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 학기 시작, 뭘 해야 하지?

수료는 더 막막한 새로운 시작

by 군군댄스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다시 첫 학기로, 이제부터 뭘 해야 하지?


아침 7시.. 침대에서 눈을 떠 습관적으로 메일 앱을 연다. 구글 스콜라에서 온 수많은 관심 주제 관련 메일들, 같이 연구하는 선배가 보낸 논문 피드백 메일, 교수님이 요청한 조교 업무 관련 메일들...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혀서, 다시 앱을 나갔다. 아침부터 메일 확인은 너무 가혹한가?라고 생각하다가도 어차피 마주해야 할 거라면 빨리 마주하는 게 낫다 싶기도 하다. 그렇게 긴급한 메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기분이 안 좋아진다. 월요일 아침, 누가 기분이 좋을 수 있겠어. 심지어 오늘은 오후 두 시에 새로운 연구 킥오프 미팅도 있다. 미팅이 끝나면 기분이 안 좋아질 것 같아 의식의 흐름대로 끝날 4시쯤 네일숍을 예약해 본다. 대학원생이라 돈은 없으니까 항상 제일 싼 기본관리만 (15,000원!), 그것만 해도 충분히 기분 전환이 된다. 내 나이 서른, 이제 뭘 하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지 스스로에 대해 대충은 아는, 알아가는 나이. 돈을 써야 한다!




대학원생의 하루는 게으름과 자책의 반복이다.


전업 대학원생으로 들어선 지 어언 5년 차. 석사 2년 박사 2년을 합하면 적은 기간이 아니었는데도 삶의 습관을 잡기란 쉽지가 않다. 회사를 다닐 땐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다 보니 그렇게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금방 적응이 됐었는데.. 아무도 출석 체크를 하지 않고, 뭘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 대학원생은 내가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이 되지 않는다. 남들이 출근할 때 네일숍을 예약할 수 있는 건 분명 큰 장점이지만, 남들이 일을 할 때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건 내게 있어 발전과 진행의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남들이 일을 하지 않을 때에 일을 더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기에 대학원생의 하루는 게으름과 자책의 반복이 될 수밖에 없다.




기상 모임을 시작했다.


그래도 과정생일 때는 일주일에 몇 번 수업이 있다 보니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에 출석하느라 어느 정도 할 일이 정해져 있고 한주가 규격화되어 있었는데, 수료생이 돼버리니 이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장 들어야 할 수업이 없으니 논문도 안 읽게 되고, 늦게 일어나도 일찍 퇴근해도 당장 닥친 할 일이 없으니 자꾸 게으름을 부리게 된다. 코스웍을 끝낸 지난겨울방학, 나는 거의 매일을 10시까지 늦잠을 자고 5시가 되지 않아도 퇴근을 했다. 기분전환을 핑계로 출근 대신 합정 또는 강남의 카페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주. 여태까지 박사 과정 2년 동안 달려온 나를 위한 리프레쉬라고 하기에는, 이제 다시 또 루틴을 만들고 꾸준히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러다가 계속 퍼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 마침 인스타에서 3월부터 7시 줌을 통한 기상 모임을 시작한다고 한다. 한 달에 6만 원, 월-금부터 진행, 한 달 열심히 출석 시 3만 원은 반환. 한 번에 6만 원이 나가는 게 가벼운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실히 참여하면 반은 돌려준다고 하니까! 습관을 잡기 위한 좋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 첫째 주부터 시작이 아닌 건 아쉽지만, 누구나 새 학기 적응 시간은 필요하니까.. 하하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아침 7시 줌 시작, 사람들과 간단한 인사. 이 시간을 뭘로 보낼까 고민하다 이렇게 글을 써본다. 중간중간에 멍 때리기도 하고, 카톡도 잠깐씩 하면서.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니 아까 메일을 보면서 나빠졌던 기분이 조금 잊히는 것 같다. 논문을 쓰고 관련 글들을 읽으면서 내가 섭취하고 소비하는 말들이 굉장히 제한적이 된 걸 느낀다. 연구 분야 외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청소년 수준의 어휘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회사생활을 할 때는 나름 말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내가 요즘 하는 말들은 대체로 헐, 대박, 굉장히 이런 것들밖에 없다.


남편이 출근하고 오롯이 혼자 있는 아침 나의 방. 여전히 오늘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해야 할걸 따지면 엄청 많으면서도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디서 해야 할지, 얼마나 해야 할지 어지럽고 또 어두운 박사 수료생의 첫 학기. 30년을 함께 살면서도 여전히 어렵고 모르겠는 나 자신. 그리고 어디로 흘러갈지 모를 나의 대학원 생활. 일단 뭐든, 해 봐야겠다.



2025.03.07. 씀

2025.04.14. 발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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