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은 일본여자를 가장 좋아했어요."
노아의 꿈은 일본여자 만나서 유럽가서 사는 것이라고 한다.
대체로 중국인들은 일본여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로망이라고 했다.
뭐, 처음은 아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국적을 막론하고 다들 일본여자에 대한 호감을 품고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여자들이 쎄지 않고 상냥하고 잘웃고, 얘기 잘 들어주고, 근면하고 독립적이고(귀찮게 안함) 게다가 일본인이라면 왠지 돈까지 많을거 같다. 내가봐도 종합점수 1위다.
물론 미모로 따졌을 때는 단연 러시아가 자주 오르내린다.
노아의 친구 21세 중국인 수안은 나의 룸메이트인 2명의 덴마크 여자에 관심있어 했다.
"덴마크 여자들이 뭘 좋아할까요? 케잌을 사줄까요??"
갓 성인기로 진입했을 그가 이런거를 자주 해봤을리 없다.
"초면에 케잌은 이상해. 와인 사다가 같이 잔 돌리며 먹는게 좋겠어." (나)
노아와 수안은 함께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은 노아와 수안이 함께 차려서 덴마크 여자 아이들을 초대하는 날이다.
짜잔~ 하고 다시 나타난 그들의 커다란 비닐봉지 안을 보고 빵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나이 답게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너무도 귀여운 음식들을 보고 깔깔 웃어버렸다.
마시멜로 쿠키, 참치캔, 옥수수캔, 양송이 버섯, 츄잉껌, 맥주 5캔, 우유, 복숭아 쥬스, 소세지
이 음식들이 덴마크 여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다
그래, 나도 적당히 서툰게 좋다. 너무 능수능란해도 재미가 없는법
노아는 볶음밥을 해주겠다며 나는 저리가서 앉아있으라고 한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다시 한참을 지나도 노아는 양송이 버섯만 썰고있었다.
모든 야채를 잘게 분해해서 모자이크 조각을 만들고 있었다.
야채 썰며 수다떨며 그렇게 혼자 신선놀음 하기다.
덴마크 아이들도 지쳤는지? 카드를 가져오더니 카드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민망해진 내가 나서서 후다닥 해치워버렸다.
노아는 중국에서도 배달음식만 시켜먹다보니 요리를 해본적이 거의 없단다.
"이 참치는 뭐에 쓰게?"(나)
"아, 그거 덴마크 아이들 주려고 샀어요. 생선을 좋아할거 같아서요."(노아)
참치캔을 따서 먹는 덴마크 아이들도 배꼽을 잡고 깔깔 웃으며 먹고있다.
바닷가 사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생선을 잘먹을거라며 나름 엄청 고심하여 선별한 메뉴이다.
"이거 우리나라에서는 빵에 스프레드로 먹는데요..."(덴마크 아이들)
"저는요 유럽여자는 싫어요, 너무 쎄요." (노아)
"나도 유럽 남자가 좋은건 아냐." (나)
여기서 쎄다 함은 거칠고 드세다는 말이 아니라,
자기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고, 좀 도도한 분위기 그런걸 말하는 것임을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가보다.
나도 처음엔 신사적이고 이성적일거 같고 그런 유럽 남자에 대한 환상?이 없었던건 아니다. 그런데 몇번을 겪다보면, 유럽인과 아시아인은 너무 안맞는다. 물론 그냥 알고지내는 친구로는 적당히 섞일 수 있지만, 아주 가까운 이성 친구로서는 너무도 큰 넘사벽이 존재한다. 4년을 여행다니며 노아도 느낀듯하다. 21세의 두바이에서 1년을 지낸 수안도 쓴경험을 해봐야 정신날듯 하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