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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sb Sep 30. 2022

16년 여행 중인 한 영국인의 사연

주식과 결혼은 너무 다 알면 못해요

어떤 중국 경제전문가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주식과 결혼은 너무 다 알면 절대 못해요. 적당히 알았을때 덤비는 거에요."


여행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 나라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가슴이 설레는 것이다. 그래도 난 여전히 살만한 나라를 꼽으라면 터키를 들지만, 아마도 터키에 너무 자주 간 탓이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 둘 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지구상에 완벽한 나라는 없겠지만, 무엇보다 터키라는 나라가 무슬림 문화를 깔고 있다는 것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있는 기분이었나보다.  


"거기가 좋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무슨 소리야?"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나에게 있어 유럽은 물가도 비싸고 재미는 없고, 동남아는 낙후되어있어 불편한게 많고, 중동과 아프리카는 바가지와 사기 때문에 골치아프고, 인도는 말 안해도 다 아는 곳이고, 남미도 그다지 끌리지 않고, 미국은 너무 횡해서 지루하고 물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그 중에서 터키가 가장 무난하다. 물가는 저렴하고, 사람들 친절하고, 날씨 좋고, 그다지 낙후되어있지 않고 사회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있다 


여행지로서의 터키에 대한 썰이 길긴했지만 진작에 하려던 이야기는 조지아에서의 일이다. 터키가 좀 지루해진 나는 조지아로 이동했고, '저평가되어있는 여행지'라는 유투버의 말을 단단히 믿고 해안도시 바투미에 도착했다. 터키와는 다른 기독교 국가의 분위기에서 무언가 자유의 바람이 느껴진다.


조지아라고 만만히 생각했다가 뒤통수 맞은 느낌이다. 숙소비가 터키보다는 저렴하지만 그래도 가성비로 따지면 터키보다는 떨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외식물가가 만만치 않다. 3년 전에 왔을 때도 느꼈지만 조지아는 외식물가가 비싸다. 거의 우리나라와 비슷하던지, 아니면 미세하게 더 저렴한 느낌이다. 그리고 처음보는 낯선이에게도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터키인들의 모습을 조지아에서 기대했다간 상처받을 수 있다.




 그렇게해서 바투미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한화 6000원)를 찾아간 나는 '여긴 어디 난 누구 ㅠㅠ' 이러며 곡소리 낼 만큼 멘붕에 빠졌다. 2층으로 된 숙소는 너무 좁았고, 간신히 갖출것만 갖춘, 왠지 인도의 슬럼가의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아주 재미난 한 여행자를 만났으니, 그걸로 모두 보상받은 느낌이랄까.


16년째 여행중이라는 영국인 James. 현재의 나이가 32살이니 그의 나이 16세에 자신의 나라를 떠난 것이다. 순수 영국인은 아니고 어머니가 온두라스인인데 지금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계시단다. 그리고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와는 연락을 안한지 오래고,  한마디로 혼자사는 인생이다. 


론리플래닛을 보면 여행지에서 꼭 해야할일 10가지 중에 한가지가 '나의 신분을 속이고 다른 사람인척 해보기' 이런게 있다. 실제로 여행지에서 만난 장기여행자들은 여기에 충실한 사람이 많은 듯 하다. 무슨말이냐면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다 믿으면 안된다는 거다.


James는 자신의 재산을 보여주는데 1500000000파운드, 따져보니 대략 3조원 가량이다.  16년째 여행할 수 있었던건 이런 거대한 재산 덕분인데 그 돈을 주식과 비트코인으로 벌었다고 했다. 그의 인생은 한마디로 파란만장한데, 어릴적 온두라스의 게토(슬럼가)에서 자랐다고 한다. 영국 마피아 출신인 아버지가 온두라스로 도피해왔고 아이가 있으면 자국송환이 안된다하여 온두라스인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자라서는 영국으로 이주했고 거기서 16세까지 보내다가 다시 경찰에 쫒기고 지금은 해외에서 체류중인 것이다. 경찰에 쫒긴 이유는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보인다. 어릴적 부터 보고 자란게 그것 뿐이니 다른 할 수 있는게 없었을 테니.


"돈이 그렇게 많다면서 왜 이런 숙소에서 지내는데?"

"내가 어릴적부터 게토에서 자랐는데 이게 나한테는 더 익숙해요. 여자친구도 없는걸요 좋은데 있을 필요도 없잖아요."


16세에 처음 여행한 곳이 중국인데, 중국이 너무 좋아 2년을 거주했다고 한다. 그는 아시아 나라가 좋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좋다고 한다. 


"결혼은 안해? 한국여자 어때?"

"돈이 있는데 결혼 그런거 안해도 행복한걸요. 한국여자는 너무 희고, 키는 너무 크고, 너무 말라서 저에게는 안맞아요."


과거 이력을 듣자하면 뭔가 험상궂은 얼굴에 능글맞은 웃음 그런게 상상이 될테지만, 그의 영혼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사실 나는 그다지 남의 몸을 만지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특히 남자라면 좀 더 유난을 떠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그에게 맛사지 해주겠다며 어깨와 팔을 주물러 주었다.


"나에게도 돈 버는 방법좀 가르쳐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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