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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Mar 06. 2024

음료에 까다로운 여자

내가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이유

3월을 맞이해 스타벅스에 신메뉴가 몇 가지 나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스캔을 해본다.


#아이스 슈크림 라떼 - 슈크림에 혹했지만 커피라서 탈락

#아이스 피스타치오 크림 라떼 - 피스타치오에 흥분해서 잽싸게 클릭했지만 역시나 커피라서 탈락

#카스텔라 크럼블 딸기 블렌디드 - 오, 이건 커피 아니네. 카페인도 없네. 일단 합격이다.


다음 단계, 해당 제품 영양 정보를 확인해 본다. 당이 30g으로 꽤 많다. 나는 당이 높은 음료는 잘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겐 퍼스널 옵션이 있지 않은가! 내가 스타벅스를 사랑하는 이유다. 시럽을 줄일 수 있다면 그나마 괜찮을 것. 이 제품은 다행히 시럽 조절이 가능했다.


클래식 시럽 2번 >>> 1번으로 선택

돌체 카라멜 베이스 '보통' >>> '적게'로 선택


시럽을 줄이면 맛이 없어지는 게 아닌지 궁금할 수 있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별 차이 없다. 음료마다 다른데 이 제품은 시럽을 줄여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맛에 차이가 없었다. (그러니 저처럼 줄여 드시길 권장..하고 싶지만 개취를 존중합니다)


그 외, 필수적으로 추가하는 옵션은 '얼음 적게'와 우유를 '두유나 귀리우유로 변경'하는 것이다. 차가운 음료를 좋아하지 않고, 우유를 가능하면 마시지 않는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굉장히 까다로운 것 같지만, 나 같은 소비자도 있어야 스타벅스에서 커피가 아닌 음료를 만드는 보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는 조금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카페인을 마시면 잠을 못 자고, 차가운 음료는 몸으로 하여금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게 만들며, 당은 당연히 피해야 할 것이고, 우유 역시 몸에 이로울 게 없으니, 나의 까다로움은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살면 편하겠지?).


'우유 안 드시면 치즈도 안 드시나요?'라고 할 수 있는데, 치즈는 또 먹는다. 모순적인 인간입니다. 그래도 유제품 두 가지를 다 먹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한 가지만 먹는 게 낫지 않을까? 맛의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되 할 수 있는 선에서 몸을 돌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쉽지는 않다. 먹을 게 넘쳐나는 세상에서 내 기준을 지키며 산다는 건. 며칠 전에는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동네에 있는 넓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갔었는데, 커피 전문점이어서 내가 마실 것이 별로 없었다. 차 종류 몇 가지 중에 유일하게 캐모마일차가 디카페인이라 주문했더니 하필이면 품절이란다. 오후 2시인데 품절이라니요.


그냥 나갈까 하다가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번 메뉴판을 훑어보니 생과일주스와 일반 과일주스가 있었다. 일반 과일주스에는 시럽이 많이 들어가서 패스. 생과일주스를 주문하려 했더니 또 품절. 전체 메뉴 중에 내가 마실 수 있는 딱 두 가지 메뉴만 품절이었다.


에라이, 안 마신다. 카페가 여기밖에 없나! 터덜터덜 걸어나와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로 들어갔는데 자리가 없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는 새드엔딩. 물론 집에서 편하게 차를 마시는 것도 너무 좋지만, 그래도 카페에서 내가 마실 수 있는 메뉴를 발견하면 신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신메뉴 #카스텔라 크럼블 딸기 블렌디드가 나온 것은 반가운 소식!


맛있는데 비주얼은 조금 당황스럽네요


당 30g이었는데 클래식 시럽 1번으로 줄이고 돌체 카라멜 베이스 적게 했으니 최소 10g은 줄었겠지? 고소한 맛에 크럼블 씹히는 식감도 좋다. 다음에 마실 땐 '클래식 시럽 없이' 마셔볼 생각이다. 당분간 이 메뉴와 카페인이 없는 허브티를 번갈아 마시면서 카페 라이프를 즐겨야겠다.


신메뉴가 꾸준히 나오고, 별 적립 이벤트도 많이 하고, 퍼스널 옵션도 세세하게 다 가능하고, 편하게 앉아서 몇 시간 동안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어도 아무 눈치도 주지 않으니 스타벅스를 자꾸 찾게 될 수밖에. 앞으로도 열일 부탁드려요, 스타벅스. 열일하는 김에 '루이보스 바닐라티'도 만들어주면 정말 좋겠네에 정말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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