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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Mar 12. 2024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이보다 빠를 순 없음

자취하던 시절의 어느 날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사과를 먹으며, 창문 너머로 쏟아져 들어오는 이른 오후의 햇빛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원룸이 구석구석 노란빛으로 물들었고, 주위는 고요했다. 아삭아삭. 사과를 베어물 때마다 상큼함이 입 안에 퍼졌다.


'으음~~ 진짜 맛있네, 이 사과!'


그 전날 해야 할 일들을 끝내놓아서, 그날은 그냥 쉬기로 작정한 날이었다.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늦게나마 자취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역시 난 혼자 있을 때 충전된단 말이지. 아, 맛있어. 아삭아삭.


그러다 문득, 가슴이 벅차올랐다. 행복했다.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동시에 신기했다. 지금 나는 단지 작은 원룸에서 혼자 햇볕을 쬐며 맛있는 사과를 먹고 있을 뿐인데 이게 이렇게 행복할 일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크고 좋은 집, 넘치게 많은 돈, 해외여행,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코스 요리 등등, 그 어떤 것도 작은 원룸에는 없었다. 다음 달 월세 내기도 빠듯한 시기였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공의 증거들을 통해 내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했던 것은 바로 '편안함, 자유로움, 즐거움, 기쁨, 풍족한 느낌'이었고, 나는 그날 내가 원하던 정확히 그 감정들을 느꼈던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은 '진짜 행복'을. 고작 사과 한 조각과 따뜻한 햇살,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나지막이, 혼자 중얼거렸다.


"음,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작은 원룸에서, 모든 걸 얻었을 때 느끼게 될 거라 생각했던 바로 그 '행복'을 경험하고 있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많은 것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더 많은 돈을 벌기를, 좋은 집을 사기를, 예쁜 몸매가 되기를, 멋진 직업을 갖고 인정받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행복은 그런 외부적인 조건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무언가를 손에 쥐었을 때 얻을 수 있는 행복은 찰나의 행복이다. 그것은 지나간다.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것이 쥐고 싶어진다.


행복은 밖에서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본성이 행복이기에.


나는 더 이상 행복을 '좇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이미 너무 많은 날들을 그렇게 허비했다. '지금'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모든 것을 가진 후에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본다.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어? 어떤 느낌이고 싶어?'


'음~~ 편안한 느낌!'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행복하고 따뜻한 느낌!'


내면의 소리가 들리면, 바로 행동한다. 이불속에 푹 파묻혀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작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남편을 꽉 끌어안고 행복해하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뭔가를 찾을 필요도 없다. 잠시 시간을 내어, 눈을 감고 지금 이 순간을 느껴본다.


...


좋다, 살아있는 느낌. 삶이 축복인데 뭐가 더 필요하랴!


'나중에 성공해서 돈을 이만~큼 벌면 그땐 정말 행복해질 수 있겠지?'


댓츠 노노. 나중이란 없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 기다림은 끝이 없을 것이기에. 행복을 미루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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