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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Feb 26. 2024

씻는 방법을 바꿔보았다

삶의 질이 올라가는 중

살면서 종종 도전했던 일이 있다.


바로 서서 머리 감기. ('도전'이란 말이 거창하지만 나에겐 도전 맞음)


어릴 때부터 앞으로 숙여서 머리 감는 것이 습관이었다. 숙여서 감는 것이 목에도, 허리에도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서 감으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목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무엇보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샤워까지 해야 한다는 게 너무 번거로워서 매번 그만두곤 했다.


보통 내가 씻는 루틴은 이러하다. 오전에 머리 감고 세수를 하고, 저녁에 자기 전에 샤워를 한다. 물론 오전에 샤워+머리 감기+세수까지 한 번에 할 때도 있지만, 여기에 외출 준비까지 하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려 샤워는 저녁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머리를 따로 감는 루틴이다 보니 숙여서 감을 수밖에 없었다. 서서 감으면 샴푸를 헹굴 때 몸에 묻어서 다 씻어내야 하니까. 그래서 머리를 감을 때마다 허리가 아파서 잽싸게 감고 일어나야 했다.


그러다 새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전집보다 화장실이 더 넓고 샤워기 수압도 좋아서 씻을 때 훨씬 쾌적한 것이 아닌가! 여기서는 서서 머리 감는 게 가능하겠다 싶어 며칠 전부터 다시 도전 중이다.


지금 5일째 성공하고 있는데, 진작 왜 이렇게 안 했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씻는 시간도 더 빨라졌고, 허리 아플 일도 없다. 최근 나의 루틴은, 오전에 샤워실에 들어가서 머리부터 감고 샤워하고, 나와서 물세수 하고 끝.


처음에 서서 감을 때는 물에 젖은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목도 아프고 팔도 아파서 힘들었는데, 씻다 보니 요령이 좀 생겨서 이제 할 만하다. 샤워기를 좀 높은 위치에 꽂아놓고 목을 살짝만 뒤로 젖히고 양손으로 조물조물 헹궈주면 된다. 아프면 중간중간에 손으로 목 받쳐주기.


머리 감을 때 샴푸만 하고 트리트먼트는 하지 않고, 아침 세안할 때는 물세안만 해서 씻는 과정을 좀 더 간소화시켰다. 이렇게 씻으니 총 15~20분 걸리는 듯. 씻는 것도 미니멀하게!


나는 언제나 씻는 시간과 외출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기를 갈망해왔고, 그래서 점점 간소화하면서 줄여나가고 있다. 씻는데 20분 + 화장, 머리 말리고 고데기, 옷 입기까지 40분 해서 대략 1시간. 원래 1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조금씩 줄였다.


서서 머리 감는 것으로 습관을 바꾸니 시간 절약할 수 있어서 좋고, 무엇보다 허리가 안 아파서 너무 좋다. 요가하면서 계속 젖히는 운동 하면 뭐 하냐고요, 씻을 때 계속 구부리고 있어서 허리 아픈데.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아침에 샤워해서 상쾌한 건 덤이다.


나의 권유로 남편도 요즘 서서 머리 감기와 아침 물세안을 하는데, 좋다고 한다. 역시 와이프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이렇게 삶의 질이 +10 올라갔습니다,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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