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디서 공부하지?

어디서든 좋으니까 일단 공부를 해야 할텐데

by 군군댄스



대학원생의 장점: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대학원생의 단점: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대학원생은 프리랜서와 같다. 아니 어쩌면 프리랜서보다 못하다. 프리랜서는 돈이라도 벌지. 대학원생은 자신의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돈만 까먹는다. 이렇게 말하니 프리랜서보다 나은 점이 있다! 나는 내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스스로 공부를 하는거야!! (정신승리)




큼큼 아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시간과 공간의 자유가 있는 대학원생은 아침에 눈을 뜨는 것 부터 곤욕이다. 심지어 수업도 더이상 듣지 않는 수료생인 나는, 사실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오늘 뭘 할지, 어디서 할지 모든 것이 다 내 결정이다. 할 일이야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만들고, 또 일단 급하게 닥친 일을을 하나하나 해나가면 된다지만, 그 일을 '어디서 하지'는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다. 혹자는 그냥 학교의 내 자리에서 공부하면 안되나? 라고 말을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사실 그게 쉽지가 않다. 다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리스트들이다.


1. 학교 랩실 내 자리

- 장점: 내가 기존에 하던 자리이기 때문에 모든 업무 도구가 다 갖춰져 있다. 큰 모니터, 성능 좋은 컴퓨터, 프린터, 쾌적한 온도와 공간, 그리고 커피머신과 다과들! 다른 박사생들이 옆에 있어 누군가 날 모니터링 하는 효과가 있다.

- 단점: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만큼 집중이 산만해지고 딴짓을 할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맨날 하던 곳이라 오히려 더 공부에 집중이 안되기도 한다. 옆에 있는 박사생들이 신경쓰인다. 학식이 맛이 없다...


2. 집

- 장점: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식비를 아낄 수 있다!). 편한 옷과 편한 자세로 있을 수 있다. 집에도 큰 모니터와 컴퓨터는 갖춰져 있어 비교적 쾌적하게 공부할 수 있다.

- 단점: 언제든지 하기 싫으면 침대에 누울 수 있다. 아무도 나를 감시하지 않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기 너무 쉽다..


3. 근처 카페

- 장점: 낯선 타인들과 같이 있다보니 모니터링 효과는 있다. 커피 향과 좋은 음악에 기분이 좋아진다. 어딘가로 출근한다는 느낌 역시 가산점. 집이나 연구실에 박혀 있는 것 보다 밖에 사람들을 보며 비교적 쾌적하게 있을 수 있다.

- 단점: 자리가 없을 수 있다. 이따금씩 너무 시끄러워서 집중이 힘들다. 아무래도 노트북을 들고 가야하기 때문에 짐이 많고 그때그때 필요한게 옆에 없어 불편하다. 배터리가 닳을까 신경쓰인다.


4. 학교 도서관

- 장점: 카페와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도 돈이 안든다!

- 단점: 카페와 같은 단점. 그리고 카페처럼 좋은 풍경 대신, 책들 사이에 있다보니 다소 갑갑하긴 하다.




이렇게 쭉 써보니 랩실 내 자리만큼 좋은 곳이 없다 싶으면서도 모든게 학교를 가기 싫은 변명같이 느껴진다. 사실이다. 학교에 가기 싫다. 석사 2년 박사 2년동안 쭉 같은 출근길, 같은 장소. 마음이 지치고 힘들때면 꼴도 보기 싫고 그쪽으로 쳐다도 보기 싫어진다. 매일 같은 장소에 같은 시간 출근하며 루틴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런 스타일은 못되나보다. 오늘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고민이다. 오늘은 어디가지? 어디서 뭐하지..?



2025.03.12. 씀

2025.04.14. 발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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