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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직접 싸는 호주 아이들

호주 브리즈번 홈스테이

by 박sb

내가 호주에 있었던 건 한달 간의 테솔연수였다.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대학이다. 퀸즐랜드 대학은 테솔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중동 등등의 세계 여러나라에서 테솔 프로그램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우리나라에서 한창 여름인 7월에 갔지만, 호주는 겨울이다. 그런데 겨울이라 하더라도 기온은 우리의 봄날씨 처럼 따뜻하고, 공기는 가을날씨 처럼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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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에서 주선한 홈스테이는 한화로 월 80~100만원이었다. 호스트는 재혼한 부부였다. 아버지는 첫 결혼에서 데리고온 두 아들이 있었고, 부부 사이에는 5살 어린 딸이 있다. 그 동안에 여행을 다니며 항상 현지인의 가정이 궁금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학연수다. 호주 현지인의 집에 지내면서 좋은 추억과 체험이 남겠지 기대가 되기 마련이다. 혼자 산지 오래여서 그런가 결국 그리 편하게 지내며 좋은 추억거리랄 만한 건 얻지 못한게 사실이다. 지금 생각하면 공짜로 얹혀 살았던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미안해하고 눈칫밥 가득 지냈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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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은 한지붕이 된 아시아인 손님이 신기했나 보다. 원래 엄마 집에 살았다던 열두살의 작은 아들은 새로온 손님을 보기 위해 아버지 집으로 왔다고 한다. 고등학생의 큰 아들은 나에게 북한 이야기를 꺼내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호주 영어가 좀 미국영어와 다르다는 건 알았으나, 그렇게까지 전혀 다르게 들릴줄이야. 서로 잘 통하지 않는 영어로 대화하려니 왠지 편치 않다. 역시 남의 집 가정에서 지낸다는건 여행다닐 때와는 좀 다른 것이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시끌시끌하다. 호스트 아주머니가 소리치고 있었다.

"나한테 소리지르지 말라구! I won't be yelled at!"

그리고 학교갈 준비하고 있던 큰아들은 짜증 실린 목소리로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가방을 싸고 나간다. 아들이 나가자 아주머니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는 전화기를 들고 흥분된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한다.

통화가 끝나고 궁금증을 참을 수 없던 나는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아이가 50달라를 내고 학교 상담실 예약을 했나보다. 그런데 다른 일이 생기는 바람에 참여하지 못해 돈을 날렸다고 아침부터 아주머니에게 화풀이를 했나보다. 속이 상한 아주머니는 남편에게 하소연 했던 것이다. 서로 피를 나눈 가족끼리도 쉽지 않은데,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전날 우리 셋은 아들이 대용량 밧데리를 사겠다길래 함께 쇼핑몰에 갔었다. 15달라 짜리도 비싸다며 10달라 짜리를 샀었기에 그 속상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호주 아이들은 무작정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것 같진 않았다. 곧 방학이 온다며, 방학동안에 일할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었다.


20180710_123738.jpg 시금치 또띠아에, 방울토마토 양파 치즈

저녁이 되자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두 아이들이 싱크대를 열었다 닫았다 이리저리 음식을 찾고 있었다. 뭐하는 거냐고 물으니 내일의 도시락을 준비한다고 한다. 호주의 아이들은 그렇게 도시락을 직접 차려간다고 한다. 메뉴는 대부분이 샌드위치이다. 그걸 보면서 나도 학창시절이 생각나면서 엄마에게 미안해진다. 나도 이렇게 샌드위치라도 내가 직접 도시락을 싸갈걸 생각이 들었다. 왜 도시락은 항상 엄마가 해줘야한다고 생각했는지 후회되는군.

우리나라 처럼 모두가 공부만 매달릴게 아니라, 저렇게 어릴적부터 생활력을 키워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런 작은 일로 단박에 생활력이 키워지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독립적인 마인드가 자리잡게 될 것 같다.



사춘기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호스트 아주머니, 지금도 아이들과 잘 살고 있으려나 안부라도 물어볼까.



20180703_182912.jpg 호스트 가족과의 저녁식사
20180703_184425.jpg 호스트 가족이 차려준 저녁, 매우 만족스러웠다rk


20180708_133611.jpg 고기 굽는 그릴이 차려진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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