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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Feb 28. 2024

나는 언제나 사랑에 진심이었다

BGM과 함께 읽어주세요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음악과 노래를 좋아한다. 며칠 전 쇼츠 영상에서 'Until I found you'라는 노래를 들었다. 이전에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찾아 듣지는 않았지만 들을 때마다 좋다고 생각하는 노래였다.


*이 글은 이 노래와 함께하길 권장합니다. BGM 없이 읽으면 많이 오글거리실 수도...


*노래 들으면서 글 읽는 방법: 영상 재생 후 → 왼쪽 상단 x 옆에 네모 아이콘 누르고 → 화면 드래그해서 옆으로 없애면 됩니다.)


https://youtu.be/GxldQ9eX2wo?si=t2acTAH3PvFpSuEi

[Stephen Sanchez - Until I found you]


추억 여행하는 것을 즐기지 않지만 이 노래 들으면 바로 타임머신 탑승이다. 이 뮤직 비디오 영상의 조회수가 무려 3억 회인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 아래와 같다. 역시 사람이 느끼는 것은 다 비슷한가 보다.


I'm 77, and this song makes me feel like I'm back in high school, dancing in a gym with that special girl. Thank you.


저는 77살인데, 이 노래를 들으면 고등학생 때 좋아하던 여자애와 체육관에서 같이 춤을 추던 때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엄청 올드 팝송인 것 같은데 나온 지 몇 년 되지 않은 노래라는 게 대반전. 노래 전반적으로 '사랑'이란 감정이 진하게 서려있다. 후렴 부분은 특히나 강렬하다. 온몸의 세포에다 대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느낌. 간지럽다 못해 애달프다.


Oh, I used to say,
저는 이렇게 말하곤 했죠,

"I would never fall in love again, until I found her."
"그녀를 찾기 전까진, 다신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예요."

I said, "I would never fall unless it's you I fall into"
"당신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진 않을 거야"

I was lost within the darkness, but then I found her.
난 어둠 속에서 방황했지만, 마침내 그녀를 찾았어요.

I found you.
당신을 찾았어.


생각해 보면 난 언제나 사랑에 진심이었다. 초등학생 때는 친구랑 같이 좋아하는 애들 순위(맨날 바뀜)를 매기며 킥킥거렸고, '누가 누굴 좋아한대'라는 소문에 관심이 많았으며, 친구가 남자친구와 있었던 달달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발을 구르며 내가 더 설레했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했고, 드라마 주인공처럼 나 역시 예쁜 사랑을 하게 되기를 꿈꿨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순수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좋아했다. 살면서 내가 먼저 좋아했던 사람은 2명이었다. 중학교 때 한 번,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한 번. 대학교 때 좋아했던 사람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 내 남편이 되었다. (남편 이야기라서 이 글 쓸 수 있는 겁니다. 아니면 못 써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참 행복하다. 빵빵하게 부풀어있는 풍선처럼 내 안에 사랑이 가득 차 있을 때, 조금이라도 새어나가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그래서 티가 난다. 표정에, 눈빛에.


매일 아침, 그 사람을 볼 생각에 설레며 학교에 갔다. 혹시나 마주칠까, 지름길을 두고 마주칠 확률이 높은 길로 돌아서 통학하곤 했다. 집에 갈 때는, 맞은편 플랫폼에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지하철 몇 대를 보내고 늦게 탄 적도 있다.


수업 시간 내내 온 신경이 저쪽에 앉아있는 그 사람에게 쏠려있으면서도, 아주 가끔, 슬쩍 보고 잽싸게 고개를 돌린다. 주책맞게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려고 입술에 힘을 준다. 한 5분 있다 또 봐야지, 아무도 모르게.


어쩌다 마주쳐서 인사하게 되면, 최대한 담백하게, 절대 내 마음을 들키지 않게, 세상 쿨해 보이게 인사하고는 모퉁이를 돌아서면 돌고래 소리를 내며 팔딱거린다.


메신저에 그 사람이 있으면, 일단 클릭해서 메시지창을 열어놓고는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첫인사를 뭐로 할까. 뭐라고 쓰면 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러다 상대가 나가버리면 그게 왜 그렇게 허탈한지.


유독 그 사람이 멋져 보이는 날에는, 친구 어깨를 팡팡 쳐가며 너무 멋있다, 귀엽다를 남발하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다.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수줍게(그러나 쿨한 척하며) 음료수를 건넨다. 그러다 조금 길게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 오면, 그 잠깐을 견디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먼저 돌려버린다. 내 두근거림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때로는 그의 무심함에, 밀려오는 허무함에 저녁마다 눈물을 쏟기도 했다. 마음이 종이도 아닌데 자꾸만 혼자 접었다 폈다, 접었다 폈다 했다. 언제나 설렘과 실망이 함께였지만, 확실한 건 사랑할 때 내 하루는 반짝반짝 빛났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눈부실만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은 참 값진 경험이다. 그게 혼자 하는 것이든, 둘이 하는 것이든. 사랑의 결실을 맺든, 맺지 못하든. 내 인생의 많은 날들이 사랑으로 채워져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나에게 사랑을 표현해 주었던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지어낸 거 아닙니다요. (진지) 내가 주었던 귀한 마음과 내가 받았던 귀한 마음 덕분에 내 삶이 알록달록하다.


노래를 1시간짜리로 틀어놨더니 끝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글은 마쳐야겠다. 감성이 too much라서. (참고로 아침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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