문과가 뭐가 중요하냐', '그게 무슨 쓸모가 있냐'는 식의 말 대신, 적어도 있는 예산만이라도 그대로 유지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학부시절, 내가 졸업한 대학에서는 내 입학 시기 즈음 교양대학을 전체 개편했다. 이는 비슷한 수준의 소위 라이벌(?)이라 불리는 대학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라이벌 대학에서는 회계 과목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모든 학과의 학생들에게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했다. 한편 나의 모교는 교양 과목을 더욱 인문학 중심으로 개편했다. 그 당시 교양대학 학장님께서 했던 말씀이 크게 기억이 남는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양 교육을 일반교양 및 인문학 중심으로 크게 개편한 이후 인재가 배출되고 그 인재들이 사회에 나가 미국 경제가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최근에 브런치 구독자분께서 내 글에 멋진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그 말에 깊이 공감하고 또 소개하고 싶다. '대학원에서의 연구는 인류가 인식할 수 있는 외연을 확장하는 일'이라고.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것, 알 수 없다고 여겼던 것의 경계에 손을 뻗고,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영역의 그 바깥에 질문을 던지고, 작은 조각의 해답을 쥐고 돌아오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 작은 조각이 꼭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기술이어야만 할까? 그렇다면, 어린 왕자는 왜 장미 한 송이에 진심을 다했고,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았을까?




누구나 각자의 언어로 세상을 해석하고 설명한다. 누군가는 수식으로, 또 누군가는 문장으로 말이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우리처럼 문장으로 세상과 씨름하고,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자리를 지켜주는 일, 그건 분명 '국가가 해야 할 일'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화면 캡처 2025-05-26 075530.png 한국연구재단 2024년도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B유형 신청요강에서 발췌. 총예산이 절반 정도 삭감되어 경쟁률이 더욱 치열해졌다.




참고한 신문 기사


https://www.asiae.co.kr/article/2011042613591889326&mobile=Y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4038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15366


2025.05.26. 씀

2025.05.28. 마무리함

2025.05.29. 발행함


요즘 글쓰기 창고가 동나고 있다 큰일이다^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픈 것도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