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아까 회사 사람들하고 밥 먹었는데, 직장 선배가 나보고 재미가 없다더라?"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남편이 말했다.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얼마나 재밌는데!!!"
나는 눈을 크게 치켜뜨며 대답했다.
남편은 평소에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센스가 있어 나와 주위 사람들을 많이 웃게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진짜 웃긴데? 얼마나 센스 있는데."
난 전혀 동의할 수 없었지만, 그냥 그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살면서 종종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분명히 A가 답인데 왜 저 사람은 B가 답이라고 하지? 아무리 봐도 A인데?'
의견 충돌이 있을 때마다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이었다. 나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관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기에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한참이 흐른 지금, 이것이 오롯이 내 착각이었음을 안다. 내가 정답이라고 보는 것은 내 세상에서만 정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는 '객관적'이라는 것은 사실 주관적인 것이다. 왜냐면 앞에 '내가 생각하는'이라는 전제가 붙기 때문이다.
#세상에 정답이 존재할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믿음, 편견, 고정관념, 경험 등에 근거해 이 세상을 해석한다. 즉, 자신만의 필터를 통해 세상을 '걸러서' 본다. 필터를 색안경이라고 한다면 색안경의 색깔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구수만큼 많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색을 투영해 세상을 바라본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보는 세상이 진짜일까? 모두가 자신의 관점대로만 이야기한다면, 무엇이 정답일까?
여기 방이 하나 있다. 그 안에 5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방을 둘러보고 있다. 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았다.
A: '이 방은 내 원룸에 비하면 넓네. 내 방도 이 정도 크기면 좋을 텐데.'
B: '여긴 천장이 높은 편이군. 그래서 덜 좁아 보여.'
C: '뷰가 별로네. 우리 집 뷰가 역시 최고야.'
D: '주방이 너무 좁은걸? 배고파. 저녁엔 뭘 먹지?'
E: '여기 왜 이렇게 더운 거야? 빨리 나가고 싶어.'
여기에 더 이상 방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5개의 방이 존재한다. 하나의 방을 공유한다고 볼 수 없다. 5명이 느끼는 방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방은 어떠할까? 그 누구의 생각도 투영되지 않은 실제 그대로의 진. 짜. 방. 말이다.
크기가 큰가? 작은가?
천장이 높은가? 낮은가?
뷰가 좋은가? 나쁜가?
여기에 정답이 있을까?
정답은 '없다.'
만일 누군가가 "제가 정말 정확하게 실제로 방이 어떤지, 아주 객관적으로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은... "
이라고 말을 시작한다면 귀를 막아도 좋다. 그것 역시 그의 색안경을 거쳐 특정 색이 입혀진 방이기 때문이다.
#내 세상과 당신의 세상은 다르다.
방을 세상으로 확장시켜 보자.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세상을 공유하고 있고, 이 세상에는 정답이라는 게 있어. 내가 생각하는 게 아마 정답일 거야. 이건 옳은 거고 저건 그른 거야."
이것은 철저히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30대가 되어서야 알았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하나의 세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야. 내 세상이 있고, 저 사람의 세상이 있어. 사람들마다 각자의 세상 속에 살고 있지. 내 정답은 나에게만 정답인 거야."
살다 보면 마치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아무 걱정 없이 그저 편하게 즐기면서 사는 것 같은 사람, 혹은 반대로 온갖 걱정 혼자 다 하면서 힘들게 사는 것 같은 사람 말이다. 그게 누구든, 그 사람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게 맞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순간 속에서도 그 사람과 나는 다르게 반응한다. 느끼는 감정도, 떠올리는 기억도 다 다를 것이다. 색색깔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나뒹구는 모습을 볼 때, 곧 비가 올 듯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뺨을 부드럽게 간지럽힐 때, 그 사람과 내가 느끼는 미세한 감각은 뼛속부터 다르다. 다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가? 카페에 앉아 있는가? 거리를 걷고 있는가? 잠시 심호흡을 하고, 주위에 있는 사람과 당신이 과연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생각해 보라. 당신이 느끼는 그대로 그 사람도 이 세상을 느끼고 있을까? 당신이 보는 대로 보고 있을까?
혹시 이전과는 다른 어떤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이 세상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 내 세상과 저 사람의 세상이 각각 존재하며 마치 중첩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은 이 글을 완전히 소화한 것이다.
#나는 더 자유로워졌다.
내 세상은 오롯이 나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나는 자유로워졌다. 타인의 세상을 존중하는 법도 배웠다. 나의 정답만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만큼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지도 않는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고 싶었는데 그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어찌 됐건 사람들은 그들의 색안경 너머로 나를 바라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선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 참여하고 있다. 여전히 나의 부족한 점을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모두의 기준에 맞추려고 나를 내몰지는 않는다.
나는 지금도 이렇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글로,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독자 수만큼이나 다양한 색깔이 내 메시지 위에 입혀질 것이라는 걸 안다. 누군가에겐 지나가다 손에 무심코 쥐어지는 전단지, 딱 그 정도의 인상을 남길지도 모른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색에 맞게, 각자에게 다른 울림을 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당신에게, 내가 전하는 이야기가 어떻게 느껴질까? 예쁜 색으로 가닿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