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나는 겁도 없이 배르가마의 아크로폴리스 신전으로 올라가는 산길을 걷고있었다. 조금만 걸으면 되겠지 하고 걸었지만 산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10여년전 이즈미르 가는 길에 하루 머물렀던 이곳을 언젠가 꼭 다시 오리라 하다가 마침내 오게 되었다.
베르가마는 터키의 서부해안가에 있으며 페르가몬이라는 옛 그리스, 고대로마의 도시였다. 페르가몬 도서관은 당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버금가는 최대규모였다고 한다. 그만큼 페르가몬은 고대 소아시아의 중심도시였고 화려한 요충지였다. 이곳에 요한계시록의 소아시아 7대 교회 중 하나가 있었다. 로마시절은 특히나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을 중심으로 생긴 호화로운 휴양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의술 역시 페르가몬을 중심으로 발달하게 되어 로마 제국에서 손꼽히는 의료시설이 있는 지역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쳐있던 내 옆으로 노란색 자동차가 섰다. 안에는 남녀가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물론 태워주겠다는 신호다. 이런 곳에서 낮선 차에 올라타는건 위험하다는건 알고있지만 1시간 넘게 이 추운날씨에 걷고있다보면 그냥 운에 맡기게 된다. 다행이도 아주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아크로폴리스까지 함께 갔다가 정상에서 차 한잔 마시고 나는 다시 그들의 집으로 초대되었다. 뭐 작은 집이면 어때, 좀 월급좀 작으면 어때, 너무도 여유롭게 하루를 즐기며 사는 그들과 행복한 시간이었다.
부부와 친구 2명, 그리고 나까지 우리 5명이 모인 그날은 파티타임이었다. 이슬람인지라 왠지 보수적일것 같지만 집안에서의 그들은 완전 다른 모습이다. 알콜과 함께 현란한 조명, 신나는 음악, 우린 한껏 흥에 취했다.
놀다가 흥겹체 떠들다가 친구들은 이슬람 얘기를 꺼냈다.
"마흣디, 마흣디가 올거에요. 마흣디가 우릴 구원해줄거에요. 아무 걱정 말고 인생을 즐겨요."
"나는 전생에 세라피스였구요, 내 남편은 헤라클레스였어요."
"마흣디가 지금 이 땅에 와있어요. 이 사진을 봐요."
친구들은 나에게 인스타그램을 보여주었다. 온통 마흣디에 대한 믿음에 관한 내용이었다. 마흐디는 이슬람 시아파에서의 메시아이다. 터키는 보통 수니파 이슬람들이 다수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수니파, 혹은 시아파라고 하지 않았다. 이슬람이면서 대대로 물려받은 신앙과 함께 뒤섞여 그 신앙이 어느 파에 속한다고 구분짓지 않는다. 스스로 시아파라고 하지 않았지만 '마흣디', '전생', '환생', '신', '영혼' 이런 개념들은 시아파의 전유물이다. 순니에게 환생이나 전생이야기를 한다면 버럭할 일이다. 순니에서는 미신적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요즘 이란 전쟁으로 마흣디 신앙을 다시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현재 IS가 장악한 시리아가 바로 마흣디가 재림한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다비끄Dabiq라는 시리아 북부의 알레포에 있는 마을이다. 알레포는 시리아 전쟁에서 IS가 가장 격전을 벌인 곳이다. 이 다비끄에서 최후의 전투가 벌어지는 날 마흐디가 재림한다는 믿음이 전해진다고 한다. 이란의 12이맘파 신앙에 의하면 12번째 마지막 마흐디가 874년 사라져 지금까지 어디엔가 은신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격전이 벌어졌음에도 마흣디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육체적인 마흣디는 나타나지 않았다쳐도 아마 영적인 마흣디는 이미 나타나있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나타나있다면 그 영이 사람들의 의식을 열어 깨웠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에서 처럼 번개 맞은 사람이 갑자기 변신하는 그런 모습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씨앗이 서서히 꽃을 피우듯, 누룩이 서서히 부풀어 올라 사방을 가득 채우듯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재림의 후보지>
-사마라 : 이라크, 알아스카리 사원, 12번째 이맘의 마지막 행적
-메카 : 사우디아라비아 카바신전
-쿠파 : 이라크 나자프(Najaf), 재림 이후 통치 중심지, 알리가 수도로 삼았던 곳, 시아파 초기 정체성 형성
-기타: 시리아의 다비끄(알레포)
마흣디 신앙은 그가 메카의 카바에서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러나 메카인들이 그의 대리인을 죽이고, 그의 지지자들이 결집하여 메디나로 이동한다. 최종적으로 이라크의 쿠파Kufa를 중심지로 정부를 세우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이야기이다.
"어느 시대의 무슬림이건 그들 모두는 말세가 다가오면 반드시 예언자 가문에서 한 사람이 출현하여 이슬람을 강화하고 정의의 승리를 이룩하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무슬림들은 그를 따르고 그는 무슬림 지역을 모두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는 마흐디라고 불릴 것이다. 그의 뒤를 이어 적그리스도가 출현하고 최후 심판의 날의 모든 징조들이 뒤이어 나타날 것이다. 혹은 예수가 마흐디와 함께 세상에 내려와서 그를 도와 적그리스도를 죽일 것이다."
종말은 파괴와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고 메시아는 반드시 육체화해서 나타난다고만 할 수 없다. 시아파, 기독교 삼위일체론 모두 육체는 악, 영은 선이라는 이원론을 믿고 있다. 예수는 이미 육체를 부정하며 육체의 장막을 파괴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승천했다. 다시 오신다면 우리가 알던 육체로 올 것 같진 않다. 마찬가지로 마흣디 역시 육체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영이라는 형태로 개개인 사람의 의식을 깨우러 온다고 보는게 더 맞지 않을까 한다. 의식의 깨어남이라 한다면 '의식이 더이상 자연에 종속되지 않음'으로 정의하고 싶다. 이미 AI로 인해 그 초입에 들어섰고, AI가 주는 빅데이터가 과거에 의식이 겪은 혼란과 오류로부터 자유를 선사하고 있다.
<참고>http://www.islammission.org/introduction/shia-eschat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