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도를 세번 갔지만, 내가 느낀 인도는 그 넓은 땅과 다양한 언어, 민족 만큼이나 일관성이 없는 나라다.
비폭력은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랑, 포용, 존중 이런 것 까지 범위를 넓혀 결국 불살생이라는 높은 인격을 지향한다. 실제로 인도에선 목청 높여 싸우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또한 많은 수의 인도인들이 아힘사를 추구하며 채식을 한다.
그래서 느낀 것이 비폭력을 실천하며 세계적으로 많은 채식 인구를 자랑하지만, 동시에 회괴한 범죄로 악명 높은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기묘한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난 인도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볼 때 종종 '아힘사'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건 무슨 기묘한 발상인가 하겠지만 내가 겪은 에피소드를 풀어보려 한다.
남인도 마하발리뿌람
이곳은 '아르주나의 고행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바위에 아르주나의 고행상을 부조로 새겨놓는 등 여기저기에 석벽 조각이 새겨진 것이 아주 휼륭하다.
인도 철학에서는 고행을 통해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숙소를 예약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가격이고, 저렴한 숙소 중에서 위치가 중심부에 있는 숙소를 고르게 된다. 위치가 너무 중심부와 멀리 있어도 교통비가 더 들고, 왔다갔다 시간과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위치가 중요하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두 가지만 보고 덜컹 예약을 하고 숙소를 찾아갔다. 그런데 입구부터가 뭔가 스산한 것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마당 한가운데 덩치 큰 나무를 심어놓은게 왠지 흉물스럽기만 하다.
아, 역시 첫인상이 크게 어긋나진 않는다. 그 안은 더 가관이다. 천장에 붙어있는 선풍기는 시커멓게 먼지 덩어리들이 뒤덮고 있었다. 저걸 절대 건드리면 안되겠다. 그리고서 창문을 열었더니, 얼마 후 모기떼의 습격이 몰려온다.(때는 2월) 그래, 인도니까. 다 예상하는 바 아닌가.
창문을 다시 닫고 침대에 누웠다. 하하 역시 멀쩡할 리가 없지. 침대 스프링은 제 구실을 못하고 내 몸은 침대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다시 침대에 일어났고, 그라고서 드디어 재앙이 터졌다. 나도 모르게 선풍기 버튼을 누른 것이다!!! 선풍기에 찐득하게 달라붙어 있던 그 검댕이들이 갈 곳은 내 침대 위 밖에 없다.
도저히 못견디겠다! 나는 1층 대문 옆에 작게 붙어있는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무실인지 경비실인지 길거리 복권방 처럼 생겼다.
"오늘은 예약한거니까, 오늘은 그냥 지낼께요. 내일 예약이라도 환불 좀 해주세요."
"그런데 내가 주인이 아니야, 주인은 지금 프랑스에 있어."
"그럼 주인 연락처좀 알려주세요."
"연락처 나도 몰라. 그리고 나도 주인 대신 맡아줄 뿐야. 이런거 어찌하는지 난 하나도 몰라."
이건 도대체 뭔소린가, 주인한테 연락할 길이 없다니?
아무리 거기서 버티고 입씨름 해봐야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는다.
아저씨는 '프랑스'와 '하나도 몰라'만 무한 반복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그 끔찍한 숙소에서 이틀을 더 보내고 나서야 다른 숙소로 옮길 수 있었다.
그런데 옮긴 숙소에서 하는 말은, 그런게 왜 환불이 안되냐며 다 거짓이라고 한다.
새로운 숙소에서 대화한 끝에야 알게 된 것이다.
인도인들은 불편한 대화나 분쟁, 이런것들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그러고보니 환불해 달라는 경우를 한두번 당하는 것도 아닐텐데, 예상한 시나리오에 따른 준비된 답변이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