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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Nov 29. 2023

요즘 내 소소한 행복은

냉장고에 있습니다.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 며칠 내가 누려왔던, 그리고 오늘도 누리게 될 작은 기쁨은 지금 우리 집 냉장고 안에 고이 모셔져 있다.


그건 바로 (내 마음속) 초콜릿계의 황제,

 '로이스 초콜릿'이다.


나는 정확히 3시간 뒤인 오후 1시에 후식으로 로이스 초콜릿 4조각을 음미하는 행복을 맛보게 될 것이다.




며칠 전, 남편 친구 부부가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고맙게도 선물로 로이스 초콜릿을 사 왔다. 살면서 3번째로 만나는 로이스 초콜릿이었다. 두 팩을 받았는데 한 팩은 부모님께 드렸다.


바다 건너온 로이스 초콜릿. 뚜껑 열기 전에 너무 설레요.


사실 두 팩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고 싶었으나 마침 엄마가 반찬을 가져다주러 오신다 하셨고, 부모님께도 이 맛있는 초콜릿을 맛 보여드려야겠다 싶어 한 팩 드렸다. 물론 이것은 남편의 제안이었지만, 나 역시 '사랑'의 마음으로 '기꺼이' 드린 것임을 명확히 밝히는 바이다. (강조)


나는 초콜릿을 좋아해서 다양한 종류를 먹어봤는데, 그중 내 마음속 1위는 단연 로이스 초콜릿이다. 아직도 처음 먹었을 때의 충격이 잊히지 않는다.


필라테스 강사를 하던 시절, 센터 회원 한 분이 동료 선생님에게 로이스 초콜릿을 선물해 주었다. 선생님이 하나씩 맛보라고 나눠주셔서 그때 처음으로 먹어봤는데 정말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내 생전 이렇게 부드러운 초콜릿은 먹어본 적이 없었다.


탄탄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너무나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 진한 초콜릿 풍미가 팡팡 퍼지는 그 달콤함이란... 몇 번 씹으니 순식간에 사라져 몇 번이고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신기한 초콜릿이었다.


그때 한 조각으로 너무 아쉬워서 한 조각 더 달라고 하고 싶었으나 구차해 보여 참았다. 그렇게 맛있었으면 직접 사 먹을 만도 한데 그때 당시에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초콜릿에 쏟을 정신은 없었으므로 매장까지 가서 사 오는 수고를 하지는 않았다.


그날 남자친구에게(지금의 남편) 로이스 초콜릿이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해 열변을 늘어놓은 후 그냥 달콤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마음 한편에 묻어두었는데, 센스 있는 남자친구는 내 격한 감동을 잊지 않고 몇 년 후 기념일에 로이스 초콜릿을 사주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로이스 초콜릿 매장은 원래 국내에도 있었는데 철수해서 이제는 해외 직구로만 구입할 수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구하기 편할 때 몇 번 더 사 먹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약간 TMI 같지만 나는 페레로로쉐 초콜릿도 좋아한다. 이건 견과류 초콜릿계의 내 마음속 1위이다. 페레로로쉐는 초등학생 때 아빠가 영국 출장에 다녀오면서 사 오셔서 처음 맛봤다.


고급스럽고 반짝반짝한 금색 포장지를 하나씩 뜯어 헤이즐넛이 콕콕 박힌 동그란 초콜릿을 한 입에 넣고 씹어 먹을 때의 그 설렘이란. 하나씩 없어지는 게 어찌나 아쉽던지. 어린 나에게는 최고의 출장 선물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국내에서 먹기 힘든 초콜릿이었지만 이제 전국 편의점에 쫙 깔려서 마음만 먹으면 5분 안에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금도 편의점에서 볼 때마다 예전에 아빠 앞에서 팔딱팔딱 뛰며 좋아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진다.


11월 말, 이맘때쯤이 되면 넓적한 판 초콜릿을 한 조각씩 뚝뚝 끊어먹으며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황금 티켓을 손에 쥔 찰리처럼, 어쩌면 올 겨울 나에게도 올지 모르는 설레는 행운을 기대하면서.


여기까지 쓰고 보니 초콜릿 덕후 같지만 사실 나는 생각보다 초콜릿을 많이 먹지는 않는다. 당이 많기 때문이다. 가끔 남편이 사 오면 먹는 정도이고 내가 찾아 먹지는 않는다. 원래 다크 초콜릿을 자주 먹었었는데 카페인 때문에 잠이 잘 안 오는 것 같아서 그마저도 자제하고 있다. 카페인에 너무나도 약한 나에게 초콜릿은... 영원한 애증의 대상이랄까.


이게 아주 요물이라고요.


로이스 초콜릿은 지금 딱 4조각이 남았다. 남편은 첫날 2조각을 먹고는 너무 달다며 나에게 다 넘겨주었다. 남편이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다.




며칠 동안 감기 때문에 목이 아팠는데, 목이 낫는가 싶더니 어제부터는 자꾸 기침이 나온다. 원래 오늘 영상을 촬영할 예정이었으나 목소리 때문에 내일로 미루고, 쉬면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컨디션은 좋지 않지만 다행히 기분은 좋다.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과의 따뜻한 포옹도, 방금 유튜브에 달린 예쁜 댓글도, 냉장고에 아직 남아 있는 초콜릿도 나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요즘 내 마음속에서 자꾸 기지개를 켜는,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열정도.


로이스 초콜릿처럼 달콤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초콜릿을 소재로 오늘을 기록해 본다.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을 누리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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